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곧 태어날 단군을 도와 이 나라를 가꾸어 나갈 백성을 뽑기 위해 ‘논리 경연 대회’를 개최합니다.
선발 기준 :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서 나라에 꼭 필요한 능력과 성품을 갖춘 동물
선발 결과 : 선택된 동물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단군과 함께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기회를 줌.
선발 기간 : 달이 한 번 꽉 차고 다시 기울어지고 다시 꽉 차서 보름달이 되는 날까지
선발 방법 : 적당한 동물을 추천하거나, 자기 자신을 추천해도 됨. 또 특별히 환웅과 웅녀가 돌아다니며 적당한 동물을 선발할 수도 있음.
발표일 : 마지막 보름날 선발된 동물들 최종 발표
‘논리 경연 대회’를 열겠다고 알린 뒤 맨 처음 나타난 동물은 백두산 호랑이 호야였다. 그것은 뜻밖이었다. 며칠을 못 참고 동굴에서 뛰쳐나오는 바람에 사람이 되지 못한 호야가 다시 사람이 되기 위해 도전할 것이라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호야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겠다며 마당 한가운데로 나섰다.
“어흥!”
호야는 땅을 뒤흔들 만큼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마을 동물들은 호야가 보여 준 놀라운 묘기에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박수 소리에 으쓱해진 호야는 그런 동작을 몇 번 더 보여 주었다. 하지만 웅녀와 환웅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결국 웅녀가 호야에게 물었다.
“호야, 이게 다야?”
“응. 이만하면 내 힘과 능력이 어떤지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아?”
웅녀는 호야가 뭔가 크게 잘못 알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호야만 그런 잘못된 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 이어서 등장한 동물들이 모두 엉뚱하게 자신의 힘과 능력을 뽐내며 나선 것이었다.
힘센 반달곰 웅이는 마당 한구석에 있던 커다랗고 무거운 절구통을 한 손으로 번쩍 들더니, 미루나무 꼭대기에 닿을 정도로 하늘 높이 던지고 떨어지는 절구통을 다시 사뿐히 받아 드는 묘기를 보여 주었다. 날렵한 황조롱이 황조 아주머니는 마을 끝에서 끝을 날아가는 데 눈 한번 깜빡할 시간밖에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다. 반면 황조롱이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부지런한 곤줄박이 곤이는 쏜살같이 날아가다가 마당 한가운데서 정반대로 방향을 틀어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는 묘기를 선보였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을의 동물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며, 마을에서 많은 사람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에 부풀었다.
이런 식의 ‘묘기 대행진’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우직한 멧돼지 멧피기 아저씨는 순식간에 땅 파는 능력을 보여 주었다. 털북숭이 삽살개 삽살이는 마당 한쪽 끝에서 부엌에 있는 음식들의 종류를 맞힘으로써 자신의 코가 얼마나 예민하게 냄새를 맡는지 자랑했다. 또한 성실한 수달 달이 아주머니는 자신의 수영 실력을, 호기심쟁이 삵 냥이는 자신의 나무 타는 능력을 보여 주었다.
잠자코 동물들의 묘기를 지켜보던 웅녀가 앞으로 나서며 한마디 했다.
“논리 경연 대회에서 요구하는 힘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능력이에요. 그렇게 몸으로 보여 주는 힘 말고요.”
_<말에 무슨 힘이 있어?> 중에서
“어느 놈이냐? 우리 집 장독을 깬 놈이.”
그러자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개구쟁이들이 앞 다퉈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몽이가 “꺽세가 깨지 않은 건 분명해요.”라고 말문을 열자, 토야는 “몽이 형이 깼어요.”라고 얼른 받아쳤다. 그런데 꺽세는 “몽이 형이 깬 건 아니에요.”라는 것이었다. 또 냥이는 “토야가 실수로 그랬어요.”라고 말했다.
‘이것들 봐라?’
개구쟁이들이 한마디씩 말을 했지만 오히려 아무 말 하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장독을 깼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누구 짓일까 생각하느라 백스 할아버지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때 하늘에서 황조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스 할아버지, 제가 다 봤는데요. 그중에 한 명이 깨긴 했는데, 차마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네요. 대신 한 가지만 알려 드릴게요. 쟤들 중에서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황조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던 백스 할아버지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개구쟁이들을 쳐다봤다. 그리고 긴장한 나머지 숨을 죽이고 있는 개구쟁이들 중 한 명을 가리키며 외쳤다.
“너! 네가 그래 놓고 어디서 거짓말이야?”
웅녀는 백스 할아버지가 장독을 깬 동물을 정확히 찾아내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_ <안 보고도 알 수 있지> 중에서
“겨울이 되면 먹을 게 부족해서 무척 고생하잖아요. 특히 우리처럼 나뭇잎만 먹고 사는 동물들은 더욱 그렇고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봤거든요. 왜 겨울이 와서 나뭇잎들을 모두 떨어지게 할까 하고 말이죠. 문득 고스 할머니의 추리가 떠올랐어요. 이것도 분명 무슨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제가 드디어 그 답을 찾아냈어요.”
웅녀는 진지하게 얘기하는 린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들었다.
“과일이에요. 생각해 보세요. 꽃이 피고 과일이 생겨서 완전히 익어 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시죠? 바로, 겨울이 오잖아요. 과일이 익으면 겨울이 오고, 그래서 나뭇잎이 떨어진다는 걸 알아냈어요. 그러니 과일이 익지 못하게 하면 겨울이 오지 않을 거예요. 그럼 나뭇잎도 떨어지지 않을 테니 겨우내 먹을 잎새들이 충분하겠죠.”
웅녀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만 입을 떡 벌렸다.
_ <과일을 어쩌라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