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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서 일어서서

바닥에서 일어서서

인간의 생애와 역사를 가로지르는 실험적 상상력의 묘미

저자
주제 사라마구 지음 / 정영목 옮김
출간일
2019년 12월 11일
면수
564쪽
크기
128*188
ISBN
9788965746782
가격
17,500 원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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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노벨문학상과 『눈먼 자들의 도시』의
세계적인 거장 주제 사라마구의 초기작



인간의 생애와 역사를 가로지르는 실험적 상상력의 묘미

작가 유년의 경험으로부터 탄생한 아이러니의 역작


노벨문학상과 『눈먼 자들의 도시』의 세계적인 거장 주제 사라마구의 초기작 『바닥에서 일어서서』가 해냄에서 출간되었다. 『바닥에서 일어서서』는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 활동 초기에 문학적 명성을 공고히 해준 작품으로, 공화국이 들어선 20세기 초부터 무혈 혁명이 일어났던 1974년 4월 무렵까지 포르투갈 남부 알렌테주의 가난한 소작농들의 삶을 다룬 이야기다. 노동자 계급 출신이면서 독재 정권에 반대해 공산당원으로 활동했던 사라마구의 이 작품은, 소작농이었던 그의 조부모에게서 모티브를 얻었다. 사라마구는 우파 정권의 독재자 살라자르의 오랜 집권 아래 지속되어온 대지주들과 소작농들의 갈등 속에서 억압에 저항하는 인간과 소외 계층의 삶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20세기 포르투갈의 역사와 ‘나쁜 날씨’라는 뜻의 ‘마우템푸’ 일가의 3대에 걸친 여정을 함께 엮어낸 『바닥에서 일어서서』는 제목 그대로 그들이 억압당하고 짓눌리던 존재에서 우뚝 일어서는 존재로 바뀌어 나아가는 과정을 짚어나가고 있으며, 이야기는 폭풍우가 몰려오는 포르투갈 남부의 어느 시골길에서 시작된다. 떠도는 운명을 짊어진 제화공 도밍구스 마우템푸와 그의 아내 사라 다 콘세이상, 파란 눈의 아기 주앙이 새로 이사할 집으로 힘겹게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 이어질 마우템푸 일가의 험난한 여정을 암시한다. 아버지 도밍구스가 목숨을 끊고 어머니 사라가 미쳐버리며 아내가 귀먹는 동안 그들과 마찬가지로 감옥에 수감되고 고문당하며 피폐한 삶을 살아가는 주앙 마우템푸의 이야기는 소설이지만 꽤나 가혹하다. 저자는 공산주의가 태동하던 시기에 사소한 빌미로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탄압했던 군부정권과 교회의 폭정을 마우템푸 일가의 삶에 빗대어 보여주고 있다. 또한 마우템푸 일가의 수난 속에 ‘카네이션 혁명’에 이르는 실제 역사적 사건들을 암시적으로 배치해 20세기 유럽의 새로운 정치와 사회, 문화 국면 속으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쉼표와 마침표만으로 지문과 대화를 구분하는 주제 사라마구의 독특한 서술 방식은 이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느닷없이 산문체로 등장하는 서술자의 짓궂은 농담은 유쾌한 웃음마저 불러온다. 사라마구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많이 반영하고 있어 더욱 현실적이고 애처로운 이 이야기는 작품 활동 초기 사라마구의 정치적 성향과 시대상을 엿볼 수 있어 흥미를 돋운다. 전반적으로 슬프고 음울한 분위기지만 작품 끝에 찾아오는 혁명의 성취가 오늘날 독자들에게도 새 시대의 희망을 보여준다. 

 

급변하는 20세기 포르투갈, 가진 자들의 폭정에 저항해 삶의 조건을 쟁취해나가는 마우템푸 가족의 일대기


땅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을 나누는 세상,
황폐한 가족의 일터에 혁명의 빛이 드리운다!


거센 비바람을 맞으며 제화공 도밍구스 마우템푸는 장인에게 빌린 수레에 짐을 싣고 아내 사라와 아들 주앙을 이끌고 몬트 라브르를 떠난다. 술을 비롯한 여러 문제로 상황이 어려워졌기 때문인데, 상크리스토방에 도착해서도 도밍구스는 선술집을 전전한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들은 란데이라로 이사하게 되고, 도밍구스는 성당지기의 임무를 맡는다. 하지만 성당 사제인 아가메드스 신부의 여조카를 탐내는 눈으로 본 탓에 성당지기 임무에서 쫓겨나자, 이에 반발한 도밍구스는 미사 중 신부에게 완벽한 망신 주기에 성공하고, 결국 마우템푸 가족은 또다시 마을을 떠난다. 그러다 군주제가 무너지고 공화정이 들어서면서 치솟는 물가와 굶주림에 더욱 궁핍해진 사라와 세 아이들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도밍구스를 뒤로한 채 몬트 라브르의 친정아버지 집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아이들은 올가미에 목을 매 생을 마감한 아버지를 대신해서 일찍부터 밀밭의 일꾼으로, 가정부로 나가 일하며 냉엄한 농촌의 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큰아들 주앙이 파우스티나와 결혼해 아들 안토니우와 딸 그라신다, 아멜리아를 낳고 근근이 살 무렵, 살라자르의 독재 정권에 맞서 하루 여덟 시간 노동과 임금 인상의 변화를 요구하는 사회주의 운동이 일어난다. 대지주들과 주교는 일터에 나오지 않는 농민들로부터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군경찰과 공모하여 무고한 노동자들을 체포하기에 이르고, 주앙 마우템푸 역시 파업의 대가로 체포되었다가 가까스로 풀려난다. 이 무렵 사라 다 콘세이상은 거의 매일 남편이 핏자국 난 목을 드러낸 채 올리브나무 숲에 누워 있는 꿈을 꾸다 정신병원에서 세상을 떠난다. 주앙의 아들 안토니우는 군에 징집되고, 큰딸 그라신다는 몬트 라브르의 첫 번째 파업꾼 마누엘 이스파다와 결혼한다. 주앙은 농장 동료들과 파업을 진행하려다 누군가의 밀고로 4년 만에 다시 체포되어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6개월 만에 출옥한다. 제대한 안토니우가 프랑스로 일하러 간 사이 그라신다는 아버지의 파란 눈을 빼닮은 딸을 낳고, 이로써 온 가족들이 모여 아기의 탄생을 기뻐한다. 

한편 몬트 라브르의 밀밭에서는 일자리에 대한 소동과 이를 억누르려는 지주들의 신경전이 반복되는데, 광활한 밀밭의 수확을 포기해서라도 노동자들을 응징하려는 지주들의 횡포에 농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진다. 광장에서 큰 시위가 일어나고, 몇 사람은 다치고 죽는다. 그리고 뒤이어 보수 우파의 독재 정권이 무너지는 ‘카네이션 혁명’ 끝에 소작농들은 대지주의 땅을 점령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주앙 마우템푸는 그의 명이 다하여 가족들의 보살핌 아래서 평온하게 생을 마감한다.

저자 및 역자

주제 사라마구

주제 사라마구

1922년 포르투갈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라마구는 1947년 『죄악의 땅』을 발표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후 19년간 단 한 편의 소설도 쓰지 않고 공산당 활동에만 전념하다가, 1968년 시집 『가능한 시』를 펴낸 후에야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사라마구 문학의 전성기를 연 작품은 1982년작 『수도원의 비망록』으로, 그는 이 작품으로 유럽 최고의 작가로 떠올랐으며 1998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세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사라마구는 환상적 리얼리즘 안에서도 개인과 역사,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며 우화적 비유와 신랄한 풍자, 경계 없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다.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세계의 수많은 작가를 고무하고 독자를 매료시키며 작가 정신의 살아 있는 표본으로 불리던 그는 2010년 여든일곱의 나이로 타계했다.

옮긴이 정영목

옮긴이 정영목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현재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이 있고, 옮긴 책으로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 『죽음의 중지』, 『카인』, 『에브리맨』, 『포트노이의 불평』, 『울분』, 『네메시스』, 『책도둑』, 『메신저』, 『선셋 리미티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등이 있다. 『로드』로 제3회 유영번역상을, 『유럽문화사』로 제53회 한국출판문화상(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본문 중에서

여기, 이곳은 대개는 전원 지대고, 땅이다. 달리 뭐가 부족하건 땅만큼은 공급이 달린 적이 없었는데, 사실 땅이 그렇게 완전히 넘쳐나는 것은 어떤 지칠 줄 모르는 기적으로만 설명될 수 있다. 땅은 분명히 인간보다 앞서 생겼고, 오래, 아주 오래 존재해왔음에도, 여전히 소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늘 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_ 9쪽


그러다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도밍구스 마우템푸가 자신의 마지막 불운에 다다른 것이다. 어느 날 오후, 의자에서 구두 축에 광을 내다가 갑자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앞치마를 풀고, 집 안으로 들어가 옷가지를 챙기고, 빵 통에서 빵을 좀 꺼내고, 모든 것을 배낭에 넣더니 집을 나갔다. 아내는 어린 두 아이들과 일을 하고 있었고, 주앙은 학교에 있었고, 다른 아이는 어딘가에서 빈둥거리고 있었다. 이것이 도밍구스 마우템푸가 마지막으로 집을 나간 때였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나타나 몇 마디 하고 몇 마디 듣기도 하겠지만, 그의 이야기는 끝났다. 그는 이후 이 년을 방랑자로 살게 된다. _ 63쪽


주앙 마우템푸는 이제 가장이고, 맏이다. 첫째의 유산이 없는 첫째,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자이며, 아주 짧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_ 74쪽


민중은 굶주리고 더러워지게 되어 있었다. 자주 씻는 민중은 일하지 않는 민중이다, 아, 도시에서는 다를지 몰라도, 나도 그건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 대농장에서는 서너 주, 때로는 몇 달 동안, 그게 알베르투가 원하는 거라면, 집에서 멀리 나와 일을 해야 하고, 그동안에는 얼굴도 손도 씻지 않고 면도도 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명예와 사내다움에서 중요한 점이다. 만일 씻거나 면도를 한다면, 말도 안 된다고 웃음을 터뜨릴 만한 그런 가정을 현실로 만든다면, 그 사람은 윗사람과 동료 일꾼들 모두에게 놀림거리가 된다. 그게 이 시기와 시대의 훌륭한 점이다,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기뻐하고, 노예가 자신의 굴종을 기뻐한다는 것이. _ 110쪽


내일은 할 일이 있고, 일이 있다니 우리는 운이 좋은 것이다. _ 347쪽


주무실 시간이네요, 좀 쉬셔야 해요. 주앙 마우템푸는 그들이 그에게 준 것이 더블베드라는 것도 의식하지 못한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리지만, 군경찰의 발소리가 아니다. 군경찰이 아니다, 군경찰이 아니다, 마침내 자유다. 그는 잠이 든다. _ 402쪽


이 유월의 밤들은 아름답다. 달이 뜨면 몬트 라브르의 높은 곳에서 온 세상을 볼 수 있다. 뭐, 볼 수 있는 척하자, 우리가 그렇게까지 무지하지는 않으니까, 세상이 훨씬 크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_ 466쪽

추천사

“핵심을 찌르는 책……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와 밀접하게 연관된 소설이다.” _《뉴욕타임스》


“아름답게 기록된 서사시…… 이 작품은 포르투갈 역사의 중요한 시기를 숨 막히는 광경으로 보여준다.” _《데일리비스트》


“사라마구는 아마도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일 것이다.” _ 《시카고 트리뷴》


“주제 사라마구 팬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 작품에 찬사를 보낼 것이다.” _ 《북리스트》


“사라마구의 서술에는 어김이 없다. 성숙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대화하듯 편안하고, 종종 역설적이거나 애정 어린 유머를 보여주며, 늘 스스로 엮어 나아가면서 마치 메마른 땅을 흐르는 강처럼 방황도 하지만 절대 힘을 잃지는 않는다.” _ 어슐러 르 귄, 『어스시의 마법사』의 작가


“이 소설은 통찰과 창의, 또 우화와 아이러니의 예리한 필력으로 유명한 사라마구의 독특한 목소리와 스타일 그 자체이다.” _ 《리얼 심플》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이 폭력과 절망의 장면과 병치되어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_ 《리치먼드타임스 디스패치》


“주제 사라마구를 읽으면, 그 즉시 거장의 존재가 느껴진다.” _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아름답게 빚어진 감동적인 걸작. 사라마구는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인물들의 조용한 삶과 무한한 가능성을 존중할 뿐이다.” _ 《어니언스 AV 클럽》


“최면을 거는 듯 서정적이고 역동적이다. 이 작품은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읽을거리이며, 최고 수준의 픽션이다.” _ 《토론토스타》

목차

바닥에서 일어서서 … 9

옮긴이의 말 … 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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