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돈이다? 아니, 선택이다!”
가성비 ‘최고’ 후회 ‘제로’ 선택을 위해
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생각과 마음의 시스템
기본적으로 사람은 합리적으로 선택하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는 합리적으로 선택해서 효용을 높이는 데 성공한다. 누가 뭐래도 100만 원보다는 200만 원을 얻을 수 있는 길을 따른다. 다만 처리해야 하는 정보가 매우 많거나 급히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합리적으로 선택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한다는 뜻이다. 냉철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는 컴퓨터나 AI가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감정에 휩싸인 결과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손해가 될 선택을 한다. 두 자릿수의 곱셈, 아니 덧셈조차 계산기 없이는 하기 힘들어하는 존재가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의 합리성은 ‘제한적’이다.
— <1장 사람은 AI가 아니다: 이상현상> 중에서
사람이 감정 휴리스틱에 의해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기업은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소비자의 감정에 호소하고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먼저 ‘감정 꼬리표(tag)’를 활용하는 전략이 있다. 소비자의 심리적 만족도를 높여 제품의 본래 가치보다 더 높게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이때 유용하게 쓰이는 꼬리표가 웰빙, 국산, 자연산, 신선, 프리미엄, 유기농 등이다.
여기에 더해서 부정적 이미지를 주는 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의 경우에는 ‘0퍼센트’, 국산이나 유기농 등의 경우에는 ‘100퍼센트’를 강조하는 꼬리표를 추가한다. 자녀에게 최상의 음식을 먹이려는 부모의 감정에 호소하기 위해서 분유 시장에서는 고급이나 프리미엄 같은 말로도 모자라 앱솔루트, 임페리얼, 그랑노블 등 꼬리표 인플레이션 현상마저 나타난다.
— <2장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 휴리스틱> 중에서
나이 먹은 사람은 자신이 젊었을 때를 준거점으로 삼고 요즘 젊은 사람을 평가한다. 준거점과 멀리 떨어진 행동을 하니 젊은 사람이 마음에 들 리 만무하다. ‘그때가 좋았지’ 하면서 과거를 그리워한다. 이런 경우를 므두셀라 증후군이라 한다. 반면에 젊은 사람은 자신이 사는 현재와 옆에 있는 친구들이 준거점이다. 이들에게는 당연히 경험해 보지 못한 그때가 좋을 리 없으며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서로 다른 준거점을 설정한 채 상대방을 평가하니 ‘요즘 것들은……’ ‘라떼는……’ ‘꼰대들이란……’ 같은 말들이 끊이질 않고 세대 차이는 좁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준거점을 상대방 중심 또는 미래를 향해 설정하면 세대 차이는 예상외로 쉽게 좁혀질 수 있다.
— <3장 상대적 변화와 손실에 민감하다: 전망 이론> 중에서
기말시험이든 대학수학능력시험이든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계획을 세워놓고 공부하고 있는 학생을 생각해 보자. 이 학생은 매일 문제집을 5장씩 푼 후에 잠을 자기로 결심하고 매일 저녁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어느 날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문제집 5장을 모두 풀었다. 목표의 조기 달성이다. 여러분이 이 상황이라면 잠을 자겠는가, 아니면 한 시간 동안 다른 문제를 더 푼 후 잠을 자겠는가?
아마도 일찍 잠을 자는 선택을 한 학생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당일 목표를 채웠으니 일찍 잠을 자도 좋다는 판단에서이다. 뉴욕 택시기사의 선택과 다르지 않다. 심적 회계의 덫에 걸려들었다.
진정한 목표는 궁극적으로 기말시험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일이다. 하루 목표를 조기에 달성한 날에는 한 시간 동안 문제를 더 푼 후 잠을 자는 것이 최종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 심적 회계의 판단 기준을 하루가 아니라 1년이나 2년으로 길게 잡는다면 목표를 일찍 달성한 날에 바로 잠을 자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 <4장 생각이 틀에 갇히다: 프레이밍 효과> 중에서
지금껏 무수히 많은 계획을 세워봤을 것이다. 수학 문제집 한 권을 두 달 안에 끝내기, 영어 필수 단어 1,000개를 한 학기 동안 모두 외우기, 여름 방학에 추천 도서 5권을 읽고 독후감 쓰기, 용돈을 절약해서 1년 만에 몇십만 원 모으기 등 계획의 종류도 다양하다. 자신이 세 계획을 목표 기간 안에 달성한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절반 정도라면 대단한 실적이라 평가해도 좋다. 나 역시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애석하게도 대부분은 ‘달성 실패’이다.
사람이 수행해야 할 과제를 마무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예측하면서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편향을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라 한다. 그렇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자. 오죽 보편적으로 발생하면 학자들이 이런 용어까지 만들었을까. 계획 오류는 어지간해서는 피해가기 힘든 인지 오류 가운데 하나이다. ‘계획은 어기라고 있는 것’이라는 농담이 만들어진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계획은 현실에서 실현되기 힘든 최상의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 <5장 착각은 자유다: 확신과 정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