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시골 학교의 가난한 우등생이었던 현현욱과 탄탄한 중소기업 사장의 아들로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도건우. 두 사람은 아주 다른 환경에서 자라 한 장소에서 만난다. 고등학교 문예부와 밴드부의 대표로, 그리고 한 대학의 문학도와 음학도로 만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이런 표피적인 만남은 80년대라는 어두운 시대를 통과하면서 삶의 축을 뒤흔들 만큼의 영향력을 갖는다.
전두환의 쿠데타와 광주민주화운동은 문부대 연병장에서 항거의 표시로 누워 있어야만 했던 현현욱과 현현욱을 혼자 연병장에 내버려둔 채 등을 돌렸던 부채감으로 괴로워했던 도건우, 직접 광주 한복판에서 모든 사태를 지켜보았던 심민영, 그리고 이들의 삶 속에 영입할 수 없었던 이어진의 젊은 날의 꿈을 모두 바꾸어버린다.
도건우는 광주에서 있었던 일을 기록한 심민영의 일기를 보고 적극적으로 운동에 가담하게 된다. 그는 인천에서도 가장 열악하기로 소문난 대경산업에 위장취업해 고투하지만 결국 기계 사고로 음악하는 손가락 두 개를 잃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같이 일해 온 엄선화가 투옥되자 다시 그 길로 돌아가 인천 산업재해 상담소를 차리고 그녀와 결혼한다.
현현욱은 자원해서 군복무를 마친 후 평범한 예비역 생활을 하려고 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그는 다시 총학생회장을 맡고 몇 차례 감옥을 드나들다가 도건우를 따라 대경산업에 위장취업한다. 도건우의 사고 이후에는 대경산업을 맡아 적극적으로 노동 운동에 앞장선다. 그 과정에서 어린 시절부터 사랑했던 어진과 헤어지고 같이 운동하던 회화과 동기와 결혼한다. 그러나 어느 날 아이가 뇌막염에 걸려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이르자 8년 동안 청춘을 묻은 인천을 떠나 서울로 올라온다.
현현욱은 기자 생활을 하다 집어치우고 대기업 회장의 자서전을 대필해 그 돈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 했지만 어쩌다 회장의 모든 문건을 작성하며 그 회사에 벌써 3년째 다니고 있다. 남들은 모르지만 그는 완전히 태업 상태였다. 10년 만에 이어진을 다시 만난 후 그의 정체성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이상을 꿈꾸며 기업을 운영해 오던 건우가 부도를 맞더니 급기야는 자살인지 사고인지 알 수 없는 죽음을 맞는다. 건우의 죽음을 계기로 현욱은 지금까지의 생활과 단절할 것을 결심한다. 그는 사표를 내고 인터넷 신문을 창간해 노동 현장을 직접 발로 취재해 게재한다. 스무 살 연병장 가운데 혼자 남겨졌던 짧고 강렬했던 외로움의 기억을 되살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