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정, 그는 누구인가? 스승인가? 도반인가? 친구인가? 토정은 왜 끊임없이 내 앞에 나타나는 것인가? 왜 나는 토정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근본도 모르던 정휴에게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친구가 되고, 형이 되고, 스승이 되었던 토정. 종이라는 좌절감, 그래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막연히 길을 떠난 정휴에게 운명처럼 나타났던 토정.
정휴는 그로 인하여 비로소 인간으로서 새 삶을 살기 시작했고, 그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었다. 찬찬히 살펴보면 정휴의 인생살이에서 토정과 연관되지 않은 것은 거의 없었다.
“그래, 내 죽음이나 마찬가지지. 토정에 의지해 꾸려왔던 내 삶이 죽어가고 있는 거야. 토정이 죽고 나야 비로소 내가 나로서 새로이 태어나는 거야. 사즉생 생즉사이리라.”
─1권 <1장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