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에서도 기업은 살아남아야 한다!”
세계경영의 대우, 국민 소주 진로, 아파트의 명가 우성, 섬유왕국 한일…
이 땅의 위대한 기업들은 왜 몰락했는가!
한국 기업 격동의 50년, 그 욕망과 몰락의 쓰라린 역사에서
내일을 위한 기업 생존의 지혜와 통찰을 구하다!
경제전문가 공병호 박사가 본격 시도한 대한민국 기업실록[實錄]
한국의 20대 재벌기업들, 그들의 영광과 좌절의 흥망사를 통해
대한민국 기업의 지속 생존을 가로막는 고질적 문제점과 극복 방안을 모색한다!
2011년 1월 GM대우자동차는 이제 더 이상 ‘대우’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시보레’란 브랜드를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한때 ‘국민경차’ 등을 만들어내며 한국 자동차 시장을 호령했던 대우. 대우그룹 해체 이후 2002년 GM에 인수되는 등 굴곡의 30년 역사가 끝나는 쓸쓸한 순간이었다.
어디 대우뿐인가? 진로, 동아, 쌍용, 한일, 신동아, 극동…… 격동의 산업 부흥기 속에 ‘무한 질주’하던 한국의 위대한 기업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이에 한국 기업들을 지근거리에서 연구하며 그들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깊숙이 살필 수 있었던 경제 전문가 공병호 박사가『공병호의 대한민국 기업흥망사』에서 그 뼈아픈 몰락의 역사를 추적하고 이를 통해 내일을 위한 교훈을 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IMF 직전까지 한국 경제를 주름잡았던 20대 재벌기업들의 영광과 좌절, 부상과 몰락 등 일반인들이 쉽게 알 수 없었던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통해 기업의 생존을 가로막는 7가지 함정을 살펴본다. 이를 거울삼아 제2의 도약과 지속성장을 꿈꾸는 대한민국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이 책은 모두 3개의 부로 이뤄져 있다. 1부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대기업, 중소기업, 소규모 개인사업자, 신생 창업기업 그리고 재벌그룹들의 흥망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사업 세계에서 롱런하기란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를 살펴본다. 2부는 외환위기 전후 몰락에 이른 20개의 대표적인 재벌(기업집단)들의 흥망을 주요 원인 중심으로 7개 그룹으로 나누어 소개하였다. 3부는 “100년 기업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다루고 있다.
특히 공병호 박사는 이 책에서 기업 몰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무모한 사업다각화, 조직 관리의 패착, 사업구조 쇄신의 실패, 시장을 읽어내는 통찰력 부재, 오너의 자질과 경영 능력 부족, 급격한 환경변화와 불운, 정치권력과의 불협화음 등을 꼽았다.
무모한 사업 다각화로 끝나버린 ‘국민 소주’ 진로의 아성, 회장 1인의 독주 속에 조각난 세계경영의 꿈 대우그룹, 삼성가의 성골이었음에도 사람의 장벽을 물리치지 못해 쓰러진 새한, 숨가쁜 유통망 확장 속에 조직의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못했던 뉴코아, 시대 변화에 재빨리 변신하지 못한 섬유업계의 공룡 한일, 시장을 읽어내는 통찰력이 부족했던 나산, 자산이 부채보다 많았음에도 의혹만 남긴 채 해체의 비운을 맞이한 건설왕 동아……. 이처럼 한 편의 드라마보다 더 긴박한 기업 생멸의 과정을 읽노라면 각각의 몰락 원인에는 차이가 있겠으나, 결국 흥하는 것도, 망하는 것도 사람에 의한 것임을, 사람의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공병호 박사는 기업이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지나침’ 즉 ‘과속, 과욕, 과신’을 주의하라고 강조한다.
특히 이 책은 딱딱한 경제 전략서처럼 분석과 전략 제시에 주안점을 두기보다 마치 교양역사서와 같이 한 기업의 생멸 과정을 흥미롭게 기술하고 읽는 이로 하여금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문제의식을 품게 만든다. 많은 기업 관련 도서들이 해외 필자들에 의한 해외 기업에 대한 책인 데 반해 한국의 필자가 한국 기업의 역사에 대해 총체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 본 도서의 가치가 더해질 것이다.
사업에서 망한다는 것은 사업가에게는 모든 것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기업을 이끄는 이들이라면 규모와 상관없이 지속생존을 위해 불철주야 헌신하고 스스로를 다스려야 한다. 바로 『공병호의 대한민국 기업흥망사』는 오늘 ‘100년 기업’을 꿈꾸는 이들이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훌륭한 반면교사가 되어줄 것이다. 나아가 개인들에게도 각자 인생의 터전에서 영광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주의하고 어떠한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지 깊은 통찰을 전할 것이다.
과욕(過慾), 과신(過信), 과속(過速)… 기업가들이여 지나침을 경계하라!
경제개발이 시작되던 1962년의 1인당 국민소득은 180달러, 두 해 전인 1960년은 90달러에 불과하였지만 50년이 지난 2010년 3만 달러를 향해 달리고 있다. 그 사이 한국 경제는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그리고 중화학공업의 고도화와 금융업의 발전을 이룩하게 되었다. 또한 세계 7위 수출국으로 성장하였다(2010년 기준). 이런 성장의 이면에는 기업세계의 격렬한 부침이 있었다. 대한민국 기업세계의 치열함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50여 년 한국 기업들의 성장 역사를 살펴보자. 매출액 자료가 있는 1965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기업세계의 실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1965년도 매출액 100대 기업은 1975년의 31개사를 시작으로 1985년 23개사, 1995년 20개사, 2005년 13개사, 2009년 12개사가 100위권 내에 자리 잡는 데 성공한다. 결국 2009년 기준으로 1965년 100대 기업 가운데서 12개사만이 남게 됨으로써 1965년 이후 44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보면 100대 기업의 매출액 100위권 내 생존율은 12%에 지나지 않는다.
-<1부 : 1 대기업과 재벌의 극심한 부침> 중에서
1970년대 국내 소주시장 1위에 오른 이후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은 진로는 그야말로 현금 창출이란 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진 회사였다. 경기가 좋으나 궂으나 사람들은 소주를 마시고 그럴 때면 ‘두꺼비 진로’를 찾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로그룹의 젊은 오너는 고속 성장에 대한 과도한 야심 때문에 지나치게 서둘렀고, 자신의 분수와 능력을 넘어서 명확한 목표 없이 이것저것에 손을 대고 말았다. 한마디로 너무 서둘렀다. 물론 사업을 다각화해 나가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진로그룹의 사업 확장에서는 그룹의 제한된 자원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방향성을 갖고 있지 않았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이 분야, 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세를 확장하는 데 급급했던 점이 아쉽다. ‘문어발식 확장’이란 용어의 전형적인 사례로 진로그룹을 들어도 무리가 아니다.
-<2부: 1-1 진로그룹: 과속과 과욕으로 침몰에 이른 ‘국민 소주’> 중에서
우성건설은 주부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짧은 시간 안에 ‘아파트는 우성’이라는 등식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데 성공하게 된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우성건설은 아파트
업계에서 명품 브랜드였다. 1990년대 들어서는 관련다각화에 힘을 집중시켰다. 특히 토목 부분을 강화해서 주택건설업체로부터 종합건설업체로의 변신을 서둘렀다. 1992년에 삼민기업(현 우성종합건설)을 비롯해서 조립식자재 생산업체인 용마개발(현 우성공영), 청우종합개발(현 우성산업개발) 등 5개의 건설 관련업체가 비계열사 형식으로 우성그룹에 편입되었다.
그러나 주택업 자체가 건설경기 사이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고려하면 우성그룹의 몰락에는 건설경기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부분이 큰 몫을 차지하였다. 지금까지 사업을 잘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으로 인해 주택 건설을 위한 토지 및 상업용 건설을 위한 토지의 구입에 지나치게 많은 돈이 물리게 된 점은 결정적인 실책이었다.
-<2부: 1-3 우성건설그룹 부동산 경기 침체에 무너진 명품 아파트 ‘우성’> 중에서
판결이 있고 난 다음 석 달이 채 되지 않았던 2005년 6월 14일, 5년 8개월 동안 정처없이 해외를 떠돌던 김우중 회장이 초췌한 모습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한때 재계의 수장이었고 대우그룹 회장이었던 김 회장이 병색이 완연한 노인의 모습으로 귀국하는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 가운데는 세월의 흐름과 부(富)의 무상함을 새삼 되새긴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실패한 기업인으로 법적인 판결을 받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그의 공과에 대해서 상반된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불운이 겹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당시의 정치권력이 김 회장에게 좀더 우호적이었더라면 오늘날 대우그룹의 세계경영은 대한민국의 큰 자산이 되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다. 그러나 김 회장에 대해서는 가혹한 비난을 퍼붓는 사람들도 있다.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았던 성장전략이었으며 다분히 신기루 같은 기업경영 방식으로 말미암아 국민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는 견해이다. -<2부: 2-1 대우그룹 1인 독주 소에 조각난 세계경영의 꿈> 중에서
이를 두고 어느 2세경영자는 “아부하는 사람들은 도처에 깔려 있고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자신의 심경을 피력한 적이 있다. 견제와 균형은 측근을 다루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원칙이다. 사람의 장벽을 물리쳤어야 했다는 것이 새한그룹의 몰락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세인들의 기억 속에 잊혀져간 새한그룹이 다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안타까운 사건 때문이다. 이재관 부회장은 밑으로 남동생이 2명 그리고 여동생 1명을 두고 있었다. 이 가운데 한때 새한미디어 사장을 지냈던 2남 이재찬 씨가 2010년 8월 18일에 자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병철 가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 경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산을 잃고 나면 한 집안이 완전히 몰락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부: 2-3 새한그룹 사람의 장벽을 물리치지 못한 2세 경영자의 불운> 중에서
당시 한일합섬의 경우 날로 사양화하는 주력 사업을 대체하거나 주력 사업을 심화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외환위기 이전에 이미 그룹 내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들이 없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국제상사의 인수도 실패로 끝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향 설정에도 실패하고, 결과적으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함으로써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한일그룹 자료를 모으면서 기업이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서 계속해서 변신해 나가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음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질책하기에 앞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2부: 3-2 한일그룹 시대 변화에 재빨리 변신하지 못한 섬유업계의 공룡> 중에서
1998년 1월, 대우그룹에 쌍용자동차를 넘겼을 때 쌍용양회를 포함한 계열사들이 떠안은 쌍용자동차의 부채는 1조 7,665억 원이나 되었다. 공식적인 수치가 그렇다면 쌍용그룹은 자동차 사업 진출로 2조 원을 웃도는 돈을 날린 셈이다. 자동차에 투자한 자금을 염출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들이 지급보증을 선 결과 계열사들은 속속 매각의 길을 걷게 된다.
결국 사업다각화와 관련해서 김석원 회장은 두 번의 결정적 실책을 범하게 된다. 하나는 승용차 사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은 것, 그리고 중도에서 무리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즈음에 포기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을 들 수 있다.
-<2부: 4-1 쌍용그룹 계열사를 매각의 길로 ‘운전한’ 쌍용자동차> 중에서
해태가 인켈을 인수하고 얼마 후에 필자는 인켈 창업자로부터 인켈 인수를 권유받은 한 원로 그룹 총수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 분이 툭하고 던진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과자 만들던 회사가 그 정밀한 오디오를 만드는 일에 성공하겠어?”
이처럼 박건배 회장은 음식료품 이외에 또다른 성장축을 만들어내는 가운데 전자전기와 보완적으로 중공업을 염두에 두었다. 그러나 새로 인수한 사업들이 그룹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두고두고 부담을 끼치면서 결국 모기업인 해태제과의 부실로 이어지고 말았다. 방향성은 갖고 있었지만 인수한 업체를 정상화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고 볼 수 있다.
-<2부: 5-1 해태그룹 “과자 만들던 회사가 그 정밀한 오디오를 만들겠어?”> 중에서
당시 동아그룹의 주력 기업인 동아건설과 대한통운은 외환위기 이전까지 재무구조가 건실한 회사였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인해서 재개발 주택사업과 같은 민간 건축사업에 투자한 투자자금이 묶이면서 동아건설은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그렇다고는 해도 1998년 5월 동아그룹의 경영이 채권단에 넘겨질 때만 하더라도 동아건설은 가혹한 조치를 당해야 할 만큼 부실한 회사가 아니었다. 1997년 회계연도에 동아건설의 자산은 6조 2,194억 원으로 부채보다 1조 3,000여 억 원이 더 많았고, 공사계약 잔여물량을 12조 원 상당이나 가지고 있었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시점에서 총차입금 규모를 고려하면 김포매립지 용도변경 문제만 제대로 물꼬를 잡았더라도 이 정도의 부채문제는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었고 기업의 존속뿐만 아니라 지속성장도 가능했을 것이다.
-<2부: 7-1 동아그룹 부채보다 자산이 많은데도 해체된 비운의 건설왕> 중에서
재벌들의 몰락 사례 가운데서도 유독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유 때문에 사라져버린 기업들이 많았다. 앞으로도 그 정도는 줄어들겠지만 인간적인 이유들이 여전히 기업 성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욕심’은 우리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가도록 만든다. 그런데 그 욕심에‘과(過)’란 글자가 붙어 ‘과욕’이란 단어가 되면 상황은 돌변하고 만다. 또한 ‘과신’이란 단어도 위험하다. 지금까지 기업의 구성원들이 아무리 잘해왔다고 하더라도 최고경영진, 특히 오너가 과도
한 욕심을 제어하지 못하면 모든 것은 허사가 되고 만다. 기업의 덩치를 서둘러 키워야겠다는 오너의 과욕이 기업의 몰락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3부: 1 영광의 역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중에서
경제개발이 시작되던 1962년의 1인당 국민소득은 180달러, 두 해 전인 1960년은 90달러에 불과하였지만 50년이 지난 2010년 3만 달러를 향해 달리고 있다. 그 사이 한국 경제는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그리고 중화학공업의 고도화와 금융업의 발전을 이룩하게 되었다. 또한 세계 7위 수출국으로 성장하였다(2010년 기준). 이런 성장의 이면에는 기업세계의 격렬한 부침이 있었다. 대한민국 기업세계의 치열함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50여 년 한국 기업들의 성장 역사를 살펴보자. 매출액 자료가 있는 1965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기업세계의 실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1965년도 매출액 100대 기업은 1975년의 31개사를 시작으로 1985년 23개사, 1995년 20개사, 2005년 13개사, 2009년 12개사가 100위권 내에 자리 잡는 데 성공한다. 결국 2009년 기준으로 1965년 100대 기업 가운데서 12개사만이 남게 됨으로써 1965년 이후 44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보면 100대 기업의 매출액 100위권 내 생존율은 12%에 지나지 않는다.
-<1부 : 1 대기업과 재벌의 극심한 부침> 중에서
1970년대 국내 소주시장 1위에 오른 이후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은 진로는 그야말로 현금 창출이란 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진 회사였다. 경기가 좋으나 궂으나 사람들은 소주를 마시고 그럴 때면 ‘두꺼비 진로’를 찾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로그룹의 젊은 오너는 고속 성장에 대한 과도한 야심 때문에 지나치게 서둘렀고, 자신의 분수와 능력을 넘어서 명확한 목표 없이 이것저것에 손을 대고 말았다. 한마디로 너무 서둘렀다. 물론 사업을 다각화해 나가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진로그룹의 사업 확장에서는 그룹의 제한된 자원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방향성을 갖고 있지 않았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이 분야, 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세를 확장하는 데 급급했던 점이 아쉽다. ‘문어발식 확장’이란 용어의 전형적인 사례로 진로그룹을 들어도 무리가 아니다.
-<2부: 1-1 진로그룹: 과속과 과욕으로 침몰에 이른 ‘국민 소주’> 중에서
우성건설은 주부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짧은 시간 안에 ‘아파트는 우성’이라는 등식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데 성공하게 된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우성건설은 아파트
업계에서 명품 브랜드였다. 1990년대 들어서는 관련다각화에 힘을 집중시켰다. 특히 토목 부분을 강화해서 주택건설업체로부터 종합건설업체로의 변신을 서둘렀다. 1992년에 삼민기업(현 우성종합건설)을 비롯해서 조립식자재 생산업체인 용마개발(현 우성공영), 청우종합개발(현 우성산업개발) 등 5개의 건설 관련업체가 비계열사 형식으로 우성그룹에 편입되었다.
그러나 주택업 자체가 건설경기 사이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고려하면 우성그룹의 몰락에는 건설경기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부분이 큰 몫을 차지하였다. 지금까지 사업을 잘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으로 인해 주택 건설을 위한 토지 및 상업용 건설을 위한 토지의 구입에 지나치게 많은 돈이 물리게 된 점은 결정적인 실책이었다.
-<2부: 1-3 우성건설그룹 부동산 경기 침체에 무너진 명품 아파트 ‘우성’> 중에서
판결이 있고 난 다음 석 달이 채 되지 않았던 2005년 6월 14일, 5년 8개월 동안 정처없이 해외를 떠돌던 김우중 회장이 초췌한 모습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한때 재계의 수장이었고 대우그룹 회장이었던 김 회장이 병색이 완연한 노인의 모습으로 귀국하는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 가운데는 세월의 흐름과 부(富)의 무상함을 새삼 되새긴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실패한 기업인으로 법적인 판결을 받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그의 공과에 대해서 상반된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불운이 겹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당시의 정치권력이 김 회장에게 좀더 우호적이었더라면 오늘날 대우그룹의 세계경영은 대한민국의 큰 자산이 되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다. 그러나 김 회장에 대해서는 가혹한 비난을 퍼붓는 사람들도 있다.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았던 성장전략이었으며 다분히 신기루 같은 기업경영 방식으로 말미암아 국민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는 견해이다. -<2부: 2-1 대우그룹 1인 독주 소에 조각난 세계경영의 꿈> 중에서
이를 두고 어느 2세경영자는 “아부하는 사람들은 도처에 깔려 있고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자신의 심경을 피력한 적이 있다. 견제와 균형은 측근을 다루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원칙이다. 사람의 장벽을 물리쳤어야 했다는 것이 새한그룹의 몰락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세인들의 기억 속에 잊혀져간 새한그룹이 다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안타까운 사건 때문이다. 이재관 부회장은 밑으로 남동생이 2명 그리고 여동생 1명을 두고 있었다. 이 가운데 한때 새한미디어 사장을 지냈던 2남 이재찬 씨가 2010년 8월 18일에 자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병철 가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 경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산을 잃고 나면 한 집안이 완전히 몰락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부: 2-3 새한그룹 사람의 장벽을 물리치지 못한 2세 경영자의 불운> 중에서
당시 한일합섬의 경우 날로 사양화하는 주력 사업을 대체하거나 주력 사업을 심화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외환위기 이전에 이미 그룹 내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들이 없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국제상사의 인수도 실패로 끝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향 설정에도 실패하고, 결과적으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함으로써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한일그룹 자료를 모으면서 기업이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서 계속해서 변신해 나가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음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질책하기에 앞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2부: 3-2 한일그룹 시대 변화에 재빨리 변신하지 못한 섬유업계의 공룡> 중에서
1998년 1월, 대우그룹에 쌍용자동차를 넘겼을 때 쌍용양회를 포함한 계열사들이 떠안은 쌍용자동차의 부채는 1조 7,665억 원이나 되었다. 공식적인 수치가 그렇다면 쌍용그룹은 자동차 사업 진출로 2조 원을 웃도는 돈을 날린 셈이다. 자동차에 투자한 자금을 염출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들이 지급보증을 선 결과 계열사들은 속속 매각의 길을 걷게 된다.
결국 사업다각화와 관련해서 김석원 회장은 두 번의 결정적 실책을 범하게 된다. 하나는 승용차 사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은 것, 그리고 중도에서 무리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즈음에 포기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을 들 수 있다.
-<2부: 4-1 쌍용그룹 계열사를 매각의 길로 ‘운전한’ 쌍용자동차> 중에서
해태가 인켈을 인수하고 얼마 후에 필자는 인켈 창업자로부터 인켈 인수를 권유받은 한 원로 그룹 총수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 분이 툭하고 던진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과자 만들던 회사가 그 정밀한 오디오를 만드는 일에 성공하겠어?”
이처럼 박건배 회장은 음식료품 이외에 또다른 성장축을 만들어내는 가운데 전자전기와 보완적으로 중공업을 염두에 두었다. 그러나 새로 인수한 사업들이 그룹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두고두고 부담을 끼치면서 결국 모기업인 해태제과의 부실로 이어지고 말았다. 방향성은 갖고 있었지만 인수한 업체를 정상화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고 볼 수 있다.
-<2부: 5-1 해태그룹 “과자 만들던 회사가 그 정밀한 오디오를 만들겠어?”> 중에서
당시 동아그룹의 주력 기업인 동아건설과 대한통운은 외환위기 이전까지 재무구조가 건실한 회사였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인해서 재개발 주택사업과 같은 민간 건축사업에 투자한 투자자금이 묶이면서 동아건설은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그렇다고는 해도 1998년 5월 동아그룹의 경영이 채권단에 넘겨질 때만 하더라도 동아건설은 가혹한 조치를 당해야 할 만큼 부실한 회사가 아니었다. 1997년 회계연도에 동아건설의 자산은 6조 2,194억 원으로 부채보다 1조 3,000여 억 원이 더 많았고, 공사계약 잔여물량을 12조 원 상당이나 가지고 있었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시점에서 총차입금 규모를 고려하면 김포매립지 용도변경 문제만 제대로 물꼬를 잡았더라도 이 정도의 부채문제는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었고 기업의 존속뿐만 아니라 지속성장도 가능했을 것이다.
-<2부: 7-1 동아그룹 부채보다 자산이 많은데도 해체된 비운의 건설왕> 중에서
재벌들의 몰락 사례 가운데서도 유독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유 때문에 사라져버린 기업들이 많았다. 앞으로도 그 정도는 줄어들겠지만 인간적인 이유들이 여전히 기업 성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욕심’은 우리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가도록 만든다. 그런데 그 욕심에‘과(過)’란 글자가 붙어 ‘과욕’이란 단어가 되면 상황은 돌변하고 만다. 또한 ‘과신’이란 단어도 위험하다. 지금까지 기업의 구성원들이 아무리 잘해왔다고 하더라도 최고경영진, 특히 오너가 과도
한 욕심을 제어하지 못하면 모든 것은 허사가 되고 만다. 기업의 덩치를 서둘러 키워야겠다는 오너의 과욕이 기업의 몰락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3부: 1 영광의 역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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