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근육 키우기 훈련으로 즐거운 공부 본능을 일깨우다!
대한민국에서 공부 못하는 아이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다음은 그 질문에 대한 아이들의 대답이다.
“선생님들은 똑같은 실수를 해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에게는 너그럽지만, 못하는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아요.…… 시험이 끝난 뒤 아이들을 하나씩 불러내 성적 통지표를 나눠줄 때였어요. 내가 받을 차례가 왔는데 선생님이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거예요. 그리고 성적표를 읽으면서 웃었어요. 정말 수치스럽고 기분이 나빴어요. 바로 다음날부터 반 친구들도 나를 대놓고 무시하기 시작했어요.” ― 이진영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납득하지 못한 채 성적 앞에 작아지고 자존감이 깎이고 비교의 눈초리에 마음이 긁히는 아이들……. 남들에게 성적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단지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한번 ‘공부 못하는 아이’로 찍히면 실제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많다. 인격을 무시당하거나, 성적과 아무 상관없는 일에서 오해를 사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이 땅의 아이들은 ‘공부’라는 획일화된 잣대를 통해 세상의 차별에 노출되어 버린다.
― <1-1 ‘아이들을 가르는 슬픈 잣대’> 중에서
다예는 인터넷이나 책을 참고해 공부 방법을 바꾼 게 주효했는지 고등학교 1학년 때 덜컥 전교 1등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교 1등이 생각보다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기쁨은 금세 사라지고 불안감만 커졌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정상을 지켜내야 하는 전교 1등.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갈팡질팡했다. ‘다음번에 성적이 떨어지면 사람들이 운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럼 끝장인데…….’ 최정상에서 내려가고 싶지 않은, 내려갈 수 없는 절박함이 불안의 정체였다.
공부상처는 공부를 잘 못하는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입시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뛰어가는 현실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앞선 아이는 선두를 놓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뒤처진 아이는 벌어진 거리를 따라잡기 위해 모두 숨이 턱에 차도록 질주하고 있다. 서로 다른 형태와 질감의 상처를 품고서.
― <1-3 ‘전교 1등도 아프다’> 중에서
심곡초등학교 4학년 한 교실에서 제작진은 마음 상태가 공부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우선 반 학생 24명을 평소 수학성적을 기준으로 두 그룹으로 나눴다. 각 그룹에 속한 아이들의 수학실력이 동일하도록 조정했다. 두 그룹은 각각 다른 교실에서 수학 시험을 볼 것이다. 문제도 같고, 시험 시간도 같다. 다만 수학 시험을 보기 전, 두 그룹은 각자 다른 일을 하게 될 것이다. 10분 동안 한 그룹은 기분이 좋았던 기억을, 다른 그룹은 기분이 나빴던 기억을 떠올리는 일이다.
10분 동안 긍정적인 기억을 떠올리고 시험을 보는 것과 부정적인 기억을 떠올리고 시험을 보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수학 시험을 푸는 아이들의 표정부터가 달랐다. 기분 나빴던 일을 떠올렸던 A그룹의 아이들은 B그룹에 비해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표정도 심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문제 푸는 걸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생겨났다. 머리를 두 손으로 움켜쥐거나 눈썹을 찌푸리고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는 아이도 보인다. 반면 기분 좋은 일을 떠올렸던 B그룹의 아이들은 A그룹보다 확실히 밝은 표정이다. 하지만 진짜 차이는 다름 아닌 성적 결과로 나타났다. A그룹은 73.5점, B그룹 78.6점이었다.
― <2-4 ‘아이의 기분과 성적이 상관있을까?’> 중에서
“아이가 공부하고 나서 뭘 배웠는지 기억을 못해요.” 많은 엄마들이 이런 고민을 한다. 그래서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를 시켜도 학습 효과가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이는 앞서 실험한 자율성과 관련이 깊다.
하지만 이 고민은 ‘스스로 공부할 의지가 없는 아이들을 억지로 공부시킨다고 해서 그 공부가 진짜 아이의 것이 될까?’로 바꿔보면 쉽게 고민이 풀린다. 스스로 공부할 마음이 없는 아이는 오답이 나온 경우 왜 틀렸는지를 알아보려고 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자율성 실험을 제안한 김주환 교수는 부모가 공부를 강요하기 전에 아이가 본래 지닌 힘을 믿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가 집념을 갖고 우리 아이 성적을 올리겠다 하면 아이 공부를 방해하는 겁니다. 공부를 생각하는 순간 막 치가 떨리도록 공부가 싫고, 시험공부 생각하면 엄마의 화난 얼굴 또는 슬픈 얼굴이 떠오르면 그 아이는 공부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엄마가 공부를 방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차라리 잘 모르면 내버려뒀으면 좋겠어요. 사랑하는 건 좋은데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를 방해하고 있잖아요.”
― <2-5 ‘강압과 자율, 학습 성과가 높은 것은?’> 중에서
성호의 성적은 늘 하위권이었다. 중학교 때 성적표를 보면, ‘가가가가가’. 전 과목이 ‘가’였다. 사회 20점, 수학 35점, 과학 28점. 등수는 505명 중에 490등이었다. 게임에 빠져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그래도 엄마는 일단은 게임을 하도록 내버려두었다. 무조건 막으면 반발이 클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실컷 해봐라. 배터지게 먹다 보면 안 먹듯이 실컷 하다 보면 질릴 때가 오겠지. 한창 불붙어 있는 걸 내가 무슨 수로 끄겠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이때 만약 엄마가 심하게 게임을 막았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PC방이나 친구 집을 전전하며 가족들과 멀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때 성호에겐 게임이 전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엄마는 성호에게 게임을 그만두라고 잔소리를 하거나 공부하라고도 하지 않는 대신, 다른 활동에도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했다. “뭘 하고 싶니?” 물어보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주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도와주었다. 또 하기 싫어하는 건 인정해 주었다. 그런 과정에서 성호에게는 신뢰가 생겼다. 부모님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막지 않고, 싫어하는 것을 강제로 하게 하지 않는다는 믿음이었다.
― <3-2 ‘게임중독에 빠진 꼴찌가 세계적 기업의 인재로’> 중에서
“부모님과 스승은 나를 학습부진아나 문제아로 분류하지 않고 가능성을 믿어주었다. 그 덕분에 실패를 딛고 성공할 수 있었다.”
토드 로즈 교수는 그분들의 정서적 지지 덕분에 자신을 믿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 퍼듀 대학교와 갤럽의 공동조사도 정서적 지지의 힘에 주목했다. 미국의 대학 졸업자 3만 명에게 삶의 질을 결정짓는 다섯 가지 요소를 얼마나 충족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응답자 중 오직 11퍼센트만이 경제적 안정, 일 만족도, 대인관계, 주거환경, 건강의 다섯 가지 측면에서 모두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 비율은 미국 100대 명문대 졸업생(12퍼센트)과 일반 대학 졸업생(11퍼센트)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석사, 박사 등의 학위 종류와도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성공과 큰 상관관계를 보인 것은 대학 간판이 아니었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을 만났는지’ ‘대학 시절 정서적 지원을 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었는지’ 여부였다. 이러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삶의 질이 다른 사람들보다 두 배가량 더 높다고 느끼고 있었다.
― <3-3 ‘공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라는 공식’> 중에서
미네올라 중학교는 매일 수업을 시작할 때 독특한 의식을 진행한다. 아침에 10분 동안 ‘어떻게 하면 뇌를 자라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비디오를 보거나 글을 읽으면서 ‘자신이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쌓는다.
우리는 점점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면서 우리는 점점 더 똑똑해집니다.
장애물은 포기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뭔가 어려운 것을 극복했을 때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줍니다.
가장 중요한 건 공부가 여행이라는 걸 아는 것입니다.
여정의 단계마다 성장할 또다른 기회가 있습니다.
성장을 북돋는 문구를 보면서 마음의 힘을 키워가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10분의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다.
― <4-4 ‘10분의 기적, 수업에 의욕과 자신감이 생긴다- 미네올라 중학교’> 중에서
제작진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세종고에서 마음의 힘을 키우는 첫걸음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명상 시간’이라고 이름 붙인 이 프로젝트는 2학기가 시작된 8월 말부터 두 달 동안 15분 남짓의 조회 시간에 진행했다.
감사일기 쓰기, 장점 말하기, 존중 고백,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보기 등을 각 반에서 자율적으로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에 앞서 김주환 교수가 명상시간을 진행할 1학년 선생님을 대상으로 총 5회에 걸쳐 마음근력 키우기 훈련법 연수를 진행했다.
매일 아침 명상을 하고 감사일기를 써온 아이들은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키웠다. 자신의 마음을 돌보기 시작한 아이들은 두 달 후 어떤 변화를 느꼈을까. 민욱이는 감정을 다스리는 힘이 생겼다고 한다.
“처음 감사일기 쓸 때는 좀 힘들었는데 적다 보니까 점점 괜찮아지는 거예요. 적을 것도 많아지고 (전에는) 한번 기분이 나빠지면 다시 좋아질 때까지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생각 자체가 긍정적으로 되니까 빠르게 괜찮아지는 것 같아요.”
― <4-6 ‘감사와 존중, 칭찬이 불러일으킨 긍정의 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