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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사다리

높고 푸른 사다리

사랑과 죽음, 정의와 섭리에 대한 인생의 순례기

저자
공지영 지음
출간일
2019년 09월 05일
면수
400쪽
크기
140*215
ISBN
9788965746874
가격
16,800 원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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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지상을 떠난 사람의 자취는 그가 남긴 사물에서가 아니라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발견된다”

시련을 통과해 성장하는 한 인간의 아름다운 순례와
사랑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로 탄생한 소설


작가 공지영의 열한 번째 장편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가 개정 출간된다. 인생과 사랑의 섭리를 예민한 감수성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인간의 삶이 어떠한 신비로 운명을 극복해 나가는지를 이야기한다. 2013년 첫 출간 당시 13만 이상의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프랑스와 베트남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며 영화화가 확정됐다.

원고지 1,355매에 전체 3부로 구성된 이 작품은 요한 신부가 베네딕도 수도회의 젊은 수사이던 시절, 파도처럼 덮쳐온 사랑과 이별을 통과하며 성숙한 인간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회상의 형식으로 담았다. 소설을 통해 “고통은 왜 있는 것이며 인간은 왜 존재하는지, 사랑은 무엇인지 같은 근원적인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는 작가는 가톨릭 수도회와 한국전쟁의 흥남철수 사건을 소설의 두 축으로 삼아 신의 뜻에 순명(順命)해야 하는 수도자들과 전란에 휩쓸려 생의 갈피를 잃어버린 이들의 삶을 투영해 인생의 봉우리를 넘는 순간 우리를 일으켰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묻는다.

작가는 사랑과 그리움, 죽음과 생명 같은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고뇌와 동경을 담아내기 위해 가톨릭 수사를 주인공으로 삼고 W시, 흥남, 미국 뉴튼을 배경으로 인종과 시공을 뛰어넘어 ‘보답 없는 것들에 대한 사랑’을 펼쳐낸다. 소설은 주인공 요한이 신부 서품을 받고 10년이 흐른 뒤, 기억을 돌이켜 수사 시절 함께했던 이들을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형제와 다름없이 사랑했던 미카엘과 안젤로 수사, 처음으로 이성의 사랑을 알게 해주었던 소희, 한국전쟁 이후 50여 년의 세월을 사랑의 불씨로 견디어 온 할머니와 독일 출신 노(老)수사들의 뭉클한 경험을 통해 한 인간의 방황을 멈출 수 있었던 참사랑의 의미를 보여줌으로써 “능숙한 솜씨로 서사를 구축해 관념의 밀도보다 정서적 온도가 높은 성장소설을 완성했다”(《경향신문》), “삶과 죽음, 신과 사랑에 대해 근원적인 고민을 품게 만드는 묵직한 이야기”(《매일경제》), “기적 같았던 전쟁통 실화를 곁들여 사랑의 궁극을 집요하게 파고든 작품”(《세계일보》)이라는 평을 받았다.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인간에 대해 절망하지 않는 선의의 힘을 끝까지 천착해 나가는 이 작품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생의 잔인한 운행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가시지 않아요”라고 고백했던 노수사의 말처럼, 진정한 것들은 마모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삶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힘주어 말하고 있다.

저자 및 역자

공지영

공지영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8년 《창작과 비평》에 구치소 수감 중 집필한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1989년 첫 장편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1993년에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다뤄 새로운 여성문학, 여성주의의 문을 열었다. 1994년에 『고등어』『인간에 대한 예의』가 잇달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명실공히 독자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한민국의 대표 작가가 되었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 『봉순이 언니』『착한 여자』『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즐거운 나의 집』『도가니』『높고 푸른 사다리』 등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존재는 눈물을 흘린다』『별들의 들판』『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1, 2』『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딸에게 주는 레시피』『시인의 밥상』 등이 있다. 2001년 21세기문학상, 2002년 한국소설문학상, 2004년 오영수문학상, 2007년 한국가톨릭문학상(장편소설 부문), 그리고 2006년에는 엠네스티 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단편 「맨발로 글목을 돌다」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본문 중에서

우리의 생을 뒤바꿔버린 사건이나 시간들을 통틀어 떠올려보면 그때는 보지 못했던 징후들이 마치 영화의 티저 영상처럼 삶의 거리 여기저기에 깔려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살갗에 닿는 바람결로 봄을 느끼기 전에 이미 여기저기서 조그만 들꽃의 싹이 피어나고 뜻밖에도 양지쪽에 보랏빛 제비꽃이 피어난 걸 보게 되듯이. 몸이 봄을 느끼기 전에 봄의 징후들이 도착하듯이.


그 징후들이 가지고 온 사명의 기호가 해독되는 것은 이미 사건이 종료되고 나서이거나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때라는 것이 삶의 비극이었다. 모든 일이 끝나고 난 후에 다시 돌아보면 삶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스포트라이트는 늘 우리가 그렇다고 믿었던 그곳 말고 엉뚱한 곳을 비추고 있었다. —1부 제 영혼이 밀랍처럼, 7장 중에서


“사랑했나보다. 아직도 사랑하고.”

내가 문득 웃자 안젤로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왜요? 사랑하니까 여기까지 찾아오고 사랑하니까 아직까지 기다리는 거겠죠. 내 마음이 아파요. 아무리 남이 보기에 하찮은 것이라 해도 사랑은 아픈 거잖아요.”

안젤로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서쪽 하늘 저쪽으로 천사의 깃털 같은 구름이 퍼져 있고 그 사이로 생채기처럼 노을이 빨갰다. 안젤로가 말한 사랑이라는 말 때문이었을까. 내 마음은 소희를 보냈던 수도원의 다섯 번째 담벼락을 더듬고 있었다.

“어떤 이유든 사랑은 아프고, 그래서 하느님도 늘 아프세요. 하느님은 사랑하니까요. 난 노을을 보면 그게 상처 난 하느님의 섬세한 마음인 거 같아서 덩달아 마음이 아파요.”

그때 종이 울렸다. 저녁 식사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1부 제 영혼이 밀랍처럼, 58장 중에서


“사랑하라, 요한. 사랑하라.”

목소리는 나의 단전(丹田) 깊숙한 곳으로부터 마음으로 울려 나왔다. 온몸으로 전율이 지나갔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그것이 그분의 음성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것이 그녀를 사랑하라는 그분의 허락이며 이 모든 일을 주관하신 분이 그분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스물아홉 해를 살아와 이제는 내 피부처럼 변한 내 이성(理性)의 검은 옷이 확신을 막았고 나는 잠시 혼란 속에서 그 목소리를 의심했다.

“주님, 저는 당신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나가 놀아도 좋다는 허락을 갑자기 받은 수험생처럼, 뜻밖의 휴가를 명령받은 군인처럼 나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되물었다. 방금 사랑한 것은 당신이 아니었다는 고백도 잊어버리고 나는 실은 겁에 질려 있었다. 십자가의 실루엣 뒤로 희뿌연 빛들이 어렸다. 귀가 멍멍했고 십자가를 제외한 모든 사물은 깊은 어둠 속에 잠겼는데 다시 소리가, 낮고 작고 인자한 소리가 내 마음으로 울렸다.

“내가 그녀를 네게 보냈다. 사랑하여라, 요한.” 

—2부 빈 들에 나가 사랑을, 1장 중에서


“요한 수사님, 악은 수많은 얼굴로 다가옵니다. 사실 사람인 우리가 그것을 식별하는 것은 은총에 의지할 뿐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도 있어요. 우리가 사랑하려고 할 때 그 모든 사랑을 무의미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모든 폭력, 모든 설득, 모든 수사는 악입니다. 너 한 사람이 무슨 소용이야, 네가 좀 애쓴다고 누가 바뀌겠어, 네가 사랑한들 아는 사람 하나도 없어…… 속삭이는 모든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어쩌면 옥사덕이나 남미 로메로의 피살이나 유신 혹은 광주 학살 같은 것은 아직 난이도가 높은 것은 아닐지도 모르죠. 이제 악은 다른 얼굴로 우리에게 달려듭니다. 소리 없는 풀 모기처럼 우리를 각개격파하러 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그것은 무의미입니다.”            

—2부 빈 들에 나가 사랑을, 61장 중에서


“요한 수사님, 슬퍼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그 앞에서 아무것도 감추고 싶지 않았다. 나도 어린아이처럼 담백해지는 듯했다. 나는 눈물이 흐르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토마스 수사님은 조용히 죽 그릇을 물렸다. 눈물을 닦지도 않고 내가 물었다.

“왜 돌아오셨습니까? 이 죽음과 고문의 땅에? 그리고 왜 떠나지 않으셨습니까? 잔인한 신을?”

나는 사춘기에 막 들어선 아이처럼 복받쳐 있었다. 토마스 수사님은 앙상한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았다. 뜻밖에도 그의 손은 따뜻했다. 그는 나를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사랑했으니까요.”

얼핏 내가 숨을 멈추었던 것 같다. 당연하고 놀라운 대답이었다.

“그 질문을 맘에 담고 계셨군요? 저도 여러 번 제 자신에게 물었답니다. 왜냐고……. 때로는 나 자신이 바보 같고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알게 되었죠. 사랑했으니까요. 하느님도 한국도. 사랑은 이랬다저랬다 하는 게 아니니까요. 사랑은 가실 줄을 모르는 거니까요.”             

—3부 그러면 제가 살겠나이다, 29장 중에서

추천사

목차

1부 제 영혼이 밀랍처럼 1~60

2부 빈 들에 나가 사랑을 1~61

3부 그러면 제가 살겠나이다 1~68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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