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강은 인간의 나약함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몸소 겪어 아는 것이었기에, 인간의 나약함을 얕보기보다는 인간이 본디 갖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빛나는 ‘지성’에 이런 ‘나약함’이 더해졌을 때, 그토록 매력적으로 사람을 빠져들게 만드는, 깊고 부드러운 ‘관용’의 눈빛이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요. _ 22쪽
“인간은 고독하게 태어나, 고독 속에 죽습니다. 그렇기에 사는 동안에는 되도록 고독해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_ 27쪽
사강은 언제나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생각이 지나칠 정도로. 그 이유를 묻는 말에 사강은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서가 아닐까요”라고 대답합니다.
“언제나 자신감에 넘치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매 순간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죠. 자신이 없다는 것이 저의 에너지인 셈입니다.” _ 59쪽
“유행이나 달달한 향수, 플라스틱, 텔레비전을 싫어합니다. 텔레비전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싫습니다. 쩨쩨한 근성, 질투심, 관용 없음도 아주 싫어합니다. 제 앞에서 누군가가 망신을 당하는 것도 허락할 수 없습니다. 인간에 대한 갖가지 편견들도 너무 싫습니다.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이나 맹목적으로 습관을 따르는 사람도 싫어합니다. 비판을 좋아하는 태도, 거만한 태도, 젠체하는 태도…… 자신의 무지에 만족하는 사람도 너무 싫습니다.” _ 125쪽
절망은 밤보다 아침에 오지만, 고독은 밤에 찾아옵니다.
그런 밤, 가만히 다정하게 다가오는 것이, 마찬가지로 고독을 견디는 걸 두려워했던 사강이었습니다. _ 217~2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