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그림자는 다른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우는 칠판에서 빠져나온 그림자가 재훈 샘 코털 몇 가닥을 잡아당기다가 벽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윽,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냄새도 정말 지독했어. 삼백 년 묵은 입 냄새가 나더라니까.”
— <1. 검은 그림자를 보는 아이> 중에서
천년손이는 들고 있던 사진을 지우에게 내밀었다. 사진 속 지우는 황금색으로 아름답게 빛났다.
“색귀는 사진에 찍히면 검게 나옵니다. 지우님이 보신다는 검은 그림자처럼 말입니다. 인간은 붉은색이고요.”
“저는 왜 황금색이죠?”
“그야 아주 특별하니까요. 황금빛이 나는 인간이 삼천 년 전에 딱 한 명이 있었지요. 삼장법사라는 분인데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과 함께 선계의 비밀 업무를 수행했답니다.”
— <4. 저는 특별하지 않아요> 중에서
“먼저 가 있을게요. 수아랑 같이 오세요.”
인사를 마친 천년손이가 두루마리 앞에 서는가 싶더니 홀연 사라졌다. 그때 두루마리 안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였다.
“수아야, 여기서 무슨 소리가 나.”
지우가 두루마리에 귀를 갖다 대는 순간 수아가 지우를 힘껏 떠밀었다. 지우는 인정사정없이 두루마리로 굴러떨어져 버렸다.
— <8. 선계 배틀에 참가하실래요> 중에서
지우는 그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지우가 천천히 주먹을 펴는 순간, 주변에 있던 신선들이 모두 아아아, 하면서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환혼석이다. 환혼석이 새로운 주인을 찾았어.”
돌멩이에는 눈동자가 정교하게 그려져 있었다.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눈을 깜빡거리던 환혼석은 지우와 눈을 마주치자 수줍은 듯 눈을 감았다 떴다.
— <9.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까> 중에서
‘나는 지금 서라벌 왕궁에 와 있다. 나는 마립간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 그게 무엇이든…….’
지우는 갑자기 몸에서 뭔가 따뜻한 기운이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지우의 목에 걸린 환혼석이 대롱거리더니, 눈동자가 번쩍하고 눈을 떴다. 푸르고 붉고 노랗고 하얗고 검은 오색 기운이 환혼석에서 나와 지우 손으로 옮겨갔다. 그러고는 주변의 모든 것을 뒤덮었다.
— <14. 환혼석의 힘> 중에서
“지우님은 우투리님이 힘이 세고 날개가 달렸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는 게 안타까우셨을 겁니다. 사실 지우님은 우투리님을 보면서 그림자를 보는 것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던 자신이 생각난 거예요. 그렇지 않나요?”
그 말에 지우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천년손이의 말을 듣는 순간 지우는 자신이 우투리를 보고 왜 그렇게 슬프고 속상했는지 깨달았다. 지우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던 우투리와 자신을 하나로 생각했던 것이다.
- <20.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