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을 넘어 인체와 기계가 직접 통신하다
상상해 보자. 아침 출근길에 날씨에 맞추어 옷도 골라주고 하루 일과를 정리하여 보고해 주는 옷장, 주부들에게 필요한 식재료를 통보해 주고 자동으로 주문해 주는 냉장고, 집안 청소뿐만 아니라 반려견 밥도 챙겨주는 가정용 로봇들이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이끌어줄 것이다.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어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던 사건을 기억하는가? 바로 이런 경우에도 사물 인터넷 기술을 이용하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각 산란장의 닭들에게 센서를 설치하여 닭들의 건강 상태와 생산된 계란의 신선도 등을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안심하고 달걀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더할 나위 없이 작게 축소된 칩들 사이로 무한히 자유롭게 전자를 흐르도록 만든 전자공학 덕분에 말이다.
안종현 │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사람보다 똑똑한 바보, 인공지능 이해하기
인간이라면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다양한 자세와 종류의 고양이 사진을 보고, 그것이 고양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이것은 인공지능에게는 힘든 일이다. 대체 이렇게 ‘바보 같은’ 인공지능이 어떻게 이세돌 9단을 이겼단 말인가?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도 이기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고양이 하나 알아보는 것이 어려운가?
그것은 컴퓨터 프로그램인 인공지능이 인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영상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가령 다양한 고양이의 모습을 담은 디지털 사진들은 모두 0과 255의 사이의 숫자들을 갖는 픽셀(pixel)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1메가픽셀 이미지라고 표현하는 것은 사진이 총 백만 개의 픽셀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이다. 컴퓨터는 결국 사진을 이렇게 수많은 숫자들로 볼 뿐이고, 컴퓨터는 그 수많은 숫자들로부터 사물을 인식해야 한다. 회계 장부처럼 숫자 하나가 달라지면 컴퓨터에겐 완전히 다른 것으로 인식된다.
김선주 │ 컴퓨터과학과 교수
산업 시대의 상징, 자동차는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자동차 덕분에 깨어나고 충족되던 인류의 이동에 대한 욕구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자동차 역시 쉽게 대체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동차의 기술적 구조가 바뀌고, 운행 방식과 소유 형식이 변하기야 하겠지만 근본적인 위상은 달라지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자동차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와 욕망을 실현시킬 혁신의 기회를 먼저 찾는 사람이 미래의 승자가 된다. 가령 미래의 차량 소유는 지금처럼 각자가 자신의 차를 소유, 관리, 운영하는 방식에서 공유하는 쪽으로 변화할 것이다.(중략)
새로운 혁신은 새로운 사람과 기술에 대한 수요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당장 전기차 보급에 장애가 되는 배터리 생산의 혁신을 누가 해낼 것인가? 자율주행 기술이나 새로운 엔진 기술, 동력원, 차체와 내장재에 쓸 새로운 소재, 이전과 달라질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할 새로운 디자인 개발 모두에 새로운 생각과 경험으로 무장한 인재가 필요하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도로도 지금과 같을 것이라 생각할 수 없다. 소재부터 운영방식까지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수준으로 변할 것인데, 누가 그것을 해낼 것인가?
전광민 │ 기계공학과 교수
인간의 감각을 기만하는 소재의 승리, 투명 망토
자연은 나노 기술이라는 정교한 타격술을 활용하여 우리에게 다채로운 ‘본다는 경험’을 선사한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자. 똑같아 보이는 물건들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이는 곧 사물들마다 빛이 다르게 반사되고 있다는 의미다. 왜 빛은 사물들마다 이처럼 다르게 반사되는 것일까? 사물들의 ‘표면 상태’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테니스공을 벽에 던진다고 생각해 보자. 벽이 매끄러운지 거친지에 따라 공이 튕겨 나오는 상태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벽에 깊은 홈이 미로처럼 파여 있다면 또 다를 것이다.
인간이 만든 것이건,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건 이처럼 세상 만물의 표면의 미세 구조 및 재료는 서로 다르다. 즉, 빛이 부딪칠 때마다 천차만별로 다르게 튕겨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파란 나비의 날개도 실제로는 수백 나노미터 크기, 다시 말해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 크기의 구조가 있어서 우리 눈에 파랗게 보인다. 이것은 수백 나노미터 파장의 가시광 빛이 비슷한 크기의 나노구조와 상호작용해서 우리 눈에 색깔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김경식 │ 기계공학과 교수
영화 속에서 뛰쳐나온 생명공학 기술
1997년에 개봉한 영화 <가타카>는 유전자로 모든 것을 평가받는 섬뜩한 미래사회를 그리고 있다. 여기서는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인간은 최첨단 유전공학 기술의 힘을 빌어 탄생한 사람들에 비해 열등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낙인이 찍혀 엄청난 사회적 불이익을 받는다. 한 마디로 ‘유전자 차별 사회’이다.
보통 SF영화들이 먼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과 달리 <가타카>는 ‘너무 멀지 않은 미래(The not-too-distant future)’라는 문구가 등장하며 영화가 시작된다. 나는 이 점에 주목한다. 1997년에 영화가 개봉된 것을 고려하면 그 미래가 어쩌면 우리의 현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2008년 5월 21일 당시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은 거의 만장일치로 상하원을 통과한 「유전자 정보 차별금지법(GINA, Genetic Information Non-discrimination Act)」에 서명했다. 영화와 같은 사태를 대비한 법이 발효된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영화 속 이야기가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온 것일까?
김응빈 │ 시스템생물학과 교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 건축
왜 한 집에 있는 방의 크기가 다를까? 그 생각의 바탕에는 오래전에 만들어진 공간의 중요성과 크기에 대한 인식이 담겨 있다. 안방은 부모님이 사는 곳이니 다른 방보다 커야 한다든가 큰형은 동생보다 큰 방을 써야 한다는 생각 말이다. 처음에 누군가는 의심을 가졌겠지만 시간이 지나 이제는 당연하게 여겨지다 보니 이런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질문하지 않는다.
방의 모양도 그렇다. 원형이나 마름모꼴의 방에서 살아본 적이 있는가? 왜 그런 방을 만들지 않을까? 필자는 네모난 가구를 만드는 가구 회사의 음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 (중략)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오랫동안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 위에 만들어진 것이다. 우측통행이 그렇고 50분 수업에 10분 휴식이 그렇다.
필자는 이러한 생각이 가장 구체적으로 보이는 곳이 건축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건물은 인간의 생각을 단단한 콘크리트로 구현해낸 것이다. 때문에 호기심을 가지고 보면 그것들이 얼마나 다른 모습을 띨 수 있는지 보인다.
호기심은 더 높은 건물을 만들기도 하고 더 가벼운 건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 더 민주적이고 인간적인 관계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우리는 건물이 단단하다 보니 ‘만드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지만 그 바탕에는 ‘생각’이란 것이 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사실 생각이다.
최문규 │ 건축공학과 교수
철의 진화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우리의 몸속에는 별이 함께 호흡하고 있다. 바로 4~5그램 정도의 철이다. 철이 우리의 혈관 속을 흐르기 때문에 우리는 산소를 호흡하여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이처럼 숨을 쉴 수 없다면 우린 채 1분도 되지 않아 생명을 잃게 된다. 철은 곧 ‘생명, 그 자체’인 셈이다. (중략)
지구는 철로 인해 생명의 터전이 될 수 있었다. 철은 무거운 핵이 되어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맨틀과의 마찰력으로 우리가 경험하는 대륙이동과 해양 대류 그리고 화산과 같은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지구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철이 없었다면 지구는 아무런 생명의 변화도 없는 차가운 바다와 바윗덩어리로 가득한 행성이 되어버린다. 마치 화성처럼…….
철의 무거운 핵은 자전과 공전에 의해 남극과 북극의 자기장을 형성하여 지구 대기권에 전리층을 만들어냄으로서 태양과 우주로부터 오는 유해한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지구의 생태계를 안전하게 지켜준다.
풍부한 산소를 품은 붉은 피에서 북극 겨울밤을 아름답게 수놓은 오로라까지, 인간의 생명은 문자 그대로 철이 만들어낸 아름답고 경이로운 우주적 작품이라고 하겠다.
민동준 │ 신소재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