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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과 『가미가제 독고다이』를 잇는 근대 3부작

저자
김별아 지음
출간일
2017년 06월 15일
면수
296쪽
크기
145*214
ISBN
9788965746171
가격
13,800 원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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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용서받지 못할 죄악에는 반역으로 맞서겠다!
베스트셀러 『미실』로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별아,
『백범』과 『가미가제 독고다이』를 잇는 근대 3부작의 징검돌!


1923년 9월, 진도 7의 관동대지진 직후 일본 곳곳에서 조선인들은 누명을 뒤집어쓰고 죽임을 당했다. 학살의 명분을 날조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간계로 체포되지만 죽음 앞에서도 끝까지 당당하였던 두 사람,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는 그로부터 시작된다.
『미실』로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두루 인정받은 김별아 작가의 장편소설 『열애』가 개정 출간된다. 작가는 2009년 발표한 원고를 재구성하고 부분적으로 표현을 다듬었다. 이 작품은 『가미가제 독고다이』와 『백범』을 잇는 김별아 작가의 근대 3부작 중 한 작품으로, ‘조선인 독립운동가와 그의 일본인 아내’로 정형화되어 근대사의 변방에 붙박여 있었던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뜨거운 삶과 사랑을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시와 수필, 선언문을 의도적으로 소설 속에 재조립하여 그들의 삶과 사랑을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내 육체야 자네들 마음대로 죽이려거든 죽여라! 그러나 나의 정신이야 어찌할 수 있겠는가?”로 표현되는 그들의 삶을 통해 작가는 부당한 현실 속에서도 끝내 자신이 믿는 진실을 포기하지 않은 인간이 겪어내야 했던 고난과 그 가치를 드러냈다.
작가는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만남이 필연적이었음을 강조한다. 식민지 현실에서 태어난 조선인 독립운동가 박열과 어린 시절부터 부모, 친척, 이웃들의 모진 학대에 시달린 일본 여인 가네코 후미코는 서로 같은 운명을 지니고 있었다. 박열은 교육자의 꿈을 안고 경성 제2고등보통학교에 진학했으나 조선어 사용을 금하고 일본의 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를 조선의 시조로 가르치는 선생들을 보며 자퇴했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니가타 현의 노동현장에 위장 취업하여 참혹한 실태를 고발하고 흑우회, 불령사 등의 단체를 조직해 동지들과 교류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인 인물이다. 가네코 후미코가 박열의 시 「나는 개새끼로소이다」를 읽고 전율했던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것이다. 작가는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전 생애를 추적하며 국적도 성별도 뛰어넘은 그들의 사랑과 우정이 운명적인 것임을 밝혀낸다.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가 다다미 6장짜리 단칸방이나마 함께여서 행복했던 시절도 잠시, 그들은 일본 천황 암살을 시도했다는 ‘대역사건’의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힌다. 박열은 고압적인 대일본 제국 재판정에서도 조선 선비의 예복 차림을 하고 조선말을 쓰는 등 유례없는 행보를 이어나간다. 김별아 작가는 그들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나지만, 자기 자신이 되고자 했던 그들의 ‘자유의지’는 죽음도 꺾지 못했음을 소설에 담았다.
영화 <박열>의 이준익 감독이 “부당한 권력은 개인을 억압하기도 하지만 깨어나게도 한다”라고 추천하였듯, 고난 앞에서 더욱 강해지는 그들의 삶과 사랑은 오늘을 사는 독자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저자 및 역자

김별아

김별아

1969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실천문학》에 「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데뷔 초기 사회 변화와 함께 불어닥친 혼란을 개인적 감성으로 써 내려간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 『개인적 체험』을 발표했고, 소재의 다각화에 몰두한 『축구전쟁』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 후 장편소설 『영영이별 영이별』 『논개』 『열애』 『가미가제 독고다이』 『백범, 거대한 슬픔』등을 발표하고 ‘조선 여성 3부작’으로 『채홍(彩虹: 무지개)』 『불의 꽃』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를 펴내는 등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으며, 원작을 복원한 ‘무삭제 개정판’ 『미실』, 한국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를 다룬 『탄실』, 조선 뒷골목의 살인 사건에 세밀한 상상을 더한 『구월의 살인』을 발표했다. 이외에 소설집 『꿈의 부족』, 산문집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가족 판타지』개정판)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 『삶은 홀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스무 살 아들에게』 『도시를 걷는 시간』 『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등을 출간했다. 2016년 의암주논개상, 2018년 허균문학작가상을 수상했다.

본문 중에서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도쿄와 요코하마를 중심으로 한 간토[關東] 지방에 최대 진도 7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 살이 타는 냄새, 뼈가 녹는 냄새가 천지간에 진동했다. 삽시간에 새카맣게 그을어 바짝 오그라든 일상 앞에서 사람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모른 척 외면하던 죽음이 눈앞에 다가들자 그것이 애당초 삶과 다붙어 있었다는 사실 따윈 기억해낼 수 없었다.
… “조선인이다!”
단 한마디 외침에 이리 떼처럼 수백 명이 동서남북에서 몰려들었다. 수십 명이 조선인 한 명에게 달려들어 칼로 찌르고 곤봉으로 때리고 발로 차서 쓰러뜨렸다. 잔혹은 더욱 극심한 잔혹을 광기는 더욱 기괴한 광기를 부추겼다. 몸을 전신주에 묶고 눈알을 도려내고 코를 자른 후 심장 한복판에 칼을 박아 넣었다. 머리에 못을 박아 죽이기도 했다.
-「서(序) 그날」 중에서


“어머니, 형님, 걱정 마시여. 어찌 됐든 인간으로서 생존해가는 이상은 어떤 방법을 찾아서라도 생활하게 되지 않겠나여? 금전이나, 재보의 적재나, 어떠한 이익을 좇기보다는 전심으로 공부한 후에 제자의 교육을 업으로 할래요. 저를 믿어주시요.”
지난봄의 기억이 아련한 10월의 볕 좋은 날, 박열은 일본으로 떠나기 위해 경성 역에서 부산을 향해 출발했다. 시모노세키 행 관부연락선은 일본과 조선 사이를 잇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어느새 그 바다에는 현해탄(玄海灘)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검푸르고 거친 바다라는 뜻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건넜고 또 건너갈 원한의 뱃길, 피눈물의 바다.
뱃전에 서서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는 박열의 표정은 담담하고 평온했다. 알 수 없는 열정과 충동으로 들썩이던 불안한 소년기는 지나갔다. 청년은 그 불안까지도 지르밟고 전진할 것이다. 험난한 길이겠지만 두려움은 없다. 그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었다.
-「아프고 슬픈 민족」 중에서


‘아, 속았다!’
후미코는 정체 모를 약에 취한 채 거듭거듭 허우적거렸다.
‘악마 같은 놈……!’
치명상을 입은 짐승처럼 휘늘어진 채 어둡고 좁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다. 남자는 후미코가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었다. 막내 이모의 시동생이 아니라 동네 목욕탕에 가면서 잠시 마주쳤던 이웃집 남자였다. 어수룩한 시골처녀의 착각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아무에게도 보호받지 못하는 순진한 어린양은 굶주린 맹수의 먹잇감이었다.
모토에이 역시 그 낯선 악마의 모습으로 몸을 짓누르며 덤벼들었다. 양팔을 하나로 잡쥐어 머리 위로 치켜 올리고 하카마 사이로 무릎을 밀어 넣으며 무작스레 파고들었다. 팔을 묶여 제대로 저항할 수 없기도 했지만 그 와중에 우두둑 솔기가 타지는 소리가 신경 쓰였다.
-「하늘 아래 가장 무거운 것」 중에서


진보초 거리의 중국 식당에서 서투른 고백을 한 후 박열과 후미코는 자석에 이끌리는 쇠붙이처럼 삽시간에 가까워졌다. 거침없이 운명이라는 말을 되뇌었다. 운명이 아니고서야 설명할 길이 없었다. 거창한 것부터 사소한 것까지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말하지 않는 것에서 말하려는 것을 읽었다. 함께 있으면 시간을 잊었다. 자기를 잊었다. 상대의 마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톺아보고 상대의 눈빛에서 잊었던 꿈을 발견했다.
박열. 조선인. 무정부주의마저 넘어선 허무주의자. 후미코에게 그는 단순한 남자가 아니었다. 그를 사랑한다는 것은 새로운 삶을 선택한다는 뜻이었다. 후미코는 박열의 사상과 행동, 그리고 생활 방식에서 지금껏 갈피잡지 못했던 삶의 방향을 찾으려 했다. 존경과 기대와 열망으로 자신의 일을 찾고자 했다.
-「불온한 둥지」 중에서


비어 있는 오른쪽 의자의 주인, 박열은 그로부터 10분 후에 입정했다. 박열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자 방청석에서는 아, 하는 낮은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하얀 바탕에 보랏빛 무늬가 수놓인 비단 저고리와 쥐색 바지를 입고 허리에는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는 학을 새긴 각대를 둘렀다. 영락없는 예복 차림의 조선 선비였다. 수염을 말끔하게 깎고 긴 머리를 빗어 넘긴 박열은 격식에 맞춰 신발과 관을 갖추고 비단 부채까지 펼쳐 들고 있었다. 그는 유유한 걸음걸이로 법정에 들어와 동지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박열이 후미코를 보았다. 그녀가 그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반갑게 활짝 웃었다. 이런 자리에서 이런 복장으로 만난 것이 신기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치마저고리가 아주 잘 어울리는데!”
“당신도 근사해! 정말 멋진걸!”
나란히 의자에 앉아 정담을 주고받는 모습에선 조금의 긴장도 느껴지지 않았다. 2년이 넘도록 질기게 공방을 벌이고 마침내 ‘대역죄’를 심판받기 위해 재판정에 선 사람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재판」 중에서

추천사

 “부당한 권력은 개인을 억압하기도 하지만 깨어나게도 한다. 박열과 후미코의 그 깨어 있음은 제국주의도 막지 못한 사랑으로 남았다.”
―이준익Ⅰ영화 <박열> 감독


목차

서(序) 그날

매운 사랑│어디에도 없는 아이│아프고 슬픈 민족│하늘 아래 가장 무거운 것│불령선인│어두운 밤의 들개처럼│나는 개새끼로소이다│서투른 고백│불온한 둥지│허무가 허무에게│다만 반역이라는 것│발밑의 균열│손끝이 스칠만한 거리│마지막 입맞춤│재판│은사, 그리고 음모│풀의 선택    

결(結) 열아홉 번의 여름이 가고

후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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