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리디아)가 우리에게 저녁을 해주려고 왔다……. 그녀는 부엌에서 닭과 닭을 잡기 위한 연장들을 가져와 능숙하게 닭의 목에 가위를 찔러넣고, 피가 철철 흐르는 닭 모가지를 도기에 갖다 대었다. 그리고는 닭의 털을 뽑기 시작했다. 온 방안이 깃털 천지가 되었다. 그녀는 털 뽑은 닭을 씻고 피 묻은 손으로 내장을 꺼내어 내가 앉아 있던 유리 탁자 위의 접시에 올려놓았다. 나는 순간 놀라 벌떡 일어났다. 탁자 위에 지오반니 벨리니스의 소묘 복사본이 들어 있는 귀중한 책을 올려놓고 있었는데 책에 피가 튈까 봐 염려되었던 것이다. 그러자 리디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피는 얼룩지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 특유의 약간 심술궂어 보이는 표정으로 의미심장하고 에로틱한 말을 했다. “피는 꿀보다 더 달죠! 나는 피고 다른 여자들은 모두 꿀이에요! 그런데 나의 아들들은 지금 피를 싫어하고 꿀을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답니다!”
“다행히도 나는 웃을 때 치아 사이로 혐오스럽고 불쾌한 시금치 찌꺼기를 드러내는 그런 인간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평소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이를 더 잘 닦아서가 아니라 단지 내가 시금치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모든 것들처럼 시금치 또한 도덕적·미적 가치로 판단한다. 나는 형태가 분명한 것들만 먹고 싶다. 나는 형체 없이 문드러지는 시금치를 혐오한다. 단언하건대 시금치를 먹느니 차라리 시금치에 묻어 있는 모래를 먹겠다.”
“사랑하는 브레통, 이 봄 나는 자꾸만 포르트리가에서 즐겨 먹던 점심 식사가 생각나오. 처음 수확한 부드러운 콩이 있는 계절, 연하고 달콤한 콩을 월계수 잎과 카카오로 양념한, 정말 훌륭한 점심 식사가……. 1년 중 가장 민감한 계절, 포르트리가의 이 영양 많은 먹거리는 봄의 맑고 투명한 공기와 작고 부드러운 태양, 그리고 갈라의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차가운 엉덩이와 더불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