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쯤 지나 인터넷 거품은 조금씩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도도했던 <인재전쟁>의 주인공들은 백만장자로서의 은퇴를 준비하는 대신 다시 ‘직장 찾기 전쟁’에 뛰어들어 하나 둘씩 이력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들 대부분은 최고 학벌에 누구나 알아주는 좋은 직장들로만 두루 옮겨 다닌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들이었다.
선진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를 보더라도, 직급이 올라갈수록 마치 예리한 레이저 빔처럼 정확하고 날카롭게 갈고닦이고 조준된 능력을 지닌 인재를 원한다. 다양한 경험과 적극성을 통해 팔방미인과 같은 다양성을 갖추라고 했지만, 적어도 업무에 있어서는 자신의 주특기를 확고하게 갖추고 있어야 한다.
내가 만났던 50대의 고급 간부 출신이었던 한 구직자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나와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직위를 거쳐온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프로필은 우리에게 구인 의뢰를 한 클라이언트들의 조건에 모두 조금씩 어긋나고 있었다. 결국 고심 끝에 그에게 ‘부적합’ 통보를 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그의 반응이 의외였다.
“만약 제가 CEO 직위에 부적합하다면 세일즈 책임자나 CFO 자리는 안 될까요? 저는 세일즈 경험도 풍부한데요.”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도, 아니 무엇이라도 주기만 하면 다 잘 할 수 있다는 그의 이야기는 도리어 어떤 일이라도 맡기면 중간밖에 할 수 없을 듯한 불신을 심어주었다.
― 2장 <세계 최고의 기업이 원하는 글로벌 인재의 조건> 중에서
인도네시아에서 일하는 동안 아주 생소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슬람교도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에는 ‘라마단’이라는 종교 기간이 있다. 라마단 중에 이슬람교도들은 낮에는 금식을 하고 밤에는 기도를 하는 방법으로 금욕하며 경건하게 한 달을 보낸다. 따라서 이 기간에는 생산성이 극도로 저조하지만, 이 나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지키는 종교 문화니 존중해 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 미국인 컨설턴트가 라마단 기간 동안 일의 효율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곤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결국 그 컨설턴트는 클라이언트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경심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 프로젝트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비즈니스 세계에는 국적만으로는 구분지어지지 않는 게임의 법칙들이 존재한다. 내가 지켜왔던 방식과 다른 방식을 만났을 경우 내 방식과 다른 방식의 우열을 따져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는 많은 다른 방식들이 존재하고 공존한다는 사실을 그저 사실로 받아들이면 된다. 상대방의 방식은 “틀린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임을 명심하라.
― 3장 < 글로벌 인재가 갖춰야 할 10가지 핵심전략-다양성> 중에서
잘 듣는 기술은 인터뷰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스킬이다. 맥킨지의 CEO를 세 번이나 역임한 라자 굽타 씨는 클라이언트와의 첫 미팅에서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파트너로 잘 알려져 있다. 뛰어난 지적능력의 소유자이므로 첫 미팅에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회의 대부분을 혼자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그런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 회사의 상황과 비즈니스 이슈를 잘 이해하기 위해 그는 첫 미팅에서 듣는 데 치중하고 말을 아낀다고 한다. 잘 듣는 기술은 곧 문제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스킬을 기르는 것이며 문제의 올바른 이해가 바로 문제해결의 지름길임을 명심하자.
― 3장 < 글로벌 인재가 갖춰야 할 10가지 핵심전략-문제해결능력> 중에서
뮌헨 사무소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참으로 어색한 훈련을 한 적이 있다. 아침마다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한 사람씩 돌아가며 우리가 수행하는 프로젝트에서 “생각도 할 수 없는 일(Unthinkable)”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Unthinkable”이란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극복해야 할 문제들 때문에 상상하기 곤란한……’ 것들을 의미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을 ‘생각해야’ 하는지 이만저만 고민스러운 게 아니었다.
이 우스꽝스러운 훈련은 팀 멤버 각자가 발표한 “Unthinkable” 아이템 중 몇 가지 재미있는 것들을 뽑아 가설을 세우고 창의적으로 문제해결에 도전해 보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도저히 실행 불가능해서 지워버려야 하는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획기적인 솔루션을 찾아낸 경우도 있었다. 항상 정해진 범주를 벗어나 좀더 사고의 영역을 확장하는 연습을 해보라. 당신의 브레인 파워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 3장 < 글로벌 인재가 갖춰야 할 10가지 핵심전략-창의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