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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가뭄 끝에 내린 비로 바닥까지 바짝 말라붙어 있던 계곡이 다시 콸콸콸 소리를 내며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제법 장엄해 보일 정도입니다. 가을이 다 끝나버린 뒤라 다소 늦은 감이 있기는 합니다만 전답들이나 수목들의 해갈에는 제법 도움을 줄 정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이 빌어먹을 선천성 현찰결핍증은 도대체 언제쯤이나 해결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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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 없는 사랑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 그루의 나무는 한 그루의 기다림입니다. 한 그루의 기다림을 통해서 한 그루의 사랑을 배웁니다. 사랑이 꽃피고, 열매 맺고, 단풍 들고, 낙엽 지고, 인고하는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인생 또한 그러함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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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밥 먹고 사는 사람은 ‘돈빚’도 천근 바윗덩어리처럼 가슴을 짓눌러 오지만 ‘글빚’ 또한 만근 쇳덩어리로 가슴을 짓눌러 옵니다. 돈은 빌릴 수도 있지만 글은 빌릴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본인이 써서 탕감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제게는 문학이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폐수처리시설 같은 것이 아니라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자연 그대로의 강물 같은 것입니다. 현실보다는 몽환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개떡같은 현실은 날마다 트럭 가득 마사토를 싣고 와서 제 몽환의 강물을 메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외수가 누굽니까. 존버정신의 창시자, 어떤 시련이나 위기도 극복하고야 마는 자뻑의 천재, 이번에도 여러분께 기필코 영양가 높은 정신의 양식을 포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