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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여행

코끼리의 여행

물질적 가치와 영적 의미 사이에서
벌어지는 절묘한 유머와 위트

저자
주제 사라마구 지음
출간일
2016년 12월 05일
면수
304쪽
크기
126*187
ISBN
9788965745563
가격
14,500 원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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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리스본에서 빈까지 유럽 대륙을 종단한 코끼리 ‘솔로몬’이 있었다!
구교와 신교, 물질적 가치와 영적 의미 사이에서 벌어지는 절묘한 유머와 위트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주제 사라마구가 실화를 소설화한 유일의 장편소설


이동수단커녕 도로정비도 제대로 안 된 16세기 유럽에서 한 마리 인도코끼리를 포르투갈 리스본부터 오스트리아 빈까지 수송하는 것이 가능했을까? 게다가 그 코끼리가 다름 아닌 오스트리아 대공의 결혼 선물이었다면? 놀랍고도 믿기 어려운 사건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상상력을 통해 장편소설로 재탄생했다. 마침표와 쉼표 외에는 문장부호를 사용하지 않고 단락 구분도 드문, 게다가 제목 없는 18개의 장을 끝없이 이어가는 주제 사라마구 소설의 특색이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흡인력을 발휘한다.

환상적 리얼리즘의 대표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코끼리의 여행』은 1551년, 포르투갈 국왕 부부가 오스트리아의 사촌 막시밀리안 대공에게 코끼리 ‘솔로몬’을 선물한 실제 사건에서 출발한다. 종교 개혁과 재정난으로 몸살을 앓던 포르투갈이 신교인 루터주의에 동조하는 대공에게 ‘진귀한’ 코끼리를 보냄으로써, 사료 값도 못하는 처치 곤란의 후피 동물도 해결하고 구교의 매서운 눈초리도 피하는 묘안은, 가장 필요 없는 것이 가장 값진 것이 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4톤이 넘는 코끼리의 안전에 철저히 맞춰진 호송대가 느릿한 걸음으로 도적을 피해, 때로는 코끼리 과시를 위해 멀리 돌아가는 길은 인생의 우여곡절에 비견할 만하다. 이리 떼와 흙먼지, 폭우와 알프스의 설산은 물론이고, 코끼리를 권모술수에 끌어들이려는 성직자까지 덮치니 호송대의 험난한 여정이 마치 유머러스한 영웅서사시를 보는 듯하다.

내레이터가 대뜸 소설에 개입해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권력에 대한 비평을 놓치지 않는 것도 사라마구 작품의 특징이다. 16세기와 21세기를 오가는 수다스런 내레이터는 시대에 따라 바뀌는 관념과 표현 안에 정작 본질이 어디 있는가를 꼬집는다. 대공의 말 한 마디에 코끼리 솔로몬의 이름이 술래이만으로 읽히고, 인도인 코끼리 몰이꾼 수브흐로의 이름이 프리츠로 정해지는 것이나, “경박 때문에 존중을 희생하고, 미학 때문에 윤리를 희생하는” 인간에 떠밀려 가면서도 때때로 인간보다 더 절제된 행동을 보여주는 코끼리 솔로몬의 모습은 인간의 허영과 위선, 욕망의 경계가 어디까지인가를 돌아보게 만든다.

“가장 낙관적이고 장난스러우며 유머가 넘치는 매혹적인 책”(로스앤젤레스타임스), “이보다 더 단숨에 빠져드는 소설은 없을 것이다”(뉴욕타임스)라는 해외 언론의 격찬을 받은 『코끼리의 여행』은, 주제 사라마구가 풀어낸 인간 본성과 권력에 대한 숙고의 열매로서 독자들에게 깊은 영감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 및 역자

본문 중에서

왕비는 그 기도문을 끝내고 다른 기도문을 시작하려다 갑자기 중단하더니 소리를 지르다시피 했다, 솔로몬이 있잖아요. 뭐라고, 왕은 왕비가 때 아니게 유다의 왕 이름을 꺼내는 것에 당황하여 물었다. 코끼리 솔로몬 말이에요, 전하. 지금 왜 그 코끼리 이야기가 나오는 거요, 왕이 약간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선물이 될 수 있잖아요, 전하, 여왕은 대답하며 행복에 들뜬 표정으로 일어섰다. 솔로몬이 적당한 결혼 선물이라고 할 수는 없지. 그건 상관없잖아요. 왕은 천천히 고개를 세 번 끄덕이더니 멈추었다가 다시 세 번 끄덕인 뒤에 말했다, 그래, 그거 재미있는 생각이로군. 재미있는 정도가 아니지요, 아주 좋은 생각, 탁월한 생각이죠, 왕비가 받아쳤다.
―11~12쪽 중에서

코끼리라니, 저게 코끼리구나, 그가 중얼거렸다, 이야, 키가 적어도 사 엘은 되겠구나, 그리고 긴 코와 엄니와 발도 있구나, 저 발 좀 봐, 얼마나 큰지. 호송대가 출발하자, 집사는 도로까지 그들을 따라갔다. 그곳에서 지휘관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는 지휘관에게 좋은 여행이 되기를 빈다고, 그리고 돌아올 때는 갈 때보다 더 좋은 여행이 되기를 빈다고 말했다. 집사는 호송대가 멀어지는 것을 보며 미친 듯이 손을 흔들었다. 하긴, 코끼리가 우리 삶에 매일 나타나는 것은 아니니까.
―72쪽 중에서

빈에서 코끼리는 어쩔 거요, 마호우트. 아마 리스본에서하고 비슷하겠지요, 별로 할 일이 없을 겁니다, 수브흐로가 대답했다, 많은 갈채를 받을 거고, 사람들이 거리에 몰려나오겠지요, 그러다 사람들은 잊어버릴 겁니다, 그게 인생의 법칙이죠, 승리와 망각. 늘 그렇지는 않아요. 코끼리하고 사람한테는 그렇지요, 물론 내가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그저 외국 땅에 있는 인도인이 그렇다는 이야기지요, 내가 아는 바로는 그런 법칙을 피해간 코끼리는 딱 한 마리뿐입니다. 그게 어떤 코끼리입니까, 일꾼 한 명이 물었다. 죽어가는 코끼리였지요, 죽자마자 그 머리를 베었고. 그럼 그걸로 끝이 아닌가요. 아니, 그 머리는 가네샤라고 부르는 신의 머리에 올려졌소, 그 신 또한 죽은 몸이었지만.
―77~78쪽 중에서

우리는 그들을 이 극장에서는 다시 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 그런 것이다. 배우들은 등장하고, 얼마 후면 무대를 떠난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늦든 빠르든 언젠가는 반드시 그렇게 된다. 그들은 자기 역에 주어진 대사를 하고, 뒷문, 정원으로 통하는 문으로 사라진다. 저 앞에서 길이 휜다. 병사들은 고삐를 당겨 말을 세우고, 한쪽 팔을 들어 올려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한다. 수브흐로도 손을 흔들고 솔로몬은 가장 큰 소리로, 가장 처연한 소리로 나팔을 분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다. 막은 내려가고 다시 올라가지 않는다.
―180쪽 중에서

저한테 부탁하는 게 뭔데요, 신부님. 코끼리를 데리고 바실리카 문에 가서 코끼리가 무릎을 꿇게 하는 거야. 하지만 그게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는데요. 해봐. 제가 코끼리를 데려갔는데 코끼리가 무릎 꿇기를 거부했다고 상상해 보세요, 제가 이런 일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기적이 없는 것보다 훨씬 나쁜 게 실패한 기적일 것 같은데요.
증인이 있으면 실패할 일도 없지. 그 증인이 누가 되는 건데요. 우선 바실리카의 종교 공동체 전체와 교회 입구에 와줄 용의가 있는 기독교인 전부, 그다음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거니와, 자신이 보지 못한 것을 보았다고 맹세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사실이라고 진술할 수 있는 공중. 거기에는 일어나지도 않은 기적을 믿는 것도 포함되나요, 마호우트가 물었다. 보통 그게 최고지, 물론 그렇게 되려면 준비를 많이 해야 하지만, 대개 그럴 가치가 있어, 게다가 그런 식으로 우리 성자들의 의무를 좀 덜어드릴 수도 있고 말이야.
―218~219쪽 중에서

 

추천사

 “이보다 더 단숨에 빠져드는 소설은 없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 이 책은 술술 흐르고 또 흐른다.”

―《뉴욕타임스》

“사라마구의 가장 낙관적이고 장난스러우며 유머가 넘치는 매혹적인 책. 죽음을 앞두고 쓴 우아한 글……. <코끼리의 여행>은 아이러니와 공감이 넘치는 이야기이면서, 중간 중간에 인간 본성에 대한 재치 있는 사유와 인간 존엄을 모욕하는 강자들에 대한 짓궂은 논평이 끼어든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사라마구의 작품들 중에서 상위를 차지할 만하다. 사라마구는 거장다운 경쾌한 문장과 인간에 대한 이해 안에서 우리에게 아주 진귀한 것, 곧 애정과 감탄, 명민한 용서가 수반되는 환멸을 가져다준다. 그는 정신에서나 유머에서나 그 누구보다 우리의 첫 위대한 소설가 세르반테스에 가까이 다가서 있다.”
―《가디언》
 

“사라마구는 그 어느 때보다 엄숙하게 쓰지만 코끼리가 가는 곳마다 드러내는 아이러니를 분명히 즐기고 있다. 이 소설에는 왕과 궁정인, 후피 동물 주인공과 비밀스러운 마호우트가 등장해 매혹적인 동화 같은 면이 있다. 이 작품은 사라마구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것으로 꼽을 만하다.”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
 

“사라마구가 코끼리를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들을 조롱하는 ??코끼리의 여행??은 바로 이것, 즉 재미와 재치, 활기와 천재성 그 자체다. 사람과 그의 말을 실어 나르는 말 못하는 창조물은 마지막 우주적인 우연의 일치에서 결합되어, 여전히 이곳에 있는 우리를 위해 놀라운 작별 선물을 만들어낸다.”
―《헤럴드(스코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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