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 도서

문학 비소설 인문 경제/경영 자기계발 교육 청소년 주니어 실용
백범, 거대한 슬픔

백범, 거대한 슬픔

100년 후 백범의 진실과 비밀을 다시 말하다!

저자
김별아 지음
출간일
2019년 08월 05일
면수
304쪽
크기
135*205
ISBN
9788965749578
가격
15,000 원
구매처
교보문고 교보문고 알라딘 알라딘 YES24YES24

책소개

나라를 잃고 상갓집 개처럼 떠도는 우리가 있었다

상놈의 분노, 나라 잃은 설움을 딛고 선 자의 고독

김별아 문학으로 되살려낸 백범 김구, 가슴에 맺힌 말들


한국 독립 투쟁사에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긴 거인, 백범 김구. 그의 위대한 업적 뒤에는 자신의 운명과 맞서야 했던 한 인간의 아픔과 고독이 있었다. 대한민국 임시 정부 수립 100주년이자 백범 서거 70주년, 역사적 기록들 행간에 숨겨진 백범의 인간적 면모를 문학으로 만난다.  

베스트셀러 『미실』을 비롯하여 역사 속 인물을 재조명한 작품들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아온 작가 김별아의 장편소설 『백범, 거대한 슬픔』이 출간된다. 2008년에 발표한 『백범』을 다듬은 이 소설은 ‘김별아 근대 3부작’의 첫 작품이다(나머지 두 작품은 『열애』『가미가제 독고다이』). 작가는 백범의 생애 중 주요 장면을 선택해 재구성하고 작가적 상상력을 보태어 소설로 형상화했다. 

소설을 통해 작가는 백범의 위인성을 재확인하는 것을 넘어 그가 왜 그렇게 살고 죽어야 했는가를 묻는다. 소설은 갈등과 욕망을 지닌 인간 백범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 치고, 운명에 맞서는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 아픔, 모진 고문과 박해, 나라를 잃고 핍박을 받는 세월 등 극심한 위기 속에서 살아갈 길을 재정립하고 스스로 재차 다짐하며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는데, 이는 김별아 작가의 문장을 통해 섬세한 내면의 고백으로 묘사된다.

소설은 해방을 맞아 조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백범이 지나온 시간을 회상하며 시작된다. 일본 육군 중위 쓰치다를 처단하며 시작된 ‘냉혹한 슬픔’은 아버지에 대한 ‘쓰라린 슬픔’과 약혼녀 여옥을 떠나보낸 ‘아련한 슬픔’으로 이어지고, 생과 사의 경계에서 ‘슬픈 밥’으로 수감 생활을 버텼으나 또다시 아내를 잃는 ‘자욱한 슬픔’이 찾아온다. 이봉창·윤봉길과의 동지애는 고독하고 뜨거운 슬픔으로, 일제의 지명 수배자가 되어 떠돌던 시절은 ‘흐르는 슬픔’으로, 어머니의 죽음은 ‘거룩한 슬픔’으로 새겨진다. 김창암에서 김창수․김두호․원종․김두래․백정선․장진구(장진)․김구(金龜 ․ 金九)로 여덟 번 이름을 바꾸며 사는 동안에도 피할 수 없었던 숱한 슬픔을 삼키며 결전의 그날을 기다리던 중 느닷없이 찾아온 해방, 백범은 터져 나오는 ‘슬픔의 축제’를 맞이한다.

혹한의 시대와 싸우면서 결국 가슴에 남은 것은 ‘거대한 슬픔’뿐이라고 말하는 소설 속 백범의 마지막 독백은 그 시절 독립투사들의 처절한 아픔을 대변한다. 거듭 자신을 바로세우며 나아가 끝내 역사 속에 우뚝 선 백범의 내면을 탐구한 이 소설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부조리한 세상에서 추구해야 할 ‘바른길’이란 무엇인가를 되새기게 할 것이다.  


저자 및 역자

김별아

김별아

1969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실천문학》에「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2005년 장편소설『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데뷔 초기 사회 변화와 함께 불어닥친 혼란을 개인적 감성으로 써 내려간『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개인적 체험』을 발표했고, 소재의 다각화에 몰두한『축구전쟁』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 후 장편소설『영영이별 영이별』『논개』『열애』『가미가제 독고다이』『백범, 거대한 슬픔』등을 발표하고 ‘조선 여성 3부작’으로『채홍(彩虹: 무지개)』『불의 꽃』『어우동, 사랑으로 죽다』를 펴내는 등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으며, 원작을 복원한 ‘무삭제 개정판’『미실』, 한국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를 다룬『탄실』, 조선 뒷골목의 살인 사건에 세밀한 상상을 더한『구월의 살인』을 발표했다. 이외에 소설집『꿈의 부족』, 산문집『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가족 판타지』개정판)『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삶은 홀수다』『이 또한 지나가리라』『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스무 살 아들에게』『도시를 걷는 시간』『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등을 출간했다. 2016년 의암주논개상, 2018년 허균문학작가상을 수상했다.

본문 중에서

세 시간이라고 했다. 하늘과 바다에 잇닿아 세 시간이면 족히 닿을 수 있는 땅이었다. 그러나 그곳에 가기까지 꼬박 스물여섯 해가 걸렸다. 떠나던 날의 흥분과 격정이 여전히 심장 한구석에 돌올한데, 세월은 매정했다. 가차 없었다. 소년은 청년이 되고, 청년은 장년이 되고, 장년은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는 노년의 삭은 몸이 되었다.

누구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지나버린 젊은 날을 돌이킬 수 없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애당초 후회를 모르는 천품이 애달프지 않다. 후회는 미련이다. 지난날 가졌던 것과 가지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어리석은 셈속이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갖고파 하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소용없는 주먹구구다.

11월의 하늘이 차갑고 맑았다. 늦은 가을이자 겨울의 입새, 한해살이풀이 말라가는 계절이다. 고향의 아낙들은 김장 채비에 분주하고, 착실한 농군들은 얼갈이하기에 바쁠 테다. 세상의 형편이 암만 수상해도 시절은 놓칠 수 없다. 속일 수도 없다.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가면 다시 봄이다.

-「이륙」 중에서


외로움이 내 등을 밀어 더 큰 세상으로 가라 했다. 넓은 세상에서 사람들과 얼키설키 어울려 외로움 따윈 잊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의 법칙과 사람의 약속은 언제나 야릇했다. 그곳은 또 다른 짐승들의 세계였다. 알 수 없는 덫과 함정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해주 놈 때려주자!

조금 전까지 어우렁더우렁 몰려 놀던 아이들이 편짝을 이루어 난장을 치기 시작했다.

—이유가 뭐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이유가 있다면 사과하고 양보할 마음이었다. 나는 심심하여 친구가 아쉬우니 못마땅해도 한 발짝 물러설 생각이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아무리 거듭해 물어도 요망한 작당을 벌인 패거리의 생억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유가 없다! 나는 아무 까닭도 없이 매질당하고 있다!

-「냉혹한 슬픔」 중에서

 

병세가 위중하여 사경을 넘나들면서도 아버지는 나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 중위 쓰치다를 죽이고 인천 감옥에 갇혔다 탈옥한 나는 여전히 사방팔방으로 돌아치고 있었다. 술기운에 젖어 삼남을 유람하다가 공주 마곡사에서 출가해 동냥중이 되었다. 세간과 출세간, 울분과 순종, 성과 속의 난마를 헤매는 사이, 아버지는 나를 대신해 징역살이를 했다. 사람을 짐승으로 만드는 곳, 이승의 지옥인 감옥에서 일 년간 차꼬를 차고 갇혀 있는 동안 아버지는 생병이 들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아들을 기다리며 흉한 꿈이라도 꿀라치면 온종일 밥 한술 뜨지 못하는 사이 아버지의 지병은 깊어져갔다.

—얘는 왔으면 들어오지 않고 왜 뜰에 서 있느냐?

그럼에도 아버지는 단 한 번 나를 원망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를 막거나 꺾지 않았다. 안 된다, 못 한다 하지 않았다. 그저 먼 길을 왔으면 어서 들어와 쉬지 왜 뜰에서 손님같이 서성이냐고 채근했다.   

-「쓰라린 슬픔」 중에서


—낭자의 마지막 길은 제게 맡겨주십시오. 그것이라도…… 하게 해주십시오.

생전에 한번 잡아보지 못한 손이었다. 책장을 넘기거나 붓 잡는 법을 가르칠 때에도 행여 닿을까 스칠까 몸가짐을 조심했다. 그렇게 아껴두었던 손을, 발을, 얼굴을 가만가만 씻는다. 수줍게 봉긋 솟은 젖가슴과 하얀 속살을 산쑥을 삶은 검푸른 물로 차근차근 닦는다. 쓰디쓰고, 쓰라리다. 언젠가 내 가슴으로 품어 안으리라 했던 그 따뜻한 몸을 차갑게 식은 후에야 어루만진다.

정갈한 손발톱은 깎을 것이 없다. 손끝이 여물어 바느질이며 길쌈이며 흠잡을 게 없었다. 처음 만난 날 먹었던 밥의 양을 기억하고 모자랄세라 공기가 비기 전에 덧밥을 얹어내던 눈썰미도 엽렵했다. 버선 속의 발가락이 맥없이 굼실거린다. 여옥이 만들어준 가름솔이 얌전한 버선은 오래 걸어도 발이 편했다.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 험한데, 같이 가자던 사람은 더 이상 곁에 없다.  

-「아련한 슬픔」 중에서


두 번째는 기막히게도 어머니가 동반 자살을 채근하였다. 쓰치다를 죽이고 해주 감옥에서 인천 감옥으로 배를 타고 이송될 때 어머니는 내 옆구리를 찌르며 속삭였다.

—얘야, 이제 인천으로 실려 가면 너는 왜놈의 손에 죽게 된다. 왜놈의 손에 죽을 바에야 차라리 나랑 같이 맑은 물에 깨끗이 빠져 죽자. 자식 앞세운 어미가 세상의 무슨 영화를 보겠느냐? 물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돌지라도 모자가 함께하는 편이 나으리라!

달빛도 없는 여름밤이었다. 천지를 메운 깜깜절벽 속에 일렁이는 물결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 저는 결코 죽지 않습니다. 제가 왜놈을 죽인 것은 하늘에 사무친 정성으로 한 일입니다. 그것을 굽어 살핀다면 하늘이 반드시 도우실 것입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거듭 뱃전으로 내 손을 이끌며 재촉하였다.

—너희 아버지와도 벌써 약속했다. 네가 죽는 날을 우리의 제삿날로 삼으리라고.

체구가 작고 호리호리하지만 어머니의 꺽짓손은 장정이 된 내게도 만만찮았다. 어머니의 말씀이 얼김에 홧김에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걸 알고 나는 더욱 힘주어 말했다.

—어머니, 염려 마셔요. 저는 분명히 죽지 않습니다!  

-「슬픈 밥」 중에서

추천사

목차

이륙 

냉혹한 슬픔 

쓰라린 슬픔 

아련한 슬픔 

슬픈 밥 

자욱한 슬픔 

고독한 슬픔 

뜨거운 슬픔 

흐르는 슬픔 

거룩한 슬픔 

슬픔의 축제 

착륙 


작가의 말

검색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