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그러나 무작정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도로보군 프로젝트가 거둔 이러한 성과는 2011년에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AI가 수많은 화이트칼라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라는 나의 예상이 현실이 되리라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에서 한 학년에 다니는 학생의 수는 약 100만 명이며 그중 절반인 50만 명이 센터 시험을 치른다. 그리고 도로보군은 이 가운데 상위 20퍼센트에 드는 성적을 냈다. AI의 성적이 화이트칼라를 지향하는 젊은이의 중앙값도 아니고 평균값을 크게 웃돈 것이다.
앞으로 이 나라의 노동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떻게 해야 도로보군에게 뒤처진 80퍼센트의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안겨줄 수 있을까? 나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 '1장 AI, 대학에 합격하다' 중에서
나는 2010년에 출판한 『컴퓨터가 일자리를 빼앗는다(コンピュ-タが仕事を奪う)』에서 이미 그와 같은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책이 출판된 직후 도쿄역 앞의 대형 서점에 가보았다. 그런데 경제.경영 서가를 아무리 뒤져도 책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SF 서가에 가서야 이 책을 발견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일본인들은 이 이야기를 SF라고 생각한단 말인가?
사실은 바로 이것이 <로봇은 도쿄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가?>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자고 마음먹은 최초의 동기였다. ‘나의 예측이 가까운 미래에 틀림없이 현실로 나타날 것임을 하루라도 빨리 일본인들에게 알리고 싶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날을 대비해 준비하도록 만들고 싶다.’ <로봇은 도쿄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가?>는 그런 초조함의 발로였다.
- '1장 AI, 대학에 합격하다' 중에서
그렇다면 시리는 얼마나 영리할까? 가령 “이 근처에 있는 맛있는 이탈리아 음식점은?”이라고 시리에게 물어본다고 해보자. 그러면 시리는 GPS로 위치 정보를 판단한 다음 근처에 있는 ‘맛있는’ 이탈리아 음식점을 추천해 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내가 지금 하려는 이야기의 핵심이 아니다.
이번에는 “이 근처에 있는 맛없는 이탈리아 음식점은?”이라고 시리에게 물어보자. 그러면 아까와 비슷한 가게를 추천해 줄 것이다. 평판이 나쁜 가게부터 순서대로 표시하지는 않는다. 시리는 ‘맛없다’와 ‘맛있다’의 차이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 근처에 있는 이탈리아 음식점 이외의 음식점은?”이라고 질문해 보자. 또다시 처음과 비슷한 가게를 추천해 줄 것이다. 요컨대 시리는 ‘이외의’라는 말의 의미 또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 '2장 도로보군은 왜 도쿄 대학에 들어갈 수 없는가?' 중에서
“그건 그렇고, 나는 후쿠시마가 되지 않아.”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잠시만 생각해 보자. 어쨌든 기계는 “그전앋채브채지아, 마챠디으베묘패듀” 같은 외계어가 아니라, 의미 불명이기는 해도 “그건 그렇고, 나는 후쿠시마가 되지 않아”라는 ‘자연스러운’ 문장을 자력으로 생성해 낸 것이다. 구두점을 찍은 위치도 그렇고, ‘나’를 주어로 삼은 것도 그렇고, 부정 표현도 그렇고, 하나같이 굉장히 자연스럽다. 딥마인드사가 공개한 낭만주의 피아노 곡이, 그리고 구글 번역이 ‘자연스러운’ 만큼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은 확률과정과 통계에 입각한 언어 모형이다. 이는 매우 획기적이고 훌륭한 기술이다. “의도나 의미처럼 관측할 수 없는 것은 무시하고 확률과 통계를 의도적으로 혼동한다”라는, 수학자들은 좀처럼 선보일 수 없는 과감함이 있었기에 달성 가능한 기술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획기적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쓸모가 없다. 이 정도로 도쿄 대학에 합격하는 것은 무리다.
- '2장 도로보군은 왜 도쿄 대학에 들어갈 수 없는가?' 중에서
- '3장 전국 독해력 조사를 통해 드러난 충격적인 현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