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슨 희한한 일인가!’
그건 서로 경쟁하고 견제하는 신문끼리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눈여겨 들여다보니 사설 아래에는 제삼자 입장에 선 전문가가 동일한 사건이나 문제에 대해 다른 시각이나 논리로 전개된 두 사설을 비교하고, 분석하고, 평가한 글이 실려 있었다.
‘아, 이건 정말 멋진 공부다!’
내 머릿속에 환한 전등이 켜졌다. 그것이야말로 효과적으로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살아 있는 논술 공부였던 것이다.
그 이색적인 사설 대비가 내 의식을 환하게 밝혀 주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 그것은 능률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난감한 논술 교육의 한길을 열어 주고 있었던 것이다. 논술 시험은 이미 경쟁이 치열한 대학 입시에서 학부모나 학생에게는 골칫거리, 학교에서는 두통거리가 된 지 오래였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논술’이란 그저 감상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논리적인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공통된 문제를 놓고 남과 다른 나만의 시각과 안목으로 논리를 전개시켜 합리적인 객관성과 설득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논리적 글쓰기인 것이다. -조정래,「책머리에」 중에서
옥시 사태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어 버렸다. 이 사태의 잘못이 기업에 있는지, 정부에 있는지, 아니면 둘 다에게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는 현시점에서 분명한 사실은 하나 있다. 우리는 이 안타까운 비극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게 된 것을 그 전의 상태로 치유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남은 일 중 우리가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이 사태의 원흉에게 확실한 책임을 묻는 것이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조처하는 것이다.
나는 이 사태의 대부분의 책임은 기업에게 물어야 하며, 그 대가 역시 기업이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과 정부는 가장 중요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존재다. 기업은 정부와 협력함으로써 좋은 환경에서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으며, 정부는 기업과 협력함으로써 기업의 운영과 기술을 바탕으로 국가의 성장을 이룩해 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정부가 기업에게 보조금을 주기도 하고, 적정한 세금을 걷기도 하면서 상호 유동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조재면,「가습기 살균제(옥시) 사태와 기업 윤리」 중에서
국가 기관들의 배신 속에서도 피해자 가족들은 진실 규명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제조 회사에 대해 살인 혐의로 2차 형사 고발을 했고, 영국의 옥시 본사까지 찾아가 항의를 전개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2016년 1월 가습기 살균제 수사팀을 확대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놀라운 사태가 발생했다. 옥시에서는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서 변호사를 선정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 유명한 대형 로펌 김앤장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의 폐 손상 원인이 봄철 황사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수많은 변호사들로 이루어져 승소율 높기로 소문난 대형 로펌 김앤장도 그 ‘집단 살인극’의 일원이 되기를 서슴지 않았다. ‘좋은 일, 나쁜 일 가리지 않는 로펌의 행태’를 그들은 유감없이 보여 주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들 역시 돈 때문이었다.
-조정래,「돈이 벌인 집단 살인극」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