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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옷

바람의 옷

자아를 찾아가는 한 여성의 삶을 다룬 김정의 장편소설

저자
김정 지음
출간일
2018년 02월 05일
면수
248쪽
크기
140*205
ISBN
9788965745808
가격
15,000 원
구매처
교보문고 교보문고 알라딘 알라딘 YES24YES24

책소개

우리는 뿌리가 어딘지도 모르는 기억을 좇아 헤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아를 찾아가는 한 여성의 삶을 다룬 김정의 장편소설 『바람의 옷』. 한 여성이 고난의 생을 거쳐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은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가 1940년대 후반 이 땅에서 태어나 70여 년을 살아온 장면들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씌어졌다. 작가는 버지니아 울프 등 영국 현대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한국문학》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한 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왔다.

전체 3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의 1장에서는 화자의 불운한 어린 시절부터 자아를 찾기 위해 떠돌아다니던 젊은 날, 그리고 고독한 현재 상태까지를 담담히 독백한다. 2장에서는 화자가 우연히 찾게 된 서울의 한 골동품점에서 오래된 물건들을 보수하며 살아가는 젊은 남성의 이야기가 3인칭의 시점으로 펼쳐진다. 3장에서는 화자와 젊은 남성의 삶이 겹쳐지며, 화자는 그 둘 사이에 있을지도 모를 여인을 떠올리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삶이 무언가에 실려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담백하기에 더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작가의 문장들은 이 작품을 인간의 존재론적인 면을 탐구하는 심미소설로 만들어내었고, 고난과 갈등을 넘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인의 심리는 그로 인해 더 드라마틱하게 묘사된다. 화자의 시선 속에서 인간의 근원에 대한 고뇌와 갈등이 깊이 있게 그려진다. 사색이 부족한 시대, 김정 장편소설『바람의 옷』은 자기 자신에 대해 탐구하고자 하거나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는 동력이 무엇인가 등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자신 안에 숨겨진 참모습을 되돌아보기를 권한다.

저자 및 역자

본문 중에서

 어린 시절 왜 그곳에 있었는지도 모른 채 아무 생각 없이 마주치게 된 거리의 풍경이나 낯선 사람들의 모습이 삶의 모든 행로에 같이한다는 사실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6·25 직후의 피난지 부산의 국제시장 야시장의 모습이 그것이었다. 깊은 밤도 아니고 더구나 낮은 분명 아니고 카바이드 불빛이 쉬익 소리를 내며 가까운 주변만을 밝히는 가판대가 늘어서 있는 거리에서 나는 외준 언니의 손을 놓치고 길을 헤매고 있었다.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의 색깔이나 얼굴의 형체마저 모두 어둠에 가려져 어슴푸레 비치는 곳, 말소리도 모두 웅성거림으로만 들리는 아주 먼 나라 같으면서도 손에 잡힐 듯 눈앞에 떠오르는 대여섯 살 때의 그 야시장 풍경을 나는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속의 작품에서 다시 만나자 더블린은 내가 가서 만나야 할 곳이 되고 말았다. 그 서로 다른 두 곳이 왜 그렇게 만나 나를 그쪽으로 그렇게 끌었는지는 정말 모를 일이었다.
―「제1장 바람을 머리에 이고_ 더블린」 중에서

한참 만에 돌아와 또 한 번의 장례식을 치른 내 나라는 아직도 내게 가깝게 다가오지 않는 곳이었다. 어릴 때부터 같이 살지 못했던 동생만이 이제 내게 남은 육친이자 나와 내 나라를 이어 주는 끈이었다. 나는 어머니의 삼우제를 지내고 얼마 후 런던으로 향했다. 공항까지 따라 나온 동생을 껴안으며 언제 다시 이 땅에 발을 디딜지 아득한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마저 떠나 버린 이곳은 또다시 머나먼 곳이 되는 것이었다. 불 꺼진 비행기 안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뒤채며 잠을 청해 보려 했다. 내게 돌아오지 않겠다는 아이가 낸 생채기를 안고 돌아온 내 나라에서 내가 낸 생채기를 안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묻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내 나라를 떠나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담담하게 스스로에게 물었다. 도대체 왜 나는 늘 내가 살아야 할 거처를 내 나라에 한정시키지 않게 됐을까? 무엇이 나를 세상 이곳저곳을 떠돌게 했을까?
―「제1장 바람을 머리에 이고_ 런던」 중에서

아버지는 그에게 바람 같은 존재였다. 불어닥쳐 가까이 있으면 항상 그를 그 바람에 흔들리게 해 안절부절못하게 만들었고 지나가고 나면 전혀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아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사람이었다. 언제 불어와 언제 사라지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늘 별말이 없었고 특별히 그를 데리고 어디로 가거나 같이 놀아 준 기억도 거의 없었다. 그는 어릴 적 그런 아버지가 어렵고 싫었다. 어느 날인가 아버지는 그를 꽤 먼 놀이터에 데려가 놀게 하고는 한참 유심히 지켜보다가 어디론가 가 버렸다. 낯선 놀이터에 버려진 그는 해 질 녘에 돌아온 아버지를 보며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문 기억이 있다. 그에 대한 아버지의 이런 불확실한 태도는 그 또한 헤매게 만들었다.
―「제2장 펜티멘토_ 서울」 중에서

공감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가, 또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내게 와서 닿았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렇게 말을 걸며 다가온 이야기가 불러내는 애정과 연민이 그곳으로 가까이 가게 만드는 것이다. 거기에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또 다른 시선의 힘이 뻗어 나간 상상력이라는 것이 보태지면 내가 바로 다른 누군가가 되어 그 다른 누군가의 슬픔과 기쁨, 절망과 고통까지 껴안는 변화를 겪게 되는 것이다. 그 변화는 아주 미묘하게 다가와 나를 다시 만들고 결국 나의 아주 깊은 곳을 건드려 나를 이전에 내가 알지 못하던 곳으로 데려가는 것이다.
―「제3장 타다 남은 불_ 파리」 중에서

추천사

목차

작가의 말

제1장 바람을 머리에 이고
더블린|에든버러|런던

제2장 펜티멘토
서울

제3장 타다 남은 불
파리|피렌체|다시 파리|다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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