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 하숙집에 사는 사람 모두가 왼손잡이인가요?”
“너, 의외로 눈썰미가 있다.”
쓰바키가 조금 놀란 듯이 말했다.
“딱히 필수 조건은 아니야. 하지만 부엌 용품이나 도구들이 기본적으로 왼손잡이용이라, 오른손잡이는 불편할지도 모르겠네.”
“치즈루 씨도 왼손잡이인가요?”
“아니, 그 사람은 오른손잡이. 그러니까 일종의 페티시즘 같은 거지.” _ 37쪽
“이 사람은 1층에 사는 화가 세우 씨. 나의 내연의 남편입니다.”
웃고 있는 그녀와는 대조적으로, 그는 내연의 남편이라는 말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무관심한 눈길을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왜 와타누키 씨가 그를 그런 식으로 소개했는지는 얼마 후에 알게 되었다. 내가 그녀와 나이 차가 거의 나지 않는 여자이기 때문이었다. 그 주저를 모르고 독점욕과 오만함도 아랑곳 않는 맹목적인 애정을 알아차리는 순간, 끔찍해서 소름이 다 끼쳤다. _ 51쪽
“아, 고하루 씨는 혹시 좋아하는 사람 없나요?”
그만 포테이토칩을 씹지 않고 삼키고 말았다. 가시덤불 같은 감촉이 목구멍을 통과한다.
나는 추하이 캔을 입에 대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렇구나. 고하루 씨, 성격이 좋은데. 어른인데 마음이 곱다고 할까.”
“고마워.”
나는 밋밋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대놓고 칭찬할 수 있는 점이 야마토의 최대 미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칭찬하는 마음이 연애 감정으로 발전하지는 않는 것일까.
야마토는 요즘 같은 동아리의 여자 선배 얘기만 한다.
프랑스 인형처럼 생긴 얼굴. 아주 분방한 성격. 타고난 용모는 본인의 노력도 재능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데. 열심히 노력하고 헤아려서 타인에게 도움을 주면서도 아무런 보상을 못 받는 인간도 있는데. _ 112쪽
“아, 하지만 그런 스타일도 좋아요. 지금 사는 하숙집, 마와타 장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놀러 오는 여고생이 진짜 천연 공기청정기 같아요.”
“호오. 하숙집, 재미있겠는데. 또 어떤 사람들이 살지?”
“구지라이 고하루라고 체구는 좀 크지만 성격이 좋은 여대생과, 무뚝뚝하기는 해도 사람들을 잘 챙기는 쓰바키 씨. 그리고 진짜 수수께끼에 싸인 주인 여자.”
그런 얘기를 하고 있자니, 가슴속에 따끈한 것이 점차 퍼져갔다. 마치 가족을 소개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_ 204쪽
“내연의 남성은?”
“그러니까 그 말은, 혼자라는 말과 동의어인 거죠.”
내가 단언하자, 스마 씨는 작은 소리로 “그렇군” 하고 중얼거렸습니다. 그러곤 와인 잔에 입을 대고서, 나는 평생 그 맛을 이해하지 못할 새빨간 액체를 비우고는,
“이제 그만 갈까요?”
하고 무척이나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_ 2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