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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이트

스카이라이트

주제 사라마구 사후에 출간된 유일한 유고작

저자
주제 사라마구 지음 / 김승욱 옮김
출간일
2021년 07월 14일
면수
456쪽
크기
128*188
ISBN
9791167140036
가격
17,500 원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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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주제 사라마구 사후에 출간된 유일한 유고작

비범한 정직성과 통찰력이 엿보이는 경이로운 작품



“스카이라이트, 사라마구 문학의 지도 같은 책!”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눈먼 자들의 도시』의 세계적 거장 주제 사라마구의 초기작이자 유고작 『스카이라이트』(2011)가 해냄에서 출간됐다. 초기작이면서 유고작이라는 특이성을 지닌 이 작품에는 사실 연유가 숨어 있다. 1947년 첫 장편소설 『죄악의 땅(Terra do pecado)』이 출간된 이후인 1953년에 주제 사라마구는 『스카이라이트(Claraboia)』를 출판사에 투고했다. 그로부터 36년 뒤, 투고된 원고를 우연히 찾았으며 출간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지만 작가는 출간을 거절했고 이 작품은 빛을 보지 못했다. 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스카이라이트』를 출간하자고 사라마구를 설득했지만, 그는 고집스럽게 거부하면서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출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주제 사라마구는 이 소설을 다시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것이 괜찮은 작품이며, 이후 자신의 소설들에 자주 등장한 여러 테마가 여기에 담겨 있고, 나중에 더 온전하게 발전시킨 목소리를 이 원고에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스카이라이트』는 작가가 이후에 문학적으로 천착한 모든 테마가 들어 있는, 사라마구 문학의 지도 같은 책이다. 섬세하고 간결하게 인물을 묘사하고, 진부한 상황에서 심오함과 보편성을 찾아내며, 고요한 가운데 관습을 전복하는 능력이 돋보이는, 놀랍도록 성숙하고 자신감 넘치는 소설이다. 주제 사라마구는 『스카이라이트』에서 자신의 본능만을 지침으로 삼고, 페소아, 셰익스피어, 에사 드 케이로스, 디드로, 베토벤을 즐거운 동무로 삼아 어느 임대 아파트 주민들로 이루어진 소우주를 묘사한다. 여기에서는 사라마구의 작품에 등장하는 일부 남자들의 원형을 찾을 수 있다. 『회화와 서도 안내서』의 H,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의 히카르두 헤이스, 『리스본 쟁탈전』의 라이문두 실바,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의 주제, 『죽음의 중지』의 첼리스트, 『카인』의 카인, 『예수복음』의 예수 그리스도, 『동굴』의 시프리아노 알고르 등 자신의 내면에만 초점이 맞춰진 삶을 깨고 나오기 위해 사랑을 발견할 필요가 있는 자유롭고 고독한 존재들을. 또한 사라마구 특유의 강인한 여자들도 나온다. 이 여자들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는 더욱더 관습에서 벗어난다. 예를 들어 리디아는 내연녀지만 사업을 하는 애인 앞에서 품위를 잃지 않는다. 또한 동성애도, 가문의 내력인 유순한 성격도 솔직하게 다룬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강간, 맹목적인 본능, 권력 투쟁, 잡다한 불행과 고생을 겪으면서도 좁은 세상에서 정직하게 살아가는 인생이라고 표현했을 만한 것들에 대한 두려움도 마찬가지다.



주제 사라마구의 마지막이자 첫 시작을 여는 입문서


“누구도 다른 사람을 사랑할 의무는 없지만,

우리 모두는 서로를 존중할 의무가 있다”


1952년 포르투갈 리스본의 봄. 허물어져가는 자그마한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파트 1층에 사는 구두장이 실베스트르와 마리아나 부부는 빈방에 세입자를 들이기로 결정한다. 옆집에는 권태기에 빠진 카르멘과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에밀리우 폰세카 부부, 여섯 살짜리 아들 엔리키뇨가 살고 있다. 2층에는 2년 전 어린 딸을 잃은 주스티나와 야간에 일하는 신문사 식자공 카에타노 쿠냐 부부가 살고, 그 옆집에는 부유한 사업가 파울리누 모라이스의 내연녀 리디아가 살고 있다. 리디아는 가끔씩 들러 돈을 받아가는 속물적인 어머니를 지긋지긋해하는 중이다. 3층에는 아드리아나와 이자우라 자매, 둘의 어머니 칸디다와 이모 아멜리아가 산다. 이들 가족은 베토벤 등 클래식 음악을 사랑해 함께 라디오를 듣는 것이 낙이다. 그 옆집에는 안셀무와 로잘리아 부부, 19세의 딸 마리아 클라우디아가 산다. 이들 부부는 리디아를 좋지 않게 생각하면서도, 그녀를 통해 모라이스에게 딸의 일자리를 부탁한다. 1층의 실베스트르 부부의 집에 들어온 세입자는 아벨 노게이라로, 틀에 갇히고 싶어 하지 않으며 인간관계에 어떤 가치도 두지 않고 무관심하게 살아가는 청년이다. 젊은 시절 사회주의적 이상을 좇아 행동했던 실베스트르는 고통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인간에 대한 희망과 사랑을 잃지 않는다. 그는 권태와 회의주의에 빠진 아벨과 체커를 두면서 삶과 사랑에 대해 철학적인 대화를 나눈다. 



“내 시대는 지나갔네.”

“그래서 저를 쉽사리 비판하시는 겁니다. 체커 한 판 두시겠습니까?”


『스카이라이트』의 배경은 1940년대 후반의 리스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살라자르의 독재는 아직 끝나지 않아서 모든 것 위에 그림자나 침묵처럼 그 영향이 드리워져 있다. 하지만 정치적인 소설은 아니므로 검열 탓이라기보다는 기성 가치관을 거부하는 내용 때문에 오랫동안 출간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가정은 따뜻한 온상이 아니라 지옥의 상징이며, 인물들은 냉정한 현실보다 꾸며낸 외관을 더 중요시한다. 또한 겉으로 보기에는 찬양받아 마땅한 유토피아의 꿈에 사실은 알맹이가 없음이 드러난다. 이 소설은 여성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명백하게 비난하며, 동성 간의 사랑을 현실적인 괴로움은 있을망정 자연스러운 것으로 바라본다. 이처럼 강력한 주장이 담긴 책이 출간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렸다. 비록 『스카이라이트』는 주제 사라마구의 가장 마지막 소설이 되었지만, 문을 닫는 작품이 아니라 오히려 활짝 열어 젖히는 작품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가, 사라마구가 젊었을 때 했던 말을 곱씹으며 그의 다른 소설들을 읽고 또 읽어볼 수 있다. 『스카이라이트』는 사라마구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통로로서, 독자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발견을 안겨줄 것이다. 마치 완벽한 원이 완성된 것처럼. 마치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스카이라이트』가 출판된 나라들, 즉 그의 모국어를 사용하는 포르투갈과 브라질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이 ‘새’ 작품에 대해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래, 사라마구가 새 책을 내놓았다. 우리의 심금을 울리고, 기쁨과 탄성을 자아내는 신선한 책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다가 우리는 깨닫는다. 이것은 작가가 이미 이곳에 존재하지 않게 된 뒤에도 우리와 계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남겨둔 선물임을.” _ 주제 사라마구 재단 회장 필라르 델 히우의 서문에서

저자 및 역자

주제 사라마구

주제 사라마구

1922년 포르투갈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라마구는 1947년 『죄악의 땅』을 발표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후 19년간 단 한 편의 소설도 쓰지 않고 공산당 활동에만 전념하다가, 1968년 시집 『가능한 시』를 펴낸 후에야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사라마구 문학의 전성기를 연 작품은 1982년작 『수도원의 비망록』으로, 그는 이 작품으로 유럽 최고의 작가로 떠올랐으며 1998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세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사라마구는 환상적 리얼리즘 안에서도 개인과 역사,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며 우화적 비유와 신랄한 풍자, 경계 없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다.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세계의 수많은 작가를 고무하고 독자를 매료시키며 작가 정신의 살아 있는 표본으로 불리던 그는 2010년 여든일곱의 나이로 타계했다.

옮긴이 김승욱

옮긴이 김승욱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그들』, 『침략자들』,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19호실로 가다』, 『제1구역』, 『대담한 작전』, 『우아한 연인』, 『나보코프 문학 강의』,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분노의 포도』, 『스파이의 유산』, 『고양이에 대하여』, 『스토너』,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 『니클의 소년들』, 『듄』, 『완벽한 스파이』 등이 있다.

본문 중에서

부엌에서는 남편과 아내가 결혼 생활 20년이 넘은 부부답게 대화 겸 독백을 시작했다. 진부한 이야기들, 순전히 뭔가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내놓은 말들. 모두 중년의 평안한 잠을 위한 서막일 뿐이었다. _ 70쪽


“저, 체커 게임을 한 판 했으면 싶은데요. 세뇨르 실베스트르는 어떠십니까?”

실베스트르의 코끝이 살짝 간질거렸다. 기대감에 마음이 들떴다는 확실한 징조였다. 그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 순간 자신과 아벨이 아주 친한 친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말했다. “나도 마침 그 말을 하려고 했네.” _ 139쪽


“죽음? 그런 생각을 하다니. 난 절대 서둘러 죽을 생각이 없어!”

“그럼 무슨 뜻입니까?”

“눈을 감는 건 단지 앞을 볼 수 없게 된다는 뜻일 뿐이야.”

“그래서 볼 수 없게 되는 것이 뭐죠?”

실베스트르는 팔을 휘두르듯이 움직여 주위를 가리켰다.

“이 모든 것…… 인생…… 사람들.”


“그것도 수수께끼 같네요. 무슨 뜻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_ 238쪽


아들을 품에 안은 채로 에밀리우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가 모두 평범하고 지루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래는 지금 그의 품에 안겨 있었지만, 그의 미래라고 할 수는 없었다. 몇 년만 지나면, 지금 기꺼이 그의 가슴에 안겨 있는 이 머리가 스스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_ 267쪽


“여자들은 남자를 이해하지 못해. 우리가 여자를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결코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야.”

“물론이죠. 여자들도 똑같은걸요.” _ 320쪽


그는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살짝 피곤했다. 우울한 가로등 몇 개의 불빛은 희미하기 그지없었다. 모든 창문이 어둡게 닫혀 있었다. 그의 집 창문도 마찬가지였다. _ 418쪽

추천사

“앞으로의 주제 사라마구 스타일이 소설 내내 암시된다. 『스카이라이트』는 빛난다.” _ 《뉴욕타임스》


“『스카이라이트』는 부족함 없는 경이로운 작품.” _ 《워싱턴포스트》


“매력적인, 놀랍도록 성숙한 『스카이라이트』, 이 책은 보석이다.” _《보스턴글로브》


“이렇게 비범한 정직성과 통찰력 있는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시간문제였을 뿐이다.” _《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비관적이나 황량하지 않고, 서정적이나 감상적이지 않다. 뛰어나게 구조화된 이 소설에는 놀랍도록 신랄한 순간들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도 가장 불안하고 취약하며 진실한 인간성을 보여준다.” _《인디펜던트》


“근본적으로 독창적인 예술가의 느린 발전을 조명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소설이다. 1953년 당시에는 적절하지 않았을, 소설의 명시적인 섹슈얼리티는 지금에 와서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여러 등장인물을 옮겨 다니면서 느슨하게 구성된 이야기에는 발자크 및 자연주의자들의 전통을 잇는 상당히 비열한 악행뿐만 아니라 건조한 유머와 환상적 장면 또한 포함된다.” _《가디언》


“등장인물들이 극도로 공명하는 방식으로 함께 호흡하도록 만들었다. 젊은 사라마구의 재능이 엿보인다.” _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

목차

서문 : 세월 속으로 사라졌던 책 … 8

스카이라이트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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