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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길들로부터의 위안

오래된 길들로부터의 위안

서울 한양 도성을 따라 걷고 그려낸 옛 동네 답사기

저자
이호정 지음
출간일
2022년 09월 26일
면수
340쪽
크기
152*195
ISBN
9791167140500
가격
19,000 원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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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서울에서

가장 천천히 흘러가는 옛길과 옛 동네를 걷다


600년 역사를 지닌 한양도성과 그 안팎의 서울 이곳저곳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면서도 부러 시간을 내어 오래된 성벽과 돌, 성가퀴, 낡은 기와를 들여다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오래된 길들로부터의 위안』은 2017년부터 5년간 이호정 작가가 두 아이와 함께 한양도성 안팎의 옛길과 동네를 답사한 기록을 한데 모아 엮은 책으로, 오래된 길들의 역사와 정감이 잊혀가는 가운데 우리가 바쁘게 살아가며 간과해 온 옛것들에 주목한다.


이호정 작가는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서울의 도시계획 현장에서 치열하게 오랫동안 일했다. 서울특별시 경관계획, 북촌 제1종지구단위계획, 서원마을 제1종지구단위계획 등 도시경관 및 지구단위계획과 관련된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작가는 ‘걷는 사람’의 눈에 비친 길 위의 풍경과 깊은 감동을 손수 그린 70여 점의 세밀화와 글 속에 담아내며, 한양도성 주변의 역사와 보존에 대한 지식과 소양을 바탕으로 도시의 미래를 담담히 성찰한다.

한양도성은 태조 5년이던 1396년에 축조되어 전체 길이가 18킬로미터에 이르고 그중 약 70퍼센트 정도가 남아 있는데, 현존하는 세계 수도의 성곽유산 중 가장 큰 규모이며 가장 오랫동안 도성 기능을 수행해 왔다. 늘 곁에 있었기에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서울은 이러한 품격 있는 ‘울타리’와 600년의 스토리로 둘러싸인 역사 도시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한양도성을 순성하는 내용의 1부와 도성 안팎 서울의 옛 동네를 답사하는 내용의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성북쉼터에서 출발해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걸으며 혜화문, 낙산, 흥인지문, 다산성곽마루, 숭례문, 인왕산 성곽, 창의문, 세검정, 숙정문 등 여러 역사 유적을 돌고 다시 성북쉼터에 도착하는 여정을 다룬다. 서울의 동서남북으로 이어진 한양도성을 톺으며 자연과 도심의 변해가는 풍광과 역사의 숨결을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부암동, 인사동, 익선동, 권농동, 가회동, 원서동과 같은 도성 안팎의 옛 동네들과 오간수문, 이간수문 등 서울의 옛 물길을 답사한다. 아직 옛 모습을 간직한  동네들의 정감을 전하고, 도시 개발에 따라 변화해 가는 새로운 공간으로서의 옛 동네를 소개하기도 한다.


거대 도시의 한편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공간에 새겨진 역사와 삶의 기억을 생생히 마주하다 


작가는 한양도성을 순성하며 마주치는 공간과 유적들이 겪어온 역사적 변화 과정을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흥미진진하게 들려주며, 그 시선은 오늘날의 도시 보존과 개발 정책으로까지 이어진다. 외세 침입과 급격한 근대화 속에 한양도성이 훼철되고 도시 개발을 위해 사라져가는 과정의 쓸쓸함과, 반대로 현대의 감각과 손길로 다시 태어난 옛 동네와 공간에 대한 생생한 흥분이 교차한다. 

무엇보다 5년간에 걸친 답사 여정의 길벗은 작가의 두 아이들이다. 아이들과의 순성 활동으로 이루어진 총 20개의 에피소드에는 학생에서 전문가로 그리고 엄마로 성장해 가는 저자의 따뜻한 감상이 녹아 있다. 서정적이고 청량한 분위기의 풍경화와 풍성한 이야기는 ‘읽는 책’의 맛을 선사하는 동시에 우리를 길 위로 나아가게 하는 ‘걷는 책’이 되어준다.


훼철된 소의문 부근 성벽 일부는 복구사업을 통해 옛 돌들 위에 네모반듯한 현대식 돌들이 더해졌고, 풍부한 수량과 맑은 수질로 한때 인기가 좋던 원서동 빨래터는 보잘것없는 물줄기로 힘겹게 흘러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옛것들은 어떻게든 우직하게 남아 제 자리를 지키며 우리에게 위로를 전한다. “끊어짐에서 이어짐으로, 멸실에서 복원으로, 숨겨둠에서 드러냄으로” 개인의 역사와 미래 또한 길을 걷듯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오래된 길들로부터 얻은 위안은 젊은 날, 새로운 내일을 꿈꾸며 상경한 작가에게 따듯한 안정제이자, 큰 용기와 희망이 되어주었다. 위안을 얻기 위한 준비물로는 교통카드와 물, 삼각김밥, 그리고 하루의 시간만으로 충분하다. 이 책은 홀로 혹은 친구나 아이들과 함께 한양도성을 순성하고자 하는 이들은 물론 걷기를 사랑하고 옛것에 배어 있는 삶의 이야기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고 정다운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및 역자

본문 중에서

눈앞에 600년 옛 지도가 펼쳐진다



순성 중 어디가 가장 좋았냐고 묻는다면: 낙산


눈을 부릅뜨고 본다면야 창덕궁의 푸른 기와 하나쯤이야 안 보일까 싶지만, 이곳이 옛 서울 ‘한양’이었음을 떠올릴 만한 풍경 하나 찾는 게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도시로서 무언가가 느껴졌다면, 아마도 눈앞에 보이는 울창한 숲속에 창덕궁의 아름다운 후원과 종묘의 정전이 자리하고 있고, 저기 수많은 빌딩 사이로 여전히 옛길과 옛 물길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배웠고, 경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 ‘낙산에 올라 내려다보면’ 중에



한양의 북동문, 혜화문 문루에 서서: 혜화동


문루를 갖추게 된 혜화문은 순조 16년 다시 한번 보수되지만, 다른 성문들과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 이후 방치되면서 훼철의 수순을 밟게 됩니다. 1928년, 부서진 문루는 보수할 자금이 없다는 이유로 먼저 철거되고, 그 후 도로 개설과 돈암동행 전차 부설을 위해 성벽이 잘려나가면서 1938년에는 남아 있던 홍예마저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전차 선로가 놓이고, 도로 확장을 위해 깎여나간 고갯마루는 혜화문 주변의 풍경을 크게 바꿔놓았지요. 그것이 1994년 혜화문이 다시 세워질 때, 원래 위치에 복원되지 못하고 북쪽으로 다소 옮겨져 높다란 축대 위에 자리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 ‘혜화문 너머 다시 풍경 속으로’ 중에서



서울에서 가장 먼저 봄볕이 드는 곳: 남산 


쉴 새 없이 오가는 자동차 사이로 우뚝 솟은 빌딩들 아래로 길은 이어지고 끊어지고 다시 이어집니다. 인왕산에서 백악산으로, 다시 낙산에서 남산으로…. 그리고 다시 이 자리로 와서 지나간 도시의 흔적들을, 지나온 도시의 풍경들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습니다. ‘600년 역사를 가로지른다’는 그 흔해 빠진 말의 의미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하나의 선으로 옳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 ‘눈앞에 옛 지도가 펼쳐진다’ 중에서



황폐한 성곽을 비추는 것은: 숭례문


성벽처리위원회가 조직되고 일 년 남짓한 기간 동안 훼철된 성벽의 규모는 소의문 부근의 성벽 77간, 숭례문 부근 성벽 77간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초반에 소의문과 돈의문은 흔적도 없이 헐렸고, 거기서 나온 목재나 석재들은 여기저기로 팔려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당시 삼문 안팎의 변화는 컸고, 그 이후로도 한양도성의 훼철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네모반듯한 돌들 아래로 유난히 거칠고 짙은 옛 돌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습니다. 처음 쌓았던 돌들은 허물어지고, 고쳐 쌓은 돌들도 어딘가로 옮겨져 이렇게만 남게 되었을 것입니다.

― ‘한양도성, 훼철의 시간들’ 중에서



고갯마루 넘어 다다른 동네: 부암동 일대


흥선대원군의 별서로 알려진 석파정은 원래 철종 때 영의정을 지낸 김흥근의 소유였습니다. 그의 별서는 바로 옆 바위에 반듯한 필체로 새겨진 ‘삼계동’ 각자로 인해 ‘삼계동정사’로 불렸습니다. 넓은 암반 아래로 흐르는 계류, 그윽한 숲속, 아름답고 기품 넘치는 옛집, 거기에 한양도성이 내리꽂히며 백악의 절경이 손에 잡힐 듯 전개되는 이곳을 흥선대원군도 어지간히 마음에 들어 했었나 봅니다.

― ‘부암동 봄 마실’ 중에서



‘의’를 세우고 역사를 씻어 보내다: 세검정

세점정 계곡은 『조선왕조실록』을 편찬할 때 ‘세초洗草’를 하던 중요한 장소였습니다. 세초란 실록이 완성된 후에 중요한 기밀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편찬에 사용된 각종 자료를 물로 씻어내는 과정을 말합니다. ‘한지를 어떻게 물로 씻어내? 흐물흐물해지잖아!’ 하며 가졌던 순박한 의문은 종이를 제조하는 관청이었던 인근의 ‘조지서造紙署’로 물에 잘게 잘게 찢긴 먹물 빠진 종이를 보내 재활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말끔히 해소되었지요. 그러니 맑은 물이 흐르고, 종이를 펼쳐놓기 좋은 널찍한 바위가 많았던 세검정 일대는 세초의 장소로도, 일찍부터 조지서가 위치하는 데도 아주 안성맞춤인 곳이었습니다. 

― ‘자문 밖 물길 따라 추억은 방울방울’ 중에서

추천사

“참으로 성실하고 값진 답사기, 담백한 고품질의 그림일기이자 기행문”


이 책은 도시를 공부하고 꿈을 키우던 학생이자, 서울의 정책을 함께 고민하고 계획하던 전문가, 그리고 5년의 여정을 두 아이의 시간으로 만들어낸 엄마로서의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치열하게 그려낸 참으로 성실하고 값진 답사기다. 전문가로서 지식의 힘을 빼고, 소소한 일상으로 치환하여 적어 내려간 담백한 고품질의 그림일기이자 기행문이다.

_ 유나경 (주)PMA엔지니어링 도시환경연구소 소장 


행간을 따라 600년 도성을 거닐다 보면 우각호처럼 느린 서울의 시간을 새롭게 느낄 수 있다. 변해온 것 안에 변치 않은 가치가 있음을, 한양도성이 있는 서울의 가치를 소중히 깨닫게 된다. 길의 풍경을 담은 그림을 보물찾기 하듯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서울 안의 또다른 서울을 거닐고 있는 아이와 나를 그려보게 된다. 옛길의 온기를 느끼며 아이와 함께 주말 나들이를 떠나기에 좋은 서정적 안내서다.

 _ 이상묵 ㈜스테이폴리오 대표


저자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듯 경관을 독해하다가도 개발과 보존, 훼철과 활용에 대한 사실에 충실한 서사로 도시의 변화를 설명한다. 함께 답사를 떠난 두 아이는 세밀한 풍경화 속에서 어느덧 자라 있다. 사소한 일상과 마주하는 풍경도 역사 도시의 큰 흐름에 따라 변해감을 깨닫는다. 소중해진다.

 _ 박승배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이사 


목차

시작하며 | 다시, 길을 걷다



1부 한양도성, 오래된 길들로부터의 위안


01 낯선 서울이 친밀해지던 순간|성북동쉼터에서 와룡공원까지

02 있고 없음의 차이|다산팔각정에서 이간수문까지

03 낙산에 올라 내려다보면|흥인지문에서 혜화문까지

04 혜화문 너머 다시 풍경 속으로|혜화문에서 최순우 옛집까지

05 눈앞에 옛 지도가 펼쳐진다|다산팔각정에서 숭례문까지

06 한양도성, 훼철의 시간들|숭례문에서 돈의문터까지

07 아이와의 여행법|돈의문터에서 인왕산 아래까지

08 나의 인왕산 유람기|인왕산 아래에서 자하문고개까지

09 자화상과 마주해야 할 시간|자하문고개와 윤동주문학관

10 다시 시작되는 여정|와룡공원에서 창의문까지


2부 옛길과 동네, 지나간 것들이 보내는 당부


11 부암동 봄 마실|부암동과 무계정사길

12 자연과 하나 되는 삶의 공간|백석동길과 백사실계곡

13 자문 밖 물길 따라 추억은 방울방울|세검정과 홍지문

14 옛 그림과 함께 노닐다가|옥류동천길과 수성동계곡

15 거기 있어야 비로소 빛나는 것들|인사동길과 공평도시유적전시관

16 옛길의 흔적 사이에서 길을 잃고|익선동과 돈화문 주변

17 그해 겨울 우리가 걸었던|서울광장과 덕수궁 주변

18 기억에 관하여 쓰다|가회동 31번지

19 갈림길과 막다른 길|계동길과 창덕궁길

20 모든 것들은 오고 가고|청계광장에서 오간수교까지



마치며 | 걸어온 길들이 오래된 풍경이 되고…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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