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나는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인도에는 마더가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심혈을 기울여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난과 병이 가득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왜 선진국에까지 구제의 손길을 뻗어야 합니까? 선진국은 경제력이 있으니 스스로 하도록 권하기만 해도 무방하지 않습니까?”
…… “오키, 당신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아무 불편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여기겠지만 마음의 굶주림을 가진 이들도 많아요. 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고 아무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마음의 가난함, 그것은 한 조각 빵에 굶주리는 것보다 훨씬 가슴 아픈 일이 아닐까요? 당신은 진실로 당신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요? 누구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체념하는 사람, 좀 더 부모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아이들, 자신의 방에 붙은 번호로밖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
─[1장 가난한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중에서
“자, 기운을 내야 해요. 나는 당신이 살아나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이 세상에 태어난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마더가 힘없이 축 처진 노파의 손을 잡고, 초점을 잃은 채 허공에 시선이 고정된 노파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마더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신음만 하던 노파의 입이 천천히 벌어지면서 무슨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
마더가 “자, 정신을 차리고 말해보세요”라고 격려했다. 노파는 힘겹게 인사말을 했다.
“고마……워……요.”
노파의 눈이 감기고 호흡이 멈췄다. 최후의 순간에 와서야 비로소 인간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대한 기쁨에 찬 목소리가 지금도 내 귀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2장 마더 테레사와 그 자매들] 중에서
마더의 연설이 열기를 띰에 따라 조그만 마더의 체구가 점점 크게 느껴진다.
“여러분이 만약 고통 받는 형제자매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린다면 하는 일이 더욱 쉽게 여겨지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미소를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혹시 가난한 사람이 굶어 죽었다면 그것은 하느님이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은 게 아니라, 여러분과 내가 그 사람에게 빵과 옷과 사랑과 자비를 베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그러나 그런 이들을 너무 나무라지는 맙시다. 아무리 설교를 한다고 해도 금방 이루어질 일이 아닙니다. 차라리 빗자루를 들고 누군가의 집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십시오. 그러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니까요.”
마더는 여기까지 단숨에 이야기한 다음, 회의 주최국인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 쪽을 쳐다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유엔은 해마다 여러 훌륭한 결의안을 채택합니다만 대부분 실행에 옮겨지지 않더군요.”
조용했던 회의장에 갑자기 폭소가 터졌다.
─[4장 마더, 이곳에 잘 오셨습니다!] 중에서
마더 테레사 수녀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가 실은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배부른 사람이 배고픈 사람의 고통을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가난한 이들을 스승으로 여기고 그들을 사랑하는 데에 일생을 바침으로써, 가진 자들이 가난한 이들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몸소 가르쳤다. 가난한 이들 중에서도 버림받고 병들어 죽어가는 이들을 사랑함으로써 예수의 사랑의 가르침이 인간에게 어떻게 실천되고 구현될 수 있는가 하는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 만일 우리에게 그분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참으로 더럽고 추악한 존재였을 것이다. 다행히 그분께서 존재함으로써 우리는 아름다워졌으며, 절망과 고통가운데서도 인간으로서의 품위와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다.
─[마더 테레사에 대하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