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윤동주의 숨겨진 시 노트 | 조지훈과 박목월의 나그네 | 구본웅이 그린 친구의 초상 | 이중섭의 달과 까마귀 | 이상, 한국의 「악의 꽃」을 꿈꾸다 | 이해인의 시와 사랑의 기도
2부
한용운의 신념과 실천 | 이광수의 고백 혹은 변명 | 『백범일지』와 김구 선생의 글쓰기 | 이상 소설 「실화」 속의 ‘NOVA’ | 책의 향기 | 한국문학, 세계문학으로의 길
참고 자료
작품에 깃든 문학 거장들의 정신을 풀어내
참다운 삶의 가치에 가까이 다가서다
예술가들의 삶 속에서 탄생한 우리 문학의 결정적 작품들!
시대의 풍속에 떠밀려 균형을 잃어가는 삶의 기로에서, 우리가 회복해야 할 가치와 방향을 찾기 위해 ‘문학’을 따라가 보는 것은 어떨까? 해방 전후의 격변 속에서 한국사회의 지표가 되어주었던 작품들과, 보편적 삶의 진리를 탐구하고자 했던 작가들의 작품 속 비화들이 지금의 독자들에게 강건하고 올곧은 외침으로 다가선다.
한국문학의 역사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 온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가 그동안 근현대 문학?미술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조명하여 정리한 내용을 『권영민 교수의 문학 콘서트』로 펴낸다.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탐방기 「권영민의 그때 그곳」과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권영민의 문학 콘서트> 강연 중에서 대중들과 함께 깊이 나누고 싶은 주제들을 선별하여 2부 12장으로 구성한 책이다.
저자는 윤동주의 원고 노트를 소중히 간직한 후배 덕분에 윤동주가 차가운 후쿠오카형무소에서 눈감은 후에나마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일본의 한국어 말살 정책으로 발표하지 못한 시들을 『청록집』으로 펴내면서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던 박목월과 조지훈의 첫 만남, 친우의 천재적 예술성과 고뇌를 이해하고 이를 시와 그림으로 탄생시킨 이상과 구본웅의 우정, 최소한의 삶을 꾸려가되 최대한의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 예술의 역할을 강조했던 한용운의 기개 등, 그동안 자세히 알지 못했던 작품 속 뒷이야기들을 통해 삶과 문학의 긴밀한 연결고리들을 풀어냈다.
한국문학을 향한 깊은 애정을 대중과 나누고 소통하기 위해 작품마다의 의미와 가치를 유려한 필력으로 써내려간 이 책은 일반 문학도서와 다르게 저자의 직접적 체험이 곳곳에 녹아 있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가을비 내리던 날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서 정지용의 『백록담』 초판본을 구한 이야기, 이상의 소설 「실화」 속 카페 NOVA를 찾아 신주쿠를 헤맨 이야기 등이 읽는 이들에게 흥미로운 상상을 선물한다.
“오직 인간의 본질적인 표현이며, 그 새로운 창조”인 문학 안에서 공감을 이룸으로써 문학 읽기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그 가치를 깨닫고 나면, 인생의 파도를 헤쳐 나가기 위한 저마다의 새로운 좌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병욱은 해방이 된 뒤에야 서울에서 윤동주의 죽음에 관한 소식을 들었다. …… 그리고 윤동주가 자신에게 건네주고 간 시집 원고를 떠올렸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을 붙였던 그 원고였다. 정병욱은 고향의 어머니를 찾았다. 해방 후 어수선한 서울을 떠나 오랜만에 내려온 귀향길이었다. …… 정병욱은 집에 들어서자 바로 어머니에게 전에 맡겼던 책과 노트를 어디에 두었는지 물었다. 어머니는 잘 간수했으니 걱정 말라고 하였다. 그러고는 일본 순사의 눈을 피해 양조장 큰 독 안에 감추었다가 해방이 되면서 장롱 속에 보관했던 책과 노트를 꺼내왔다. 명주 보자기로 정성스럽게 싸 놓은 책과 노트를 받아 든 정병욱은 그 가운데 끼어 있는 윤동주의 시 원고가 너무도 반가웠다.
—23~24쪽, 「윤동주의 숨겨진 시 노트」 중에서
조지훈이 경주로 내려오던 날 아침부터 하늘에서는 봄비가 분분하게 흩뿌렸다. 목월은 지훈을 만난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 전날 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일찌감치 건천역으로 나가 지훈을 기다렸다. 대구 계성학교를 졸업한 뒤 고향으로 돌아와 금융조합 서기로 일하고 있던 그는 자신이 시인이라는 사실 자체가 오히려 부끄러웠다. 시를 쓴댔자 그것을 발표할 길이 없었다. 모든 잡지와 신문이 폐간당한 터라서 그는 중앙문단에서 제대로 이름조차 알리지 못한 채 시골 생활에 빠져 있었다. …… 그날 해 질 무렵 건천역에 기차가 들어섰다. 박목월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지훈이 자신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을까를 걱정하며, 전날 밤 한지에 ‘박목월’이라고 자기 이름을 써 두었다. 그리고 역으로 나가면서 그 종이를 챙겼다. 그는 역 앞에서 자기 이름을 쓴 한지를 깃대처럼 쳐들고는 지훈을 기다리고 있었다. 큰 보퉁이를 머리에 이고 있는 시골 아낙네 서넛과 촌로 두엇이 플랫폼에 내렸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지훈이 천천히 기차에서 내려섰다. 목월은 자신이 들고 서 있던 깃대를 흔들 필요도 없이 단박에 시인 조지훈을 알아챘다.
—38~39쪽, 「조지훈과 박목월의 나그네」 중에서
1부
윤동주의 숨겨진 시 노트 | 조지훈과 박목월의 나그네 | 구본웅이 그린 친구의 초상 | 이중섭의 달과 까마귀 | 이상, 한국의 「악의 꽃」을 꿈꾸다 | 이해인의 시와 사랑의 기도
2부
한용운의 신념과 실천 | 이광수의 고백 혹은 변명 | 『백범일지』와 김구 선생의 글쓰기 | 이상 소설 「실화」 속의 ‘NOVA’ | 책의 향기 | 한국문학, 세계문학으로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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