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나에겐 한 가지 능력이 있다. 기(氣)에 민감한 것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이 성가실 만큼 전해지거나 상대의 온몸에 깃들어 있는 생각을 느낀다. 살아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도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영감(靈感)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로 인해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불안하기도 했지만, 좋은 시급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몇 번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이에 조금만 참으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단지 영혼이 보이거나 기를 느끼는 것뿐이다. 실제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_ 28~29쪽
“그 말씀을 들으니 장례식은 돌아가신 분보다 남은 가족을 위한 의식 같네요.”
“그래. 아무리 가족이라도, 이 세상을 떠났다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이런 식으로 후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승화하는 수밖에 없지. 장례는 그런 자리이기도 해.”
그런 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돌아가신 분을 위한 자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새로운 발견은 신선한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마음을 담아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_ 40~41쪽
나는 반도회관의 일을 좋아한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떤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음을 맞이한다. 아무리 의학이 발전했다 해도 인간에게는 반드시 끝이 있다. 남겨진 사람들은 죽은 자를 애도하고 슬퍼하고 배웅하며 가끔은 삶에 대해 생각한다. 면면히 이어지는 슬픔의 감정은 시대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인간의 그런 근본적인 부분을 받아들이는 공간이 바로 반도회관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마지막 시간. 그 시간에 관여하는 게 나에겐 매우 숭고한 일처럼 여겨졌다. _ 97쪽
“이 아이를 위해 이를 악물고 버텨왔는데, 그 버팀목을 잃어버렸으니 얼마나 슬프겠어? 양친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괴로울 거야. 누군가를 위해서 살면, 사람은 그것만으로 강해질 수 있지. 그걸 대신할 만한 삶의 목적이나 마음 둘 곳을 찾으면 좋으련만…….” 관을 바라보는 사토미 씨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런데…… 아이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아.” _ 131쪽
“저 인형에는 상주님의 바람과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부인이 다시는 깊은 슬픔에 잠기지 말고, 앞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으면 하는 바람이. 아직은 빛이 보이지 않아도 앞으로 따님을 가슴에 품고 서로 위로하면서 함께 살아가자는 의지가. 히나 양은 브루가 되어 앞으로도 계속 두 분과 함께 있을 겁니다.” _ 1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