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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쟁탈전

리스본 쟁탈전

인생과 역사가 단어 하나로 바뀔 수 있을까?

저자
주제 사라마구 지음 / 김승욱 옮김
출간일
2007년 01월 29일
면수
512쪽
크기
126*187
ISBN
9788973378227
가격
14800 원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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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교정자의 펜 끝에서 뒤바뀐 역사!

우화적 비유와 신랄한 풍자, 경계 없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온 포르투갈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장편소설. 이야기는 포르투갈의 성립과정을 둘러싼 역사적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소설 속 사건들의 배경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교정자인 라이문두 실바가 꼭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리스본 쟁탈전의 대안역사와 관련된 핵심적인 일화들로 가득 찬 12세기이고, 또 하나는 라이문두 실바의 일상생활과 새로운 편집자와의 만남이 벌어지는 20세기이다.

새 편집자는 그에게 이미 확립된 역사기록을 근본적으로 바꿔 쓰는 이유를 정당화해 보라는 과제를 던진다. 라이문두 실바는 십자군의 도움이 없으면서도 리스본을 탈환할 힘이 어디 있었는지를 당시 아퐁소 국왕의 연설이나 거기에 참전했던 병사들의 사기, 그리고 리스본 성의 상황 속에서 찾아냄으로써 역사 기록 속의 빈틈들을 그럴 듯하게 메우려 하는데….

작가는 재창조된 과거와 주인공의 즐거운 환상 사이를 오가며 과거와 현재를 장난스럽게 배치하고 해박한 역사적 지식을 내보이며, 역사 자료와 역사적 허구 간의 차이, 역사의 빈틈에 삽입된 인간들의 이야기에 대해 성찰을 요구하며 역사와 언어의 본질에 대한 도발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양장제본>

저자 및 역자

주제 사라마구

주제 사라마구

1922년 포르투갈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라마구는 1947년 『죄악의 땅』을 발표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후 19년간 단 한 편의 소설도 쓰지 않고 공산당 활동에만 전념하다가, 1968년 시집 『가능한 시』를 펴낸 후에야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사라마구 문학의 전성기를 연 작품은 1982년작 『수도원의 비망록』으로, 그는 이 작품으로 유럽 최고의 작가로 떠올랐으며 1998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세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사라마구는 환상적 리얼리즘 안에서도 개인과 역사,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며 우화적 비유와 신랄한 풍자, 경계 없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다.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세계의 수많은 작가를 고무하고 독자를 매료시키며 작가 정신의 살아 있는 표본으로 불리던 그는 2010년 여든일곱의 나이로 타계했다.

옮긴이 김승욱

옮긴이 김승욱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대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전공했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를 지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도플갱어』『동굴』『걷기, 인간과 세상의 대화』『소크라테스의 재판』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살인자들의 섬』 『스티븐 호킹 과학의 일생』 『톨킨』 『퓰리처』 등이 있다.

본문 중에서

내 책이 마음에 드나. 마음에 듭니다. 열렬히 좋아하는 말투는 아니로군. 선생님의 질문에도 열의는 없었습니다. 그건 전술의 문제야, 작가는 아무리 커다란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겸손함을 보여주어야 하네. 교정자는 항상 겸손해야 합니다, 교정자도 인간이기 때문에 겸손하지 못한 생각을 하는 순간 완벽한 경지에 이르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게 될 겁니다. 그 사람은 그 구절을 고치지 않았어, 같은 동사가 한 문장에 세 번이나 나오는데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지, 그렇지 않나. 교정자는 원래 문학과 삶의 경험이 많은 진지한 사람들입니다. 내 책이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게. 전통적인 장르구분에 따르면, 그 책은 실제로 그렇게 분류되겠죠, 저의 겸손한 의견으로는 다른 부분의 모순들을 지적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요, 선생님, 문학이 아닌 모든 것이 삶입니다. 역사이기도 하지. 특히 역사죠, 선생님 기분을 상하게 하려고 드리는 말씀은 아닙니다만.
-1장 13쪽 중에서

『희귀한 것, 있을 법하지 않은 것, 신기한 것들의 사전』도 잊으면 안 된다. 놀라운 우연의 일치이지만, 이 사전은 이 모험적인 이야기와 완벽하게 들어맞으며, 실수의 사례로서 저 현명한 아리스토텔레스가 평범한 집파리의 다리가 네 개라고 선언했던 일을 들고 있다. 이 주장은 그후 수 세기 동안 여러 책에서 그대로 되풀이되었다. 아이들조차 잔인한 실험을 통해 파리의 다리가 여섯 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 이후로 아이들은 파리 다리를 잡아떼면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개를 육감적으로 세었다. 하지만 바로 이 아이들이 자라서 저 그리스 현자의 책을 읽게 되면, 자기들끼리 있을 때 파리 다리가 네 개라고 말했다. 박식한 사람의 영향력이 그렇게나 크고, 우리가 배우는 것들이 명확히 밝혀주지 못하는 진리가 그렇게나 많다. 우리가 이렇게 뜻하지 않게 곤충학의 경계를 넘게 된 것은 교정자의 것으로 규정된 실수가 사실은 그의 것이 아니라, 아무런 도전도 받지 않고 아주 옛날 책들의 내용을 되풀이해 온 책들의 것임을 결정적으로 보여준다.
-2장 33쪽 중에서

하지만 이번에 라이문두 실바는 집에 늦게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십중팔구 심야영화까지 볼 것이다. 별로 눈치가 빠르지 않은 사람이라도 그가 만약 코스타가 그의 속임수를 발견하더라도 금방 연락할 수 없는 곳에 있고 싶어 안달하고 있음을 눈치 챌 수 있다. 그는 그 속임수의 저자이자 공범이다. 저자로서 그는 잘못을 저질렀고, 교정자로서 그 실수를 바로잡지 못했다. 게다가 벌써 열시가 다 됐다. 인쇄소에서는 벌써 첫 번째 판을 짜고 있을 것이고, 인쇄 직공은 뛰어난 전문가답게 천천히 신중하게 움직이면서 페이지들을 모아 죔틀에 올린 다음에 조정이 필요한 부분을 손볼 것이다. 조금 있으면 가짜 『리스본 쟁탈전』이 적혀 있는 종이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4장 79쪽 중에서

제가 보기에 놀라운 것은, 실바 씨, 저 분 이름이 맞죠, 실바 씨가 문장의 뜻을 바꾸는 무책임한 짓을 왜 했는지 해명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교정자로서 원문을 존중하고 지키는 것은 실바 씨의 엄숙한 의무입니다, 그것이 교정자의 존재 이유예요. 편집부장과 제작부장은 이 뜻밖의 공격과 맞닥뜨리자 다시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아마 최근에야 갖게 된 직업적 의무를 의식하고 있는 이 연약한 여자에게서 약해빠졌다는 비난을 듣지 않으려고 그랬을 것이다. 두 사람은 찌푸린 표정과 걸맞게 엄격한 시선으로 교정자를 노려보았다. 라이문두 실바는 당황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직 마흔도 안 된 젊은 나이이고, 키가 크며, 안색은 창백하고, 머리카락은 갈색이다. 만약 교정자가 그녀와 좀더 가까이 있었다면, 흰머리 몇 가닥을 찾아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입은 예쁘고 풍만했지만, 입술이 두껍지는 않았다. 기묘한 조합이었다. 라이문두의 마음속에서 살짝 불안한 동요가 일었다. 아니, 혼란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5장 124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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