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허공에 던져졌다. 중력에서 자유로워지며 전신이 가벼워졌다. 동시에 많은 것에서 해방된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 뭔가에 얽매일 필요가 없었다. 시시한 규칙도, 윤리도, 도덕도.
나는 자유다. _ 9쪽
“너도 유리코 님이 되고 싶어?”
이것이 정해진 대사다. 내 이름이 유리코라는 걸 알고 유리코 님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에 참가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솔직히 말하면 성가신 이야기였다. 한때는 유리코 님이 되면 좋겠다고 상상하기도 했지만 그 또한 진심은 아니었다. 온갖 곤란한 상황과 위험에 휩쓸리는 일까지 감수하면서 유리코 님이 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_ 55쪽
“초대 유리코 님의 자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문헌에 따르면 그 원인은 집단 괴롭힘과 실연 때문인 듯합니다. 유리코 님은 심한 집단 괴롭힘을 당했고, 동시에 슬픈 실연을 했나 봐요. 아무래도 그 괴로움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모양입니다.” _ 111쪽
양 갈래로 땋은 머리와 붉은 셔츠의 효과는 절대적이었다. 복도에서는 지나가던 학생들이 길을 비켜주고 사방에서 관심 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교실에서도 예전 같은 명백한 무시와 비웃음은 자취를 감췄다. 물론 험담을 쓴 종이를 구겨서 던지는 일도 없었다. 나는 이 차림 하나로 학급의 그림자 같은 존재에서 두려움의 존재로 변신했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세계를 바꿀 수 있다니. 나는 도취되었다. 변신하고 싶은 소망을 이룬 것 같았다. 잠들어 있던 어린 마음을 깨운 것 같은 기분이었다. _ 144쪽
“유리코, 네 공이 커.”
하지만 미즈키는 근거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단추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밀실을 깰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의문이 남아 있는 나를 앞에 두고 미즈키는 확고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_ 208쪽
“이렇게 된 이상 도박을 걸 수밖에 없겠어.”
미즈키가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하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도박이라니?”
미즈키는 시선을 앞으로 향한 채 대답했다. “곧 축제가 시작돼. 전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범인의 정체를 밝혀 보이겠어.”
미즈키의 눈동자는 불꽃이 타는 것 같았다. 마음을 정한 듯 빛났다.
“이제 슬슬 끝내자. 유리코 님을 둘러싼 사건들을.”
그렇게 말하는 미즈키의 아름다운 옆모습에 결의가 넘쳐흘렀다. _ 246~2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