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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놀이

불놀이

소설가 조정래를 오늘에 있게 한 사회 문제작

저자
조정래 지음
출간일
2010년 11월 10일
면수
436
크기
126*187
ISBN
9788965740001
가격
17500 원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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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의 삶이야말로 진정 불놀이가 아닌가!
대한민국의 시대와 역사를 가로지르는『태백산맥』『아리랑』『한강』의 작가
조정래를 우뚝 서게 한 장편소설 『불놀이』

성공한 사업가에게 찾아온 느닷없는 전화 한 통에
피맺힌 과거의 한(恨)이 한 꺼풀씩 벗겨진다!
소설가 조정래를 오늘에 있게 한 사회 문제작 『불놀이』


30년 가까이 묻어두었던 과거가 무심코 받은 전화 한 통에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한다면, 냉정하고 메마른 목소리의 남자가 매일 밤 같은 시간에 나를 찾아 잊으려고 몸부림치던 일들을 끄집어내려 한다면, 인간이 참아낼 수 있는 한계점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
1982년 문예지에 발표한 네 편의 중편소설 「인간 연습」「인간의 문」「인간의 계단」「인간의 탑」을 이듬해 연작 장편소설로 묶은 『불놀이』는 1999년 <조정래 문학전집>(전9권)의 두 번째 책으로 재출간된 바 있고, 1997년에는 미국 코넬대학 출판부에서 영어판이, 1999년에는 프랑스 아르마땅 출판사에서 프랑스어판이, 2005년 독일 페페르코른 출판사에서 독일어판이 출간되며 세계인에 소개되었다(현재 중국어와 스웨덴어로 번역 중). 해방 이후 좌우의 이념대립이 극명했던 벌교를 중심으로 이념 이전에 감정의 혼란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한(恨)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 작품은『대장경』(1972년)에 이은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문학평론가 황국명(현 인제대 교수)은 “역사에 대한 거시적 안목과 통찰이 돋보이”며 “격렬한 사회 변동에 가족사를 정교하게 접목시키고, 역사적 삶에 최대로 밀착하면서 또한 개체의 운명을 섬세한 촉수로 감지해낸다”고 평한 바 있다.
여순반란사건과 6․25전쟁을 겪으면서 한 마을의 세습된 지주 집안과 그 밑에서 농노처럼 억눌려 살아온 이들 사이에서 벌어진 학살과 복수의 한 맺힌 악순환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사건이 있은 지 29년 동안 가족도 모르게 숨겨온 과거가 한순간 드러날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50대 남자의 불안으로 시작된다. 지주 집안의 장정 38명을 찔러 죽이고 남의 아내마저 겁탈해 인면수심의 존재처럼 보이는 주인공은, 동학농민운동의 실패로 숨어 살아야 했던 집안의 자손이면서 자기 아내가 몰매 맞아 죽을 때 손 한번 써보지 못한 채 정신적 불구가 된 아들 역시 품어낼 수 없었던 비운의 인물이다.
이 작품에는 봉건 제도가 무너져버린 후에도 토지소유나 생산의 관계는 끈질기게 남아 있었음이 여실히 담겨 있으며, 일본제국주의가 벌인 식민지 수탈정책까지 그 위에 겹쳐져 땅을 갈면서도 그 위에 삶은 세울 수 없었던 핍박받던 사람들의 한(恨)이 그려져 있다. 백성들은 농토를 소유하지 못했기에 궁핍했고 그와 동시에 가진 자들에 의해 천하게 대해졌으며, 결국 억울함은 커져만 갔던 것이다.
당시 일간지 기자였던 김훈(현 소설가)은 『불놀이』에 대해 “소설은 살육과 광기의 바탕이 된 한(恨)의 내용과 빛깔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면서 그 한풀이가 상대방의 한맺힘을 의미한다면 그 한풀이에 의하여 역사는 진보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불놀이
신분으로도 재물로도 억눌린 자들의 생애에서 얽히고설키는 한(恨)을 냉엄한 시선으로 적나라하게 그렸기에 “한(恨)이 이데올로기에 편승해 무장되었을 때 얼마나 어둡고 짐승스러운 광기와 살육을 저지르게 되는가를 그려내면서 설움을 앞세운 폭력과 살육에 의해서는 인간도 역사도 결국 구원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암시한다”고 김훈은 말했다.
추리적 사건전개에서 시작해 민중의 설움과 분노를 다이내믹하게 펼쳐내고 있는 장편소설 『불놀이』는 평화와 생산의 도구인 농기구를 만들던 손이 학살과 파괴의 도구인 창을 만들기까지 핍박받아온 삶을 우회적으로 그리고 있기에 현재의 독자들에게 더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6․25전쟁 전후의 사건들이 민족의 무의식에 남긴 상흔과 함께 우리 민족의 염원이자 비원인 조국 통일에 대해 숙고해 볼 수 있을 것이며, 억압과 분노를 풀어내는 것은 통합과 화해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 및 역자

조정래

조정래

‘작가정신의 승리’라 불릴 만큼 온 생애를 문학에 바쳐온 조정래 작가는 한국문학뿐 아니라 세계문학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뛰어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작가정신의 결집체라 할 수 있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은 ‘20세기 한국 현대사 3부작’으로, 1천 5백만 부 돌파라는 한국 출판사상 초유의 기록을 수립했다. 1943년 전라남도 승주군 선암사에서 태어나 광주 서중학교, 서울 보성고등학교를 거쳐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후, 왜곡된 민족사에서 개인이 처한 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소설을 집필했다.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비롯해,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 『풀꽃도 꽃이다』 『정글만리』 『허수아비춤』 『사람의 탈』 『인간연습』 『비탈진 음지』 『황토』 『불놀이』 『대장경』, 중단편소설집 『그림자 접목』 『외면하는 벽』 『유형의 땅』 『상실의 풍경』 『어떤 솔거의 죽음』 등을 발표했다. 산문집으로 『누구나 홀로 선 나무』 『황홀한 글감옥』 『조정래의 시선』『조정래 사진 여행: 길』과 함께, 문학인생 50년을 담은 『홀로 쓰고, 함께 살다』를  출간했다. 또한 고등학생 손자와 함께 집필한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와 청소년을 위한 위인전인 『신채호』 『안중근』 『한용운』 『김구』 『박태준』 『세종대왕』 『이순신』을 발표했다.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단재문학상, 노신문학상, 광주문화예술상, 만해대상, 현대불교문학상, 심훈문학대상 등을 수상했고,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조정래 작가의 작품은 영어 · 프랑스어 · 독일어 · 일본어 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번역 출간되었고, 영화 · 오페라 · 뮤지컬 · 만화로 만들어졌으며, TV 드라마 등으로도 제작되고 있다.

본문 중에서

간략 줄거리
상당한 규모의 철강기업을 운영하며 재력을 축적한 황복만 사장은 어느 날 의문의 전화를 받는다. “배점수 씨, 당신 너무 오래 살았다고 생각지 않소?”로 말문을 연 사내는 황 사장이 고향인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회정리를 떠나오기 전 이데올로기의 파고에 휩쓸리면서 지주였던 신씨 가문의 장정 38명을 죽였다는 사실을 29년이 흐른 지금 일깨우기 시작한다. 자신은 농노로 평생을 바쳤으나 땅 못 가진 설움을 아들에게는 물려주지 않으리라 결심한 황 사장의 아버지 때문에 억지로 배운 대장장이 일에서 그는 살육의 무기가 된 창을 만들었던 것이다.
좌익 사상을 따르는 방 선생의 도움으로 글을 익히던 배점수는 그사이 ‘빨강물’이 들어 점점 깊이 활동에 참여하면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 되고, 비루하고 가난했던 사람이 잘사는 새 세상이 당장 찾아오리라는 믿음으로 가진 자들을 향해 폭력과 억압을 일삼는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힘의 대결로 마을에서 도망쳐 결국 산사람이 되었고, 빨치산 조직이 와해되면서 타지로 떠난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 모자란 척 행동하며 이리저리 휩쓸리다 부산까지 흘러든 그는 대장장이 일을 다시 시작해 근대화의 물결을 타고 엄청난 부를 축적하면서 급기야는 피란민들에게 주어진 가호적 신고를 이용해 출신지와 신상기록을 바꿈으로써 황해도 출신으로 거듭나는데......


본문 중에서
그것은 정녕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었다. 뱉을 겨를도 없이 목구멍을 넘어가고 있는 독약이었고, 꼼짝할 수 없이 결박당한 채 신경 마디마디를 찢기는 고문(拷問)이었다.
오래 살았으니 어쩌겠다는 것인가.
그 변함이 없는 차가운 목소리, 소름이 쭉쭉 끼쳐오는 웃음 소리. 그놈은 사람이 아니다. 원한 맺힌 신씨 문중 사람들의 원귀(寃鬼)일 것이다.
그놈의 애비 에미는 도대체 누구인가.
그놈은 신가 어느 누구의 자식인가.
어떻게 모든 걸 알아냈을까.
만날 필요가 없다고? 그놈은 어떻게 할 작정일까.
아니, 이쪽에선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29년― 가슴 조이고 두리번거리며 살아온 세월. 천신만고 끝에 이루어놓은 모든 것들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것인가.
죄는 무엇인가. 세월이 이렇게 길게 흘렀는데도 죄는 그대로 남게 마련인가.
―배점수 씨, 당신 너무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소? ―「인간 연습」중에서

영감은 술잔을 반쯤 비우고는 담배를 빼물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는 영감은 신들려 오는 무당처럼 아까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근디, 고 상것들의 대장이 기절초풍헐 인물이었당께. 시악씨맹키로 얌전허던 국민핵교 방 선상이었어. 사람이 고렇크름 무선 것이여. 고 말 웂고 순허디순헌 방 선상이 맘속에 빨갱이 사상을 담고 있을 줄 그 누가 알았을 것이여. 고 방현우 밑에서 부대장을 한 것이 대장깐을 허든 배점순디, 모든 일은 요것들 둘이서 비벼묵고, 말아묵고 다 혔어.”
형민은 숨을 멈추며 상 아래서 두 손을 맞잡았다. 마침내 아버지 이름 석 자가 튀어나왔고, 형민은 자신의 안색이 변하는 것 같은 긴장을 느꼈다.
“배점수헌티 뿔근 물 딜인 방가놈도 못쓸 놈이제만, 뿔근 물 처묵고 미쳐 돌아간 배점수 고놈은 더 숭악헌 놈이었당께. 워메, 고놈 징헌 건 말로 다 못혀. 막말로 고것들 시상이 두어 달만 더 끌었다면 붕알 달린 신씨 성받이는 씨가 몰라(말라)부렀을 것잉마. 딴 동네 것들이 다 대창 갖고 설쳤는디, 우리 세 동네 것들만 시퍼런 쇠창인 것도 바로 그 배점수놈이 한 짓거리여. 아 그 육시헐 놈이 사람들 눈 피해감스로 우리덜 찔러 쥑일 그 시퍼런 쇠창을 두고두고 맹글었다고 생각혀 보소. 지끔 생각혀도 치가 부들부들 떨리는 일이 아니고 멋이여. 우리덜언 고런 것도 모르고, 고놈덜 굽실거리는 인사를 받고 태평시럽게 살았드란 것이여.” ―「인간의 문」중에서

아버지를 죽인 원수라는 배점수라는 사람에 대해서였을까. 아니면 또다른 어떤 이야기가 있었던 것일까. 그러나 죽음과 맞선 어머니의 의지는 그 마지막 말을 미처 끝내지 못하고 허물어진 것이다.
찬규는 차가운 어머니의 주검을 응시한 채 평생 어머니를 괴롭혀 왔던 가슴앓이, 어머니의 목숨을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어 온 그 가슴앓이를 만들어낸 한의 정체를 비로소 선명하게 보고 있었다. 남편을 죽인 원수의 사진을 간직한 채 복수의 원한을 가슴속으로 끓이며 어머니는 20년의 세월을 살아온 것이었다. 그 원한이 가슴앓이를 일으키는 병균이었고, 어머니는 그 병균을 키워가며 가슴앓이의 고통에 시달리고 촛불이 제 몸을 태우듯 스스로의 목숨을 조금씩 조금씩 죽여가고 있었던 셈이었다. 한이 서리서리 엉켜 생긴 병이니까, 의사가 고칠 병이 아니라 마음으로 고쳐야 하는 병이라는 이모의 옛말이 지금 옆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확실하게 들려왔다.
― 「인간의 계단」 중에서

고향을 등지게 되고, 세월이 흘러가는 것과는 상관없이 그때의 기억들은 문득문득 험상궂은 얼굴로 나타나서 점수를 괴롭히고는 했다. 그 기억들을 떼쳐내려고, 그 기억들의 포위에서 벗어나려고 무진 애를 써보았다. 그러나 헛수고였다. 그 기억들은 어쩌면 영원히 핏속에 스며들어 버린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그 숱한 기억들 속에 그 여자를 범한 일은 들어 있지 않았다. 아마 너무 큰 사건들 속에서 그 일은 사소한 것으로 묻혀지고 만 것이었으리라.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하고 사흘째 되던 날 전화 속의 사나이는 마침내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신병모 씨는 내 아버지요. 이 말을 듣는 순간 황 사장은 머리가 펑 터지는 것 같은 충격에 부딪혔고, 자꾸만 가물거리는 의식을 붙들려고 안간힘 쓰며, 니는 내 새낄 것이여, 틀림없이 내 새낄 것이여 하는 절박한 생각에 몰렸다. 그리고 자기 핏줄에게 죄 갚음으로 목숨을 위협당해야 하는 기막힌 기구함에 절망하며 황 사장은 정신을 잃어버렸다.
― 「인간의 탑」 중에서

추천사

목차

작가의 말
1장 인간연습
2장 인간의 문
3장 인간의 계단
4장 인간의 탑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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