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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

1930년대 포르투갈을 배경으로 정치적 격변을 다룬
주제 사라마구의 또 하나의 대표작

저자
주제 사라마구 지음 / 김승욱 옮김
출간일
2020년 12월 16일
면수
628쪽
크기
128*188
ISBN
9788965749585
가격
18,800 원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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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930년대 포르투갈을 배경으로
방황하는 영혼과 정치적 격변을 다룬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대표작



인디펜던트 외국소설상 수상작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눈먼 자들의 도시』의 세계적 거장 주제 사라마구의 초기작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1984)가 해냄에서 출간됐다. 냉엄한 정치적 현실과 철학적이고 시적인 문장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거장의 글을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이 작품은 비범한 통찰을 선명하게 전달하면서 자연과 인류에 대한 우리의 시야를 넓히고 더 나아가 인간의 양심을 찌르고 심장을 건드린다.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는 시를 쓰는 의사인 히카르두 헤이스(페르난두 페소아의 또 다른 이름 중 하나로, 이는 소설의 주요 모티프가 된다)가 페소아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듣고, 이민을 떠났던 브라질에서 고향인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16년 만에 돌아와 9개월간 겪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 속에는 아마도 죽기 위해 고향에 돌아온 염세주의자 히카르두 헤이스, 세계대전이라는 최악의 시기를 겪기 직전의 노후한 유럽, 이미 죽은 사람이지만 헤이스를 종종 찾아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포르투갈의 위대한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의 세 층위가 겹쳐져 있다. 작가는 분신인 헤이스가 창조자인 페소아보다 9개월을 더 살면서 무덤 속의 페소아를 불러내 새로이 우정을 다진다는 내용을 통해 이 둘의 관계를 독창적으로 활용한다. 

우선 유럽이 파시즘의 광기를 향해 나아가던 1930년대의 유럽, 특히 포르투갈을 히카르두 헤이스 즉 페르난두 페소아의 시각에서 바라보라고 독자에게 청한다. 헤이스와 페소아 특유의 논평과 신문 기사 등 사실적인 기록을 하나로 엮어내고 거기에 작가 본인의 냉소적인 방백이 곁들여지면서 포르투갈의 역사가 재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예술과 삶, 소설과 시, 진정한 사랑에의 갈망과 정신을 압도하는 육체적 욕망, 끈질긴 사회 계급의식, 삶과 죽음 사이의 모호한 경계성, 영혼과 구원의 문제, 광폭한 정치의 비합리성, 도덕과 비도덕, 인간과 인간다움의 문제, 남성과 여성의 본질적 차이와 동등함 등 폭넓은 주제들을 토론하는 페소아와 헤이스의 대화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탐구가 이루어진다. 이와 나란히 작품 속에서 전개되는 사랑의 테마는 인간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으로, 두 여성과 히카르두 헤이스의 관계가 또렷이 대조되며 그려진다. 활기차고 솔직한 성격의 호텔 메이드 리디아, 그리고 왼팔이 마비된 증상에 시달리면서 평범한 삶을 포기한 신중한 성격의 마르센다. 이 두 여성은 손에 넣을 수 없는 이상(理想)이 풍기는 저항할 수 없는 매혹과 남성의 육체적 욕망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보여준다. 

소설에 제시된 인간에 대한 시각은 복잡하고 전체적이다. 사라마구의 주인공은 위태로운 존재이며, 그의 내면에는 낯선 목소리들이 살고 있다. 욕망이 그를 몰아붙이고, 이기심이 그에게 오점을 남긴다. 그는 비범한 동시에 비극적인 생물인 것이다. 모든 인간 또한 다른 인간들 모두와 닮아 보일지라도 확실히 개인으로서 존재한다. 우리는 모두 독특한 존재지만,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모종의 질병, 우리 자신과 분리될 수 없는 모종의 본질적인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 질병이 우리를 규정한다. 각자가 지닌 질병이 곧 우리 자신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그 질병으로 인해 우리는 아주 작아지고, 그 질병으로 인해 우리는 아주 커지는 데 성공한다.” _ 작가의 말



20세기 전반기 유럽 역사의 소설적 재평가

인간 존재의 조건에 관한 철학적이고 시적인 대화


다층적이고 낯선 목소리로 예술과 역사,
욕망과 구원, 삶과 죽음을 관조하되 뒤흔들다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의 주인공 히카르두 헤이스는 의사이자 시인이다. 모종의 정치적 이유로 포르투갈을 떠나 브라질로 갔다가, 페르난두 페소아의 사망 소식을 듣고 16년간의 브라질 생활을 청산한 뒤, 1935년 12월 29일에 포르투갈로 돌아온다. 

포르투갈로 돌아와 몇 달간 묵게 된 리스본의 브라간사 호텔에서 헤이스는 페소아 유령의 방문을 받고, 함께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나누며 기묘한 우정을 다진다. 페소아는 앞으로 약 9개월간만 세상에 머물 수 있고, 헤이스는 호텔에서 완전히 대조되는 두 여성을 만나 사랑의 문제에 직면한다. 어느 날, 헤이스는 갑자기 보안 경찰국에 불려가 신문을 받고 이후로도 감시를 당한다. 브라질로 이민 간 이유도, 다시 돌아온 이유도 정치적으로 석연치 않고, 돌아온 이후에도 아무런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당국이 수상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리디아와의 일과 보안 경찰국에서의 일 등으로 호텔에 머물기 불편해진 헤이스는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 헤이스는 아파트 근처의 심장 전문병원에서 임시로 일하게 되고, 마지막 손님으로 나타난 마르센다와 병원 진료실에서 마지막으로 키스를 나눈다. 헤이스는 마르센다에게 청혼하지만, 그녀는 마비된 왼손의 치료를 위해 성지 파티마로 간다는 소식을 남기고 떠나버린다. 헤이스는 마르센다를 만나고 싶은 생각에 파티마를 찾아가지만, 마르센다와 만나는 일도, 병자가 치유되는 일도, 그 어떤 기적도 없었다.


“내가 신들에게 바라는 것은 그들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해달라는 것뿐.”


1930년대에 포르투갈은 이미 유럽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위치로 떨어져 있었다. 사라마구는 “포르투갈의 소심한 목소리”를 언급한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소심한지는 몰라도, 놀라울 정도로 개성 있는 목소리다. 남들의 예상대로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지만, 과거의 영광과 사라지지 않는 가치를 잘 알고 있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포르투갈의 영웅, 성자, 미래를 내다본 사상가, 시인 등이 남긴 모범과 그들의 정신에 대해……. 그리고 사라마구는 다음과 같이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포르투갈의 역사는 유럽 역사가 아니다. 그러나 포르투갈의 역사가 없었다면 유럽 역사를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사라마구의 가장 뛰어난 작품들 중 하나는 1984년에 간행된 『히카르두가 죽은 해』이다. 형식상으로는 사건들이 군사독재정권 중인 1936년 리스본에서 일어난다. 소설에는 비현실적인 분위기가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이런 분위기는 죽은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가 반복적으로 주인공(페소아의 창조물들 중 하나)을 찾아가서 존재의 조건들에 대해 대화를 나눔으로써 강조된다. 그가 마지막으로 방문할 때에는 둘이 함께 세상을 떠난다.” _ 1998년 노벨문학상 수상 당시 한림원 보도자료에서

저자 및 역자

옮긴이 김승욱

옮긴이 김승욱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대학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19호실로 가다』 『우아한 연인』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비롯하여,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 『노년에 대하여』 『스토너』 『사형 집행인의 딸』 『신 없는 사회』 『분노의 포도』 『돌로레스 클레이본』 등 다수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주제 사라마구

주제 사라마구

1922년 포르투갈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라마구는 1947년 『죄악의 땅』을 발표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후 19년간 단 한 편의 소설도 쓰지 않고 공산당 활동에만 전념하다가, 1968년 시집 『가능한 시』를 펴낸 후에야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사라마구 문학의 전성기를 연 작품은 1982년작 『수도원의 비망록』으로, 그는 이 작품으로 유럽 최고의 작가로 떠올랐으며 1998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세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사라마구는 환상적 리얼리즘 안에서도 개인과 역사,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며 우화적 비유와 신랄한 풍자, 경계 없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다.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세계의 수많은 작가를 고무하고 독자를 매료시키며 작가 정신의 살아 있는 표본으로 불리던 그는 2010년 여든일곱의 나이로 타계했다.

본문 중에서

내가 신들에게 바라는 것은 그들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해달라는 것뿐. 이 말을 적고 나니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순간이 있다. 우리는 방금 자신이 말하거나 글로 쓴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오로지 그 말을 거둬들이거나 글자를 지우기가 불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라도. 그러나 침묵하고 싶다는 유혹이 온몸에 퍼진다, 신들처럼 조용히 움직이지 않고 지켜보는 것만 하고 싶다는 침묵의 매혹. _ 65쪽


내가 잠을 받아들인다면, 그건 꿈을 꾸기 위해서일세. 꿈을 꾸는 건 이곳에 부재하는 것, 이면에 가 있는 것이지. 하지만 인생에는 두 가지 면이 있어, 페소아, 적어도 두 가지일세, 그런데 우리가 삶의 이면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꿈뿐이지, 죽은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은 직접 경험한 바에 따라 삶의 이면에는 죽음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 테지. 글쎄, 난 죽음이 뭔지 모르겠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삶의 이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게 맞는지 별로 확신이 안 들어, 내 생각에 죽음은 그냥 있는 것으로 스스로를 한정하거든. 죽음은, 그것은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것이다. 그럼 그냥 있는 것과 존재하는 것이 서로 다른가. 그래, 친애하는 헤이스, 그냥 있는 것과 존재하는 것은 서로 다르네, 단순히 두 표현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 아니야, 오히려 그 둘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두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야지. _ 135쪽


히카르두 헤이스가 스페인의 상황에 대해 아는 것은 모두 식사 때 들려온 손님들의 대화나 신문을 통해 접한 것이다. 반대파의 온상, 공산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와 노조 운동가가 시작한 선전 활동, 그들의 선전은 노동계급으로 파고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육군과 해군의 군인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히카르두 헤이스가 보안 경찰국에 소환된 이유를 이제 이해할 수 있다. _ 295쪽


우리와 함께 돌아다니는 것, 우리에게 동무가 되어주는, 참을 만한 외로움. 그런 외로움이라 해도 때로는 참을 수 없어진다는 점을 자네도 인정해야 하네, 우리는 누군가의 존재, 목소리를 갈망하니까. 때로는 그 존재와 목소리가 외로움을 견딜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다네. _ 344쪽


선생님이 절망할 이유는 뭔가요. 딱 하나뿐입니다, 공허감. _ 376쪽


산 사람들을 서로 갈라놓은 벽은 산 자와 죽은 자를 갈라놓은 벽만큼이나 불투명하다네. 이 말을 믿는 사람에게는 죽음이 위안이겠군. 꼭 그렇지는 않네, 죽음은 일종의 양심이거든, 모든 것에 대해, 죽은 사람 자신과 그 삶에 대해 판결을 내리는 판관일세. _ 417쪽


인간적인 불안은 무익하고, 신들은 현명하며 무심하고, 그들 위에 운명이 있지, 신들조차 복종해야 하는 최고의 질서. 그럼 인간은,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가. 질서에 도전하고, 운명을 바꾸는 것. 좋은 쪽으로.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다를 게 없네, 중요한 건 운명이 운명이 되지 않게 하는 거야. _ 509쪽

추천사

“활달하고 흥미로우면서도 위협적인 소설.” _《뉴욕타임스 북리뷰》


“인간관계와 꿈에 관한 풍요로운 이야기.” _《뉴욕타임스》


“절묘한 역작,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출간된 최고의 소설 가운데 하나.” _《블룸스버리 리뷰》


“전적으로 놀라운 작품.” _《월스트리트 저널》


“굉장하다. 내가 읽은 최고의 소설들 중 하나로 꼽힌다.” _《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그의 소설들 중에서 가장 위대하다.” _《뉴 스테이츠먼》


“사라마구가 왜 위대한 소설가인지를 보여준다. 세련된 관조적 지성, 위대한 철학적 무게를 지닌 극적 작품이다.” _《인디펜던트》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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