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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

영리

제157회 일본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저자
누마타 신스케 지음 / 손정임 옮김
출간일
2018년 04월 23일
면수
100
크기
126*187
ISBN
9788965746539
가격
11,800 원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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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상실의 시대, 인간 앞에 펼쳐진 대재앙의 그늘

절제된 문장으로 써 내려간 생의 자취와 존재의 그림자
제157회 일본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2017년 5월 일본 문예지 ≪분가쿠카이[文?界]≫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같은 작품으로 제157회 아쿠타가와상[芥川賞]을 수상한 누마타 신스케의 소설 『영리(影裏:그림자의 뒤편)』가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다. 제목 ‘영리’는 ‘번갯불이 봄바람을 벤다’는 뜻의 전광영리참춘풍(電光影裏斬春風, 인생은 찰나이지만 사람의 영혼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에서 발췌한 것으로, 작가가 일본인들도 추상적인 이미지밖에 떠올리지 못할 이 말을 제목으로 결정한 이유는 ‘그림자(影)’와 ‘이면(裏)’이라는 글자가 가진, 무엇인가에 가려져 있는 이미지 때문이다.
소설 『영리』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을 전후로 삶이 변화된 두 남자에 대한 이야기로, 현재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에 살고 있는 저자는 “재해가 일어났던 지역에 살고 있는 소설가로서, 한 번은 이 소재를 내 안에 두고 써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집필 동기를 밝힌 바 있다.
주인공 ‘나’의 회상과 독백이 파편처럼 배치된 이 소설은 3개 장으로 나뉘어 있다. ‘나’는 결혼을 생각했던 동성 친구와 헤어지고 도호쿠 지방으로 전근한 후 그곳에서 ‘히아사’라는 인물을 만나고, 점점 더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듯 그의 면면을 발견해나간다. 히아사의 부스스한 머리와 분위기에서 시대를 잘못 타고난 이방인의 모습을 떠올리다가도, 정장에 넥타이를 갖춰 입고 왁스로 뾰족하게 세운 머리를 하고 다시 나타난 그를 보며 낯설어한다. 대지진 후 다른 이들로부터 그의 또 다른 모습들을 전해 듣는 ‘나’는 사라진 그를 직접 찾아 나선다.
2001년부터 아쿠타가와상을 심사해온 다카기 노부코(소설가, 영화 <마이 마이 신코 이야기> 원작자)는 “좋은 감각에 탄복하며 이끌려 들어가 읽는 사이에, 아름다운 이와테 현 땅 속 깊은 곳에 내포된 불길한 진동이 서서히 표면화되기 시작한다. 그것은 히아사에게 일어난 이변의 형태로 나타난다. 무엇인가가 계기가 되어 표층의 꺼풀이 벗겨지고 사악한 내면이 드러나는 것은 대자연이든 인간이든 매한가지라, 도호쿠 지방에서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은 이렇게 인간 내부의 붕괴와 호응시켜 글로 쓰일 운명이었다”고 평했다.
이 소설에 대해 일본의 주요 일간지는 “계속 마주보고 있어도 절대 상대방의 전부를 알 수는 없다는, 그 단절을 깨달았을 때 생겨나는 어지러움을 강하게 느꼈다”(≪아사히 신문≫), “각 인물들이 보여주는 시점의 변화와 세계관의 차이를 섬세한 묘사의 축적으로 표현해냈다”(≪요미우리 신문≫), “극명한 묘사가 실제 사실을 기록한 것처럼, 혹은 그 이상으로 독자의 등줄기를 서늘하게 한다”(≪도쿄 신문≫)고 평가했다.
피할 수 없는 대재앙을 통해 인간의 이면을 그려낸 소설 『영리』는 독자들로 하여금 존재의 깊은 고독과 상실의 감정, 불가사의한 자연과 맞닥뜨린 인간의 내부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성찰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수상내역
- 제157회 아쿠타가와상 수상
- 제122회 분가쿠카이 신인상 수상

저자 및 역자

본문 중에서

강이 완만히 굽어지면서 제방 전체가 양 기슭의 삼나무와 편백나무 그림자로 푸르게 비치는 곳에 다다랐다. 그곳은 마치 온종일 햇빛이 닿지 않는 정원 구석 같은 곳이었다. 풀꽃과 나무가 지금까지 본 것보다 적고, 가냘픈 것들이 더 많이 보인다. 여린 잎사귀의 테두리가 살짝 비친다. 어느 것이나 여러 해 동안 자외선을 피해 왔던 노력이 보상을 받은 듯 온몸에 선명한 초록빛 윤기를 휘감고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 목적지인 낚시 포인트로 흐르는 강물의 하얀 물보라가 이제 곧 보이겠다 싶어 시선을 준 곳에, 길을 가로막기라도 하듯 나무가 쓰러져 있었다.
“물참나무야, 곤노! 물참나무라고.”
등굣길에 죽은 비둘기라도 발견한 꼬마 아이처럼 히아사가 외쳤다. 물참나무는 잎에 특색이 있는 나무라서 나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주위에는 훨씬 약하고 호리호리한 나무들이 쓰러지지 않고 무사히 서 있었다. 하필이면 이런 거목만 쓰러진 것이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8~9쪽

“하긴 두 분 사이가 여간 좋았어야지. 허전하겠어요.”
“아니 뭐, 그냥 기분 전환하러 들른 겁니다.”
나는 팔에 주삿바늘을 찌르는 동작을 하며 웃었다. 이 창고에는 모르핀이나 코데인 같은 극약만 관리하는 화약고 같은 작은 방이 있다.
“그런데 정말 금단 증상이 나타난 것 같구먼, 얼굴 좀 봐.”
옆에서 운전기사인 오제키 씨가 도시락을 먹다 말고 나무젓가락을 낚싯대처럼 들고 휙 채 올렸다.
환각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물 속에서 반짝이는 물고기 비늘이나 수면에 비치는 새 그림자 같은 것들은 자주 꿈에 나왔다. 빨래를 마치고 물을 잠갔는데 귓속에서 물소리가 사라지지 않는다. 계곡의 시냇물 소리처럼 점점 퍼지며 머릿속에 울리기 시작한다. 이것도 일종의 금단 증상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17~18쪽

정장에 넥타이 차림을 한 히아사를 보는 것은 신선했다. 이전에는 여름이면 녹색 폴로 티, 겨울이면 두꺼운 캐주얼 셔츠를 입었다. 고풍스러운 페이즐리 무늬의 병 모양으로 잘록해지는 넥타이는 놀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광이 나는 왁스로 뾰족하게 곤두세운 닭 볏 같은 헤어스타일을 보고는 웃을 수가 없었다. 벌써 10년 이상 이발소에 가지 않았다며, 머리카락은 원래 스스로 자르는 거라고 호언하던 예전 히아사의 길들여지지 않은 자유직의 느낌은 흔적도 남지 않았다.
아파트 앞의 보도까지 히아사를 배웅하러 나갔다. 6월의 푸른 어스름 속에 개구리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평소에는 아래쪽 논두렁에서 나는 소리가 더 시끄러운데, 이날 밤은 신기하게도 그곳이 아니라 가로수 사이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청개구리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손목시계를 보았다. 4개월 만의 만남이 불과 20분 만에 끝난 셈이다. 이윽고 동료가 모는 승합차가 와서, 우리는 서로 가볍게 손을 들고 헤어졌다. ―29~30쪽

추천사

요시다 슈이치(작가)

“원래 히아사라는 친구는 어떠한 종류의 것이든 뭔가 큰 것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면 좋아하고 쉽게 감동하는 인물이었다.” 이 작품의 장점을 한 가지만 꼽으라면 나는 이 문장을 꼽겠다. 이 작품은 암시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암시는 마이너리티인 주인공의 여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과 거리가 먼, 한껏 짜낸 용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읽었다. (파크 라이프』의 저자)

오가와 요코(작가)

어떻게 쓰지 않으면서 쓸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내포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주인공은 자신이 언어가 닿지 않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며, 무언의 발자취에 한결같은 시선을 쏟고 있다. 등장인물 누구나가 우두커니 그 자리에 남겨져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자욱한, 구제받을 길 없는 농밀한 고독 앞에서 말은 무력하다.(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저자)


무라카미 류(작가)

작가의 묘사력은 신인의 영역을 넘어섰다. 주인공은 쓰나미를 보고도 도망치지 않고 눈을 피하지도 않고 휩쓸리는 히아사를 상상한다. ‘어떤 거대한 것의 붕괴에 도취하는 경향’을 가진 그에게 딱 맞는 정경이며, 이 작품의 계속되는 저음이 ‘붕괴’라는 것을 선명하게 한다.(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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