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왔냐?”
하고 말을 걸기도 했다. 고독한 나머지, 좀 위험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_ 38~39쪽
파리가 앉았던 음식은 이웃 사람들이 같이 돌봐주는 유기견 타로에게 주었다. 먹고 싶은 것을 꾹 참다가 겨우 먹을 수 있게 된 과자를 타로에게 먹일 때는 정말 분했다. 타로는 비스킷도 양갱도 아이스크림도 전병도 뭐든 다 먹었다. 파리가 앉아 있던 된장국에 만 밥을 게눈 감추듯이 먹고도 배탈이 나지 않는다. 파리가 앉지 않았어도 과식하면 이내 배탈이 나서 소화제 신세를 졌던 나는 무엇을 먹어도 아무렇지 않은 타로를 보고 ‘나도 개가 되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_62쪽
어안이 벙벙해진 나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매달리는 고양이’는 그르르릉 목을 울리면서 내 다리에 머리를 비벼댔다.
“우리 집에서는 고양이를 키울 수 없어. 그래서 아무리 그래도 안 돼.”
그렇게 말해도 우뚝 버티고 선 내 다리 주위와 사이에 몸을 비벼대면서 숫자 8을 눕힌 모양으로 돌아다니며 한 걸음도 떼지 못하게 했다. _ 83쪽
“가게를 이 개가 봐요?”
“그려.”
할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이렇게 작은데 말이야, 잘 도와. 내 말 다 알아듣고 손님이 오면 가르쳐주고. 단골손님한테는 애교도 부리고 장사에 소질이 있어. 무엇보다 월급을 안 줘도 되는 게 제일 좋지.” _ 120~121쪽
“배가 고프면 뭐든 먹을 거야.”
하고 확신했지만 우리 새들은 주관이 확실한지 똥고집인지, 하루가 지나도 이틀이 지나도,
‘맛없는 모이는 절대 먹지 않겠어.’
하는 태도를 관철했다. 여전히 온몸으로,
‘불만’
이라는 글자를 표현하고 있다. 물을 마시면서 차가운 눈으로 이쪽을 흘끗 본다. 그리고 파닥파닥 날갯짓을 하면서,
“삐익삐익.”
시끄럽게 울어댔다.
“그것밖에 없다고.”
를 연발하던 엄마였지만, 완고한 새들의 태도에 지고 말았다.
“하여간 너네한테 졌다, 졌어…….” _ 147쪽
“한 마리 키우면 또 한 마리. 그렇게 되면 끝, 두 마리 이상은 다 마찬가지야.” _ 172쪽
“전파사 부부는 어쩐지 이혼할 것 같더라.”
이런 말을 하면서 모습을 지켜보니 지금까지 자고 있던 시로가 벌떡 일어나서 언제나처럼 옆으로 다가와 한쪽 귀를 쫑긋 세우고 음음, 하고 얘기를 듣고 있더란다.
“하여간에. 소문 얘기 할 때만 그래요. 대체 그런 얘기 들어서 뭐가 좋다는 건지.” _ 211쪽
사슴은 정말로 귀여운 동물이다. 생긴 것도 귀엽고 성격도 장난스럽다. 게다가 요전에 유혹에 져서 먹은 사슴고기가 얼마나 맛있던지, 나는 사슴이 더 좋아졌다. 보아도 좋고 먹어도 좋은 사슴을, 나는 앞으로도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 _ 2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