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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방랑기

가족 방랑기

저자
가쿠다 미쓰요 지음
출간일
2007년 11월 15일
면수
380쪽
크기
126*187
ISBN
9788973378845
가격
11000 원

책소개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리리코네 집의 진짜 속사정!

낡은 주류상 리리코네 식구들의 인생사를 통해 이 시대 가족의 의미와 그 가치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작품. 나오키상 수상작가 가쿠다 미쓰요 신작 장편소설로, 쇼와 시대 건물 같은 허름한 주류상의 야지마 씨 부부와 그 네 딸들이 등장한다. 은둔형 외톨이로 집에서조차 있는 듯 없는 듯한 둘째딸이 가족의 방황과 갈등을 소설로 형상화함으로써 벌어지는 일들을 막내딸 열일곱 리리코의 눈으로 생동감 있게 펼쳐내고 있다.

술을 판매하는 동네가게의 넷째인 열일곱 살, 리리코. 평범한 첫째언니와 '돌처럼' 생활하다 졸업 후 집안에 틀어박힌 둘째 언니, 허황된 꿈속을 노니는 허영녀가 된 셋째 언니. 그리고 마지막 나는, 외톨이 생활을 청산하고 혼자만 공립학교로 전학해 집안의 '실패자'로 남았다. 나는 상상 속의 동생에게 집에서 일어날 일들을 시시콜콜 털어놓는다.

혼자 있을 때마다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오는 탓에 홀로 있는 게 두려운 나는, 어느 날 둘째 언니의 소설가 데뷔 소식을 전해 듣는다.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거실 한복판에서 엉엉 울어대는 둘째 언니가 우리 가족 이야기를 주절주절 풀어내 소설가가 된 것이다. 그 때문에 첫째 언니는 옛날에 함께 도망갔던 옛 남자친구와 다시 만나고, 나와 셋째 언니는 첫째 언니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겠다며 동맹을 맺는데….

저자 및 역자

본문 중에서

폰키치가 있었다면, 우린 아마 무척 친했을 거다. 가족 누구보다도. 할머니랑 미하루 고모가 우리 자매들을 동물원이며, 바다에 데려가주었을 때, 아주 가끔 부모님에게 이끌려 가족 여행을 할 때, 친척들이 모이는 설 명절에, 나는 어김없이 폰키치를 불러냈다. 마음속으로만 말을 건네는 거다.
‘봐, 폰키치. 저게 코끼리야. 저게 기린. 목이 길어서 우습지? 아빠가 또 흥이 올라서 취해 버렸네. 폰키치, 네가 상대 좀 해, 같은 남자니까. 폰키치, 세뱃돈 얼마나 받았어? 둘이 합쳐서 게임소프트웨어 안 살래? 너 먼저 하게 해줄 테니까.’ 이런 식으로.
그리고 지금도 만약 폰키치가 이 집에 있다면, 우리는 매일 밤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미확인 비행물체를 찾고, 비행기 수를 세고, 그것들이 어디로 향해 가는지 추측했겠지.
--- pp.8~9

“왜 이런 걸 쓴 거야. 썼으면 썼다고 나한테 말이라도 한마디 해야지, 무단으로 남의 프라이버시를 공개하다니, 말도 안 돼. 그것도 모르고 덩달아 파티에서 싱글벙글 웃기나 하고, 사람 완전히 바보 됐잖아. 거기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내 과거를 알고 있다는 거 아냐. 아니, 그런 사람들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어. 너 말이야! 료스케 씨나 마토바도 이걸 읽을지 모른다고. 남의 기분이란 걸 생각해 본 적이나 있니?”
아리코 언니는 머뭇거리지나 우물거리지도 않고 단숨에 호통을 쳤다.
아아, 들통 났구나.
--- p.60

“비밀이라니, 뭔데?”
모토코 언니가 얼굴을 들이민다. 말해도 좋을지 어떨지 망설이고 있자니 언니가 다시 말했다.
“넌 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구나. 남의 관심을 끌려고 비밀 이야기가 있다느니 하고서, 정작 중요한 일은 하나도 모르지.”
“아리코 언니가 마토바 자식이랑 같이 걷고 있었어.”
눈 딱 감고 말해 버렸다. 모토코 언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 사이에 낀 담배에서 길어진 재가 툭 떨어진다.
“어딜?” 목소리를 낮추며 묻는다. “역 앞. 우리 집과는 반대쪽으로 걷고 있었어.”
나도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젖은 이불 같았던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 p.126

“연락 왔어요, 미하루한테서.”
나와 고토코 언니는 엉겁결에 얼굴을 마주 보았다. 더구나 아빠는 우리를 돌아보며, “그렇지?” 하고 동의까지 구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머뭇머뭇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였더라? 설 쇠고 한참 지나 전화가 왔는데. 남자가 생겼다고, 여행을 간다던데요. 좀 길어질 것 같아서 방도 뺐다고. 하지만 걱정 말라고. 뭐, 해외로 나갔겠죠.”
할머니는 아빠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나와 고토코 언니도 치뜬 눈으로 아빠를 응시했다. 아빠는 무릎을 달달 떨고 있다. 리모콘을 손에 들고 채널을 휙휙 정신없이 바꾸고 있다.
아빠 그건, 좀 지나쳤어. 그렇게 생각한 나는 할머니를 살펴보았지만, 그 이야기를 믿었는지 할머니는 살포시 웃고 나서 옆에 내려나왔던 천 가방을 끌어당겨 무엇을 꺼냈다. 세뱃돈 봉투였다. “이거 말이다. 미하루한테 건네주지 않으련. 너희 집과는 연락이 된다니.” ―<174~175쪽> 중에서
우리 이제부터 사귀는 거죠? 그 비슷한 말이다. 그러자 레이지는 어둠에서 이야기를 걸 듯 조용히 말했다. 너란 애는, 뭐든 그렇게 형태로써 확인하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나 보다고.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자, 영화 보러 가자 하면 데이트인지 확인한다, 야지마 고토코의 소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큰언니는 옛사랑이 다시 타오른 거라고 단정 짓는다, 집안 식구를 개장파와 반대파로 딱 잘라 나눈다, 우리 집에 오면 폐가 되지 않느냐고 확인한다, 하고 레이지는 말했다.
“세상일이란게 전부 그런 식으로 딱딱 틀에 들어맞기만 하는 건 아니야.”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레이지가 하는 말을 좀체 이해할 수가 없다. 키스를 했는데 사귀는지 아닌지도 결정하지 않고 아무것도 못한 채 당신을 좋아만 하면 되는 건가?
“너와 사귈 생각은 없어, 야지마.”
--- pp.295~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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