분야별 도서

문학 비소설 인문 경제/경영 자기계발 교육 청소년 주니어 실용
해리 1

해리 1

공지영 작가의 열두 번째 장편소설

저자
공지영 지음
출간일
2018년 07월 30일
면수
280쪽
크기
140*215
ISBN
9788965746614
가격
14,500 원
구매처
교보문고 교보문고 알라딘 알라딘 YES24YES24

책소개

야만의 현장을 날것으로 보는 것처럼 그 순간 숨이 막혀왔다


안개의 도시 무진, 그곳이거나 그곳이 아닌 곳에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욕망과 부정의 거미줄

끈질긴 취재와 집필로 일궈낸 1천만 독자의 감동!

등단 30년, 공지영 작가의 열두 번째 장편소설 『해리』


『높고 푸른 사다리』 이후 5년 만에 발표하는 공지영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해리』(전2권)가 드디어 독자들을 만난다. 1988년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시작한 집필 활동이 올해로 30년째인 공지영 작가의 열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이 작품의 집필을 위해 약 5년간 사건의 현장 속에 뛰어들어 취재해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단행본 2권 분량의 장편소설을 완성했다. 불의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부정의 카르텔을 포착하고 맞서 나가는 약한 자들의 투쟁을 담은 이 소설은 선(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실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악(惡)의 진실을 다루고 있어 더 충격적이다.

소설은 주인공 ‘한이나’가 어쩌면 그냥 스쳐 지나쳤을지 모를 사건들을 접하게 되고, 그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악이 사실은 집단의 악을 구성하거나 대표한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그 근원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어느덧 거대 세력으로 뿌리내려 내부의 작은 잘못 하나 뽑아내지 못하고 덮고 감추기에 급급한 일부 종교 단체, 대중의 인기에 부합하는 정치 활동을 빌미로 개개인의 선의를 갈취하는 사회 활동가 그리고 장애인을 돕는다며 모금 활동을 하면서도 기부금을 빼돌리고 보호받아야 할 이들을 오히려 학대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람들의 행태 등 우리가 선하다고, 또는 선해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비리와 부패, 욕망을 낱낱이 드러냄과 동시에, 부정한 행태가 지속되도록 방치하는 보다 뿌리 깊은 악의 거미줄을 추적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광주 장애인 학교의 성폭력과 비리를 고발한 장편소설 『도가니』의 배경이 된 안개의 도시 ‘무진’을 다시 등장시키고, 이중적인 인격의 ‘해리성 인격 장애’에 비유될 정도로 표리부동한 인간들의 행태를 한눈에 드러내기 위해 소셜미디어 중 하나인 페이스북의 이미지를 소설에 적용하는 파격을 시도했다. 짙은 안개는 도시에 씌어진 거대한 부정의 깊이를 상징하며, 페이스북 이미지는 현실과 가상의 공간을 가로지르는 인격의 이중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소설적 장치가 된다. 이로써 작가는 선의를 위협하는 부정의 동업자들이 얼마나 우리들 가까이에서 안개처럼 스며들어 스크럼을 짜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결코 피해갈 수 없는 거대한 악의 세력 앞에서 진정 우리에게 남은 희망이란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만듦과 동시에, 그 희망을 일궈나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깨어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뜨겁게 던지고 있다.

저자 및 역자

공지영

공지영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8년 《창작과 비평》에 구치소 수감 중 집필한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1989년 첫 장편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1993년에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다뤄 새로운 여성문학, 여성주의의 문을 열었다. 1994년에 『고등어』『인간에 대한 예의』가 잇달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명실공히 독자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한민국의 대표 작가가 되었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 『봉순이 언니』『착한 여자』『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즐거운 나의 집』『도가니』『높고 푸른 사다리』 등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존재는 눈물을 흘린다』『별들의 들판』『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1, 2』『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딸에게 주는 레시피』『시인의 밥상』 등이 있다. 2001년 21세기문학상, 2002년 한국소설문학상, 2004년 오영수문학상, 2007년 한국가톨릭문학상(장편소설 부문), 그리고 2006년에는 엠네스티 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단편 「맨발로 글목을 돌다」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본문 중에서

그 가을의 모든 새벽마다 안개는 무진(霧津)의 바다로부터 육지로 상륙했다. 모든 아침들은 해가 떠오르기 전에 빛을 은폐하는 안개에 둘러싸였다. 안개는 모든 빛을 빛으로부터, 모든 사물을 사물로부터, 모든 풍경을 풍경으로부터 차단했다. 해가 아주 높이 솟아오르고 안개의 입자들이 하나하나 데워져 수증기로 휘발되기까지는 해조차도 제빛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날 새벽안개가 바다로부터 무진으로 상륙을 시작했을 때 그 남자는 어둠 속에 아무렇게나 구겨져 팽개쳐져 있었다. 안개는 마치 이 지상에서는 천적을 가지지 못한 희고 긴 털을 가진 난폭한 짐승처럼, 혹은 오래되고 버려진 식민지에 상륙하는 점령군처럼 산만하고 무례하게 밀려들었다. 그 하얀 털에 점령당하듯 길이 사라지고 건물이 숨을 죽이고 가로등 빛이 힘을 잃었다. 땅에 이어 하늘이 그 거대한 짐승에게 가려지고 나자 세상은 완벽하게 안개의 것이 되었다.

―14쪽 중에서


이나는 외롭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많았지만 쓸쓸하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었다. 외로움이 나이를 먹고 늙으면 쓸쓸함이 되는 걸까? 외로움이란 단어 말고 쓸쓸함이라는 단어에는 세월의 더께 같은 것, 오래되고 쿰쿰하고 약간은 궁상맞은 땀내 같은 것이 배어 있는 듯했다. 엄마는 오늘 밤, 쓸쓸하다고 생각할까. 늘 멀리 있던 딸이 이렇게 곁으로 다가와 거실 건너편 방에 누워 있어도?

이나는 어쨌든 엄마와 함께하는 이 지상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휴가를 좋은 기억으로 채우고 돌아가고 싶었다. 누운 채로 올려다보니 창밖으로 안개가 흰 블라인드처럼 빡빡이 서려 있었다. 아까 잠들 때는 분명 없던 안개였다. 창밖은 우유를 발라놓은 듯이 희뿌옜다. 그제서야 이나는 무진에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멀리서 종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성당의 종소리였다. 그리고 왜였을까. 이나는 설핏 잠든 엷은 꿈속에서 한 소녀를 만났다. 해리였다.

―27쪽 중에서


“날 덮치려고 했어, 그 새끼가! 술 처먹고 와서……. 어떻게 날!”

해리의 마주 잡은 두 손은 이제 핏기가 가실 정도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이나는 더 묻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그녀의 오빠, 집을 나가 떠돌다가 아버지가 출타하면 귀신같이 그 틈을 타서 집에 들어와 해리를 때리고 돈을 빼앗아 간다는……. 그런데 이제 그 오빠라는 작자가 그녀를, 아, 하느님 맙소사! 이나는 그때 약간의 공포와 연민을 동시에 느꼈다. 언제나 해리를 보고 있으면 그랬다. 해리 주변에서는 모든 상식이 힘을 잃었다. 해리 주변에는 일어나지 못할 일은 없었다. 날것, 혹은 정글……. 그것이 주는 공포 때문에 그녀를 떠나고 싶었지만 연민이 언제나 그것을 막았다. 아주 멀리 떠나지는 못하게 막았다. 아주 나중에 생각했는데 해리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아주 잘.

―36~37쪽 중에서


여자는 눈물을 그치지 않았다. 이나는 자신이 그녀에게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잡는다는 그 지푸라기가 된 것을 알았다.

“도와주시소. 너무 힘이 들어 저도 우리 딸 따라 콱 죽어버리고 싶어예. ……죽기 전에 그놈을 잡아야 합니더. 슨생님, 도와주시소.”

“저기요…….”

이나는 잠시 그녀의 손길을 뿌리치려는 노력을 하다가 말았다. 어찌 되었든 그녀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본다고 나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백진우는 그녀에게 여전히 불길하고 어두운 동굴 깊숙한 곳에서 숨 쉬는 명사였던 것이다.

“제가 얼마나 도와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힘내세요. 제가 엄마 죽만 좀 가져다드리고 다시 올게요. 그만 우시고요.”

“미안합니더, 미안합니더……. 너무 서러분께 고만……. 꼭 약속 지키실 거지예?”

“예.”

그녀가 이나의 팔을 놓지 않은 채 물었다. 그 움켜쥔 힘의 절박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녀가 불러낸 백진우 신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을까. 이나는 그만 그렇게 말해버리고 말았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52~53쪽 중에서

추천사

목차

제1부 하늘의 그물

제2부 모든 죄는 원죄를 반복하고 변주한다

제3부 저 여자가 그랬습니다

작가 후기


검색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