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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괴물

비틀린 욕망과 숨막히는 갈등, 위트와 재치 너머에 숨겨진 기막힌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

저자
이외수 지음
출간일
2015년 03월 25일
면수
656
크기
140×210
ISBN
9788965744757
가격
15,800 원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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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내 안에 괴물이 숨 쉬고 있다!
초생성서에 담긴 인류 멸망의 메시지, 과연 악마적 영혼의 구원은 가능한가!
비틀린 욕망과 숨막히는 갈등, 위트와 재치 너머에 숨겨진 기막힌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


비틀어진 세상 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인간 존재의 진정한 구원에 대해 이야기해 온 소설가 이외수. 데뷔 40년이 되도록 시종일관 ‘현역 작가’로 활동해 온 그는 여전히 소설과 에세이, 우화 등의 경계를 뛰어넘어 문학과 독자의 소통을 꿈꾸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1975년 문단 데뷔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전업작가로서 작품만을 써온 이외수 작가는 1978년 『꿈꾸는 식물』로 장편소설계에 첫발을 내디뎠고,『들개』(1981),『칼』(1982),『벽오금학도』(1992),『황금비늘』(1997),『괴물』(2002),『장외인간』(2005)까지 총 7편, 원고지 1만 매에 달하는 장편소설로 일상을 넘어 예술의 절정에서 이루어지는 영혼의 교감과 인간의 구원을 끊임없이 추구해 왔다. 기출간 작품들은 독서 세대에 맞는 장정과 판면으로 거듭 개정 출간되며 꾸준히 독자들을 만나왔다. 새로 펴내는 2014년판은 본문의 가독성을 높이고 가볍고 부드러운 장정으로 제작해 젊은 독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했다.
다섯 번째로 출간되는 작품 『괴물』은 2002년 출간 당시 7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인간들에게서 비롯된 온갖 악행과 범죄를 끌어안은 구원 없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과연 스스로를 구할 수 있을지를 묻는 작품이다. 그 대답으로 작가 이외수는, 내 안에 숨겨진 또 다른 나의 실체를 발견한다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인간 구원의 깨달음을 전한다.
첫 발표 시 전체 81장을 두 권으로 구분해 출간했으나, 이번 출간에서는 합본하였다. 각 장별로 화자 및 시점이 다른데, 심지어는 단락별로 시점을 달리하여 소설 읽기의 독특한 맛을 제시한다. 주요하게 다루어지는 등장인물이 다른 작품에 비해 많고, 그들이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설화적 기법으로 표현하여 전기적(傳記的)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인생이 잇따른 인연으로 이루어져 있듯이, 이 소설 역시 앞부분과 뒷부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서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수많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이유 없이 거론된 인물은 하나도 없다. 인물뿐만 아니라 이외수 식의 유기적 구성이 이루어내는 입체화로 인해 삼차원적 분위기가 발생하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받아 왔다.
“죽어가는 그날까지 ‘쓰는 자의 고통이 읽는 자의 행복이 될 때까지’라는 좌우명을 지키며 살겠습니다”라는 소망으로 인간 영혼의 고귀함을 설파하는 이외수 작가의 장편소설들은 메말라버린 감성과 삐뚤어진 인간의 모습을 되짚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저자 및 역자

본문 중에서

나는 태어날 때부터 왼쪽 안구가 함몰되어 있었다. 거리에 나가면 본의 아니게 남들로부터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남들이 내게 보내는 시선은 각양각색이었다. 동정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고 혐오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자주 곁눈질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아예 시선을 회피해 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한쪽 눈으로 바라보아도 저물녘 돌담길로 숨어드는 굴뚝새는 검은색이고 한쪽 눈으로 바라보아도 한밤중 논둑길에 피어 있는 달맞이꽃은 노란색이다. 한쪽 눈으로 바라보아도 소나무에는 소가 열리지 않고 한쪽 눈으로 바라보아도 개머리에는 개뿔이 돋지 않는다. 육안으로 포착할 수 있는 것들이 모두 진체(眞體)가 아니거늘 한쪽 눈으로 본다고 무엇이 달라지며 양쪽 눈으로 본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나는 조금도 괘념치 않고 주어진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 <화살표> 중에서



봄은 내게 살인충동을 불러일으키는 계절이다. 봄에 피어나는 세상의 모든 꽃들도 내게 살인충동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나는 살구꽃을 보면 걷잡을 수 없이 강렬한 살인충동에 사로잡힌다. 지천에 햇빛이 생금가루처럼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는 봄날. 현기증이 날 정도로 만발해 있는 살구꽃. 꽃잎들은 바람이 불지 않아도 함박눈처럼 어지럽게 허공에 흩날린다. 나는 봄이 되면 자주 살구꽃잎들이 함박눈처럼 어지럽게 흩날리는 풍경 속에서 내가 살해한 시체를 간음하는 몽상에 사로잡힌다. …(중략)… 대부분의 인간들은 사랑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면서 살아간다. 사랑이 욕망의 또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사랑은 종족보전의 본능이 성욕이라는 괴물을 거룩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치장하기 위해 조제한 일종의 최음제(催淫劑)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최음제에 속아서 알몸이 되고 최음제에 속아서 애무를 하고 최음제에 속아서 성교를 한다. 사랑은 허명이요 착각이다. 사랑이라고 이름 붙여진 일체의 행위들은 종족보전의 본능이 조장하는 번식놀이에 불과하다.

― <암행일지(暗行日誌)> 중에서



“이제 더 이상 구차하게 억울함을 하소연하지는 않겠소. 여러분들은 모두 한낱 떠돌이 좀도둑에게 연쇄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씌워서 목숨을 처단한 공범들이오. 내가 만약 후생에 다시 태어나서 여기 모인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만나게 되면 그때는 반드시 오늘의 대가를 죽음으로 되갚고야 말겠소. 아무리 가까운 인연으로 다시 태어나더라도 기필코 내게 목숨을 바칠 각오들을 하시오.”
내가 유언을 끝마치자 청맹과니들의 격분하는 소리가 높아지면서 다시 돌들이 날아오기 시작한다. 집행관이 위엄 있는 목소리로 청맹과니들의 행동을 저지시키고 대기하고 있던 궁사를 불러낸다. 궁사는 우직해 보이는 인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우직해 보이는 인상도 소름이 끼친다. 집행관을 맹신하고 있다는 증표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이윽고 궁사가 시위에 화살을 먹인다.
“저 천인공노할 죄인을 즉시 처단토록 하라.”
마침내 집행관의 추상 같은 명령이 떨어진다. 궁사가 신중한 동작으로 화살을 겨냥한다. 비천한 떠돌이 좀도둑으로 살아온 한평생이 종말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 없다. 오로지 억울하다는 생각 하나뿐이다. 나는 증오심이 끓어오르는 목소리로 궁사에게 한 마디를 던진다.
“화살이 시위를 떠나는 순간 당신도 무고한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되는 것이오.”

― <시간퇴행법> 중에서



초생성서는 강력한 살인지령이 염사(念寫)되어 있다.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정신질환자들에게만 강력한 살인충동을 유발시킨다. 특히 네크로필리아들에게는 시체에 대한 억제불능의 식욕과 성욕을 유발시킨다. 그러나 정상적인 인간들에게는 직접적인 작용이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무슨 신흥종교 단체의 포교문(布敎文)처럼 보일 뿐이다.

― <살인지령이 염사(念寫)된 컴퓨터 바이러스> 중에서

 

독침연쇄살인사건의 희생자가 도합 열 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희생자들은 모두 여자였다. 그중에는 초등학교 4학년짜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짜리는 다섯 번째 희생자였다. 매스컴들은 다섯 번째 희생자를 기점으로 야밤에 침입자를 발견한 사육장의 개 떼처럼 일제히 경계의 목소리를 드높이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독침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면 예외없이 다른 지역에서도 엽기적인 살인사건들이 발생했다. 범인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희생자를 선택해서 시체를 토막내거나 시체를 간음하거나 시체를 탐식하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범인이 검거된 사건도 있었지만 아직 범인이 검거되지 않은 사건도 있었다.  

― <말세 예감> 중에서



사내는 음침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송을태는 그때까지도 설마 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사내는 너무나 진지해 보였다. 송을태는 사내로부터 강렬한 적의를 감지했다. 놀랍게도 적의 속에는 살의도 내포되어 있었다. 사내의 눈빛은 집요하고 잔인하고 사악해 보였다. 송을태는 자신이 몹시 거북한 입장에 처해 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모골이 송연해지고 있었다. 미평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 시내버스에서 승객들에게 억지로 볼펜을 강매하던 깡패의 모습이 떠올랐다. 송을태는 그때보다 몇 배나 더 난감한 기분이었다. 사내가 자신에게 살의를 품고 있는 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아저씨가 독침연쇄살인범이라도 식대는 주셔야 해요.”
“영특한 놈인 줄 알았는데 밥통이로구나.”
“식대도 못 내실 거면서 배달은 왜 시키셨어요.”
“내가 왜 장님 흉내를 내고 다니는지 가르쳐주고 싶었지.”
“장난치지 마시고 빨리 식대나 주세요.”       

― <재산목록 제1호> 중에서

추천사

언젠가부터 한국 소설이 부담스러워진 건, 주인공들 때문이었다. 조숙한 아이, 자폐기 있는 청년 백수, 캐리 브래드쇼를 닮으려는 잡지 기자, 이상하게 여자가 꼬이는 룸펜 작가들에 물렸다. 그들이 피해자 역할만 맡는 것도 떨떠름했다. 선 굵은 남자 배우들이 동시에 휴식기에 들어갔을 때의 극장가 같은 느낌이랄까. 『괴물』은 그런 갈증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통쾌한 스릴러이고, 넋을 쏙 빼는 판타지이며, 날이 단단히 선 사회비판 소설임과 동시에 구원을 말하는 구도서다.
―장강명(소설가)

목차

전학생|도난사건|교실동화(敎室童話)|출생기|화살표|도벽방지전략|방관자들에 대한 반추(反芻)|과거는 흘러갔다|암행일지(暗行日誌)|시간퇴행법|강박사출설(强迫射出說)|독침|물안개|살인지령이 염사된 컴퓨터 바이러스|초생성서(超生聖書) 제1장|나그네쥐를 아시나요|돌발사태|백량금|될성부른 연쇄살인범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동천법사|최면요법|먹잇감들|조개잡이|과거를 묻지마세요|사기수업|마지막 가을비 내리는 날 목로주점에서|초생성서(超生聖書) 제2장|술래잡기|몰카|접촉사고|다리 위의 빨간 양산|미궁(迷宮)|말세 예감|월영산(月影山)|초생성서(超生聖書) 제3장|안전점검|천하협객|신선이 살던 마을|토하리(土廈里)|서정시인|천세교(天世敎)|철가방|하얀솔개|풍류행화원|초생성서(超生聖書) 제4장|향운장|보따리장사|야간통화|백장|직업에는 귀천이 있다|천생연분|회상기(回想記)|도살자와 성직자|별난 아이|정면승부|어느 날 갑자기|신도시|목불|살구꽃이 만발해 있던 마을|초생성서(超生聖書) 제5장|여름날|달맞이꽃|일필휘지(一筆揮之)|기녀수첩|달빛연주|무처약전(無處略傳)|해독제|네크로필리아|소견서|기적을 보여드립니다|폐교에서|산사(山寺)의 겨울|손자병법(孫子兵法)|황사의 계절|시인이 있어야 할 자리|의사를 불러주세요|깡통들|일급시각장애인|재산목록 제1호|자비로운 세상을 위해서|천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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