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라니.
아니, 그렇게 부르지 말고 좀 제대로 불러 봐.
그러면 붉은머리오목눈이.
그래. 그것이 우리 이름이다. 몸은 참새보다 작고, 눈은 오목하다. 꼭 다물었을 때의 부리는 작은 삿갓조개를 붙여 놓은 것처럼 뭉툭하다.
그중에서도 내 이름은 육분이.
그렇게 말하면 다들 되묻는다. 육분이?
무슨 새 이름이 그러냐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맞다. 그것이 내 이름이다. 육분이.
왜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름이 주는 기쁨과 서운함, 사랑스러움에 대한 얘기부터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제일 처음 얻은 게 바로 그것이니까.
—9쪽, 「뱁새 한 마리」중에서
다음 해 봄 나는 처음으로 짝을 짓고 둥지를 지었다. 네 개의 알을 낳아 네 마리의 새끼를 길러 내며 처음으로 오목눈이의 엄마가 되었다.
여름에도 짝을 만나 둥지를 지었다. 봄처럼 네 개의 알을 품었지만, 그중 표 나게 큰 알 하나만 부화시켰다.
그다음 해 봄과 여름에도 그랬다. 봄에는 네 마리의 새끼를 길러 냈고, 여름에는 둥지 안의 가장 큰 알 하나에서만 새끼가 태어났다. 형제 새 물양지가 우연히 내 둥지 위를 지나가다가 둥지 안에 있는 어마어마하게 몸집이 큰 나의 새끼를 보고 입을 딱 벌렸다.
“얘, 육분아. 너 어떻게 하려고 그래?”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고생스럽더라도 크게 낳은 새끼 크게 키워야지.”
나는 그것을 오히려 자랑처럼 말했다. 형제 새 물양지는 혀를 쯧쯧 찼다. 그때 나는 물양지가 왜 혀를 찼는지 몰랐다.
그다음 해 여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3년이 지나 지금 내 나이 세 살이 되었다.
—35~36쪽, 「세 번이나 뻐꾸기 새끼를 키우고」중에서
“어느 나무나 어느 풀도 환경 좋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싶겠지. 그런데 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식물이나 움직이는 동물이나 살아 있는 목숨붙이 모두 자기 삶에서 자기가 결정할 수 없는 것 한 가지가 있다네.”
“그게 무언가요?”
“자기가 태어나는 자리에 대해서지. 어떤 목숨붙이도 자기가 태어날 자리를 자기가 결정할 수 없다네. 싹을 틔우고 보니 뿌리를 내리기가 만만찮은 돌 틈이고, 또 알을 까고 보니 새매의 둥지가 아니라 우리 오목눈이 둥지였던 거지. 그건 우리 스스로가 있을 자리를 결정해서 태어나는 게 아니니까.”
“지난 3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뻐꾸기를 키우고 나니까, 내 새끼 대신 남의 새끼를 기르는 게 내 운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실은 아픈 얘기지. 우리 오목눈이가 오목눈이 대신 뻐꾸기 새끼를 키운다는 게, 그러느라 어쩔 수 없이 자기 알이 버려지는 것과 자기 새끼가 뻐꾸기 새끼에 밀려 둥지 바깥으로 떨어지는 걸 지켜본다는 게…….”
“막상 볼 때는 아픈 줄도 몰라요. 나중에 돌이켜 아픈 거지…….”
—64~65쪽, 「호랑나비와의 인연」중에서
나는 가장 먼저 알을 까고 나온, 다른 알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몸집이 큰 새끼에게 앵두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그것은 3년 전 내가 알에서 나와 처음 눈을 떴을 때 파란 하늘과 함께 내 눈에 들어온 앵두 열매에 대한 강렬한 인상 때문이었다. 둥지에서 제일 처음 알을 까고 나온 새끼의 벌린 입속이 바로 그런 앵두빛이었다.
세상에 저토록 황홀한 빛이 있다니.
나는 태어나서 처음 앵두를 보고 놀랐고, 다시 내 새끼 앵두의 입속을 보며 놀랐다.
먼젓번에도 두 번이나 뻐꾸기 새끼의 앵두 같은 입속을 보았을 텐데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고, 앞으로 한 달쯤 나와 남편이 열심히 벌레를 잡아 채워 넣어 주어야 할 지금의 새끼 앵두의 입속만 오직 내 세계의 전부인 것 같았다.
“삐이, 삐이…….”
기의 울음소리였다. 나는 두 날개를 벌려 앵두를 안았다.
—78~79쪽,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