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근본적으로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스로가 못났거나 부족하다고 인정하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인간은 자기를 알아보고 인정해 주는 사람을 끊임없이 갈구한다. 굳이 내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잘난 내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대상을 찾아 헤맨다.
이런 심리 기제는 상대가 자신을 받아주지 않았을 때 벌어지는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상대에게 자신을 인정받지 못한 마음속 아이들은 예상보다 훨씬 강한 배신감을 느끼고, 그 감정을 견딜 수 없어 괴로워한다.
상대가 자신을 받아주지 않으면, 다시 말해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손상되면 ‘부정(否定)→실망→분노와 적극적 저항감 또는 체념과 외면’의 단계로 조직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가 형성된다.
—<1-1 인정받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한다: 인정받으려는 아이> 중에서
최근 전형적인 ‘찰러리맨’을 고용한 뒤에 난감함을 호소하는 관리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 직원은 높은 학점과 토익 점수 등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데 막상 일을 시켜보니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더라는 것이다.
찰러리맨이란 어린이를 뜻하는 영어 단어 ‘child’에 샐러리맨 ‘salary man’을 합친 신조어로,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직장에서 갈등을 경험할 때마다 부모에게 의지하는 사람을 뜻한다. 한마디로 취업을 하고도 부모의 품 안에 머무르려고 하는 유형이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에게서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난다. 이러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의존하는 아이’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1-2 회사에는 엄마가 없다는 불편한 진실: 의존하는 아이> 중에서
황 상무는 가정생활에서나 사회생활에서나 자신도 모르게 꼬투리부터 잡고 타인의 흠부터 찾아내어 당혹스러웠던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무엇이든 자기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 견딜 수가 없다고도 했다.
사람의 두뇌 회로는 그 사람이 많이 사용하는 방향으로 형성된다. 황 상무의 두뇌는 항상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을 탐색하고 점검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상황에서도 오류부터 찾는 습성이 생긴다. 그의 마음에서 매사에 완벽하려는 아이가 과도하게 고개를 들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자신을 의외의 방향으로 이끌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성향이 심해지면, 항상 모든 것에 필요 이상으로 완벽함을 추구하고 지나치게 규칙과 질서를 따르려는 ‘강박성 인격장애’의 모습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 사람들은 이상하리 만큼 융통성이 부족하고 효율성에 대한 기준을 지나치게 높이 세운다. 그래서 매우 경직되고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자신의 감정 표현에는 미숙하다.
—<1-3 내 사전에 실수란 없다: 완벽하려는 아이> 중에서
당신이 속한 조직에도 면전에서는 ‘네, 네’ 대답을 잘하지만 이후에는 함흥차사인 부하 직원이 있는가? 상사에게 특정인을 험담하거나 여기저기 다른 말을 옮기고 다니는 사람, 또는 이메일을 통해서 상대방을 은밀히 모함하는 사람은 없는가?
이런 종류의 공격적 행동은 가해자와 함께 생활하거나 직접 일해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들은 겉으로는 모두 수긍하는 척하기 때문이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런 심리를 ‘수동공격성’이라고 한다. 글자 그대로 ‘수동성’과 ‘공격성’이 섞여 있는 상태이다. 수동공격형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타인의 부탁을 딱 잘라서 거절하거나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지 않는다. 그러나 말없이 할 일을 미루거나 모른 체함으로써 결국 보이지 않게 다른 사람의 뒤통수를 친다.
—<1-7 나는 예스맨이다, 하지만……: 복종하는 아이> 중에서
모든 사람들에게는 타인과 잘 어울리려는 ‘친애 욕구’가 있는데, 이것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으면 내면에서 외로운 아이가 발동한다. 남이 나를 거부하거나 멀리하면 마치 부모에게 버림받기라도 한 것처럼 불안해한다. 이러한 심리 현상을 정신분석학에서는 ‘거절 공포’라고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보인다.
∴내 편을 드는 사람을 크게 신뢰한다.
∴상대가 자신을 거부하거나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면 금방 위축된다.
∴사람을 쉽게 믿는다. 그만큼 배신도 잘 당한다.
∴사람들이 멀리할 때 심한 소외감을 느끼고 기가 죽는다.
—<1-5 세상에 내 편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외로운 아이> 중에서
마음속 두려운 아이가 지나치게 발동하여 현재의 상황을 과장하여 받아들이는 경우, 재정 상태가 좋고 직장에서 안정적인 자리에 있는데도 파산이나 해고가 임박했다고 걱정할 수도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의 한파를 겪은 뒤 살아남은 사람들도 여전히 두려움에 시달릴 수 있다.
이렇게 구조조정으로 인한 정신적 후유증이 심하면 정신적 황폐화 현상인 ‘ADD 증후군(After Downsizing Desertification Syndrome)’이 나타나기도 한다. 워낙 예측하기 어렵고 개인이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환경의 스트레스가 문제다.
심한 경우, 해고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 보인다. 정신적인 무감각 현상이 일어나고 ‘될 대로 되라’는 식의 포기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1-8 공포가 영혼을 잠식할 때: 두려운 아이> 중에서
거짓말로라도 “참 성실하네” “참 잘한다”는 한마디를 들으면, 그 순간에 만족감과 쾌감을 느끼는 대뇌의 보상 중추에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뇌 전체로 좍 퍼진다. 심지어 거짓말이라고 예고를 해도 그것은 다 잊어버리고, 칭찬이 거듭될수록 도파민 주머니가 팍팍 터져서 뇌세포 밖으로 흘러나온다. 본능적으로 뇌가 신이 나기 때문에 의도적인 계산을 할 시간도 없이 반사적으로 반응이 일어난다.
사랑에 빠지면 애착 형성에 관련되는 옥시토신이 증가하고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감소한다. 그런데 좋은 사람에게 칭찬을 들을 때도 같은 반응이 일어난다. 칭찬은 사랑에 버금갈 만큼 강력하면서도 매우 실질적인 보상인 것이다.
직장에서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 가정에서도 공감을 잘할 확률이 높다고 했는데, 칭찬과 강점 소통도 마찬가지이다.
—<2-3 긍정의 눈으로 강점에 집중하라: 성장하는 아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