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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은 어디로 갔나

꽃들은 어디로 갔나

“사랑은 목숨 같은 거야. 목숨을 지키려면 의지를 가져야 해”
운명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치러낸 여인의 이야기

저자
서영은 지음
출간일
2014년 02월 05일
면수
308쪽
크기
140*205
ISBN
9788965744344
가격
13,800 원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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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랑은 목숨 같은 거야. 목숨을 지키려면 의지를 가져야 해”

운명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치러낸 여인의 이야기

 
이중삼중으로 걸어 잠긴 수많은 문을 감추고 있는 집, 여인이 알지 못하는 오랜 세월이 겹겹이 쌓인 그곳에 운명의 남자가 살고 있다. 홀로 그를 기다리고 그리워하던 시절, 사랑을 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던 그녀는 자신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는 그 집에서 금빛 찬란하던 ‘그’를 찾아낼 수 있을까.
문학을 통해 구도(求道)의 길을 걸어온 서영은 작가가 인고(忍苦)의 사랑을 그린 『꽃들은 어디로 갔나』를 출간한다. 삶의 근원과 존재론적 슬픔을 그려낸 서영은의 작품세계는 1968년 등단한 이래 46년간 이어져왔다. 『그녀의 여자』(2000년) 이후 14년 만에 출간하는 일곱 번째 장편인 이번 신작에서도 작가는 남녀의 사랑을 넘어선 깨달음의 경지를 이루어낸다. 작품의 일부는 2004년 《작가세계》(서영은 특집)에 게재된 바 있다. 소재는 자전적이지만 오랜 세월을 통해 정련된 3인칭 서술의 어조는 무연(無緣)하기까지 하며, 작가 스스로도 “사적 감정을 배제하고 오로지 작가로서 삶의 진실, 인간성의 깊이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노라고 밝혔다.
헌신적으로 사랑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던 여인 호순은 결혼이라는 숨 막히는 현실 속에서도 자신이 만들어낸 인과의 운명을 온전히 품어낸다. 잠긴 문을 하나씩 열어가고, 설탕 단지를 깨듯 자기 안의 의지를 깨치며, 잡초를 뽑아낸 뜰에 두 그루 나무를 심는 등 상징적으로 묘사되는 사랑의 여정을 통해 호순은 남편인 박 선생뿐 아니라 부부를 둘러싼 이들의 삶까지 깊숙이 들여다본다.
이념 지향적 문학이 주도하던 7~80년대, 서영은 작가의 작품들은 개성적이고 이채로운 공간을 구축한 정신적 모험이었다고 평가된다.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1983년, 컬러TV와 프로스포츠 등으로 독서문화가 위축되고 산업화에 발맞춘 처세서와 대중소설이 쏟아지던 때에 작가는 근대적 합리주의와 물신주의의 반대편에서 삶 자체가 안고 있는 시련을 평범한 일상 안에서 ‘실천’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은 속물적 세계에서 ‘참된 나’의 세계로 건너가는 ‘다리’를 보여준 첫 단편 「교(橋)」와 세속의 허무와 무의미를 극복하는 「사막을 건너는 법」 그리고 「관사 사람들」에서 드러난 순수한 생명력이 「먼 그대」에 이르러 고통(사막)과 극복(물)의 힘을 함께 품은 불사의 낙타가 되었다고 설명하였는데, 이는 신작 『꽃들은 어디로 갔나』의 주인공 호순에게서도 구현된다.
‘생의 중심’에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담금질하는 그녀는 한 남자의 생애와 비속한 일상을 포용함으로써 현실을 전복해 나간다. 성공한 남자의 세속적 외관을 떠받치는 ‘순결한 안감’이자, 나약해진 그를 보듬는 강인한 보호막이기도 한 호순은 「먼 그대」의 ‘낙타’를 더욱 다면적으로 드러낸다.
생의 가시밭길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감으로써 마침내 자존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발견한 주인공의 초극적 자아는, 인생의 참뜻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사랑과 삶의 의지를 북돋는 돌파구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및 역자

본문 중에서

밤늦게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노인의 목소리는 평소나 다름없었지만 그녀는 필요 이상으로 예민했다. 서울 근교에 있는 용주사란 절에 갔더니 사십구재를 하고 있어서, 내일 아침 다른 절을 찾아가보려고 한다는 얘기였다.

전화를 끊고 그녀는 잠자기 전에 양치를 하려고 욕실로 들어갔다. 큰방에서는 쉬지 않고 두런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욕실 문을 꼭 닫고 욕조에 걸터앉아 천천히 심호흡하듯 이를 닦기 시작했다. 입안에 거품이 하나 가득 고일 무렵 그녀는 벼락 치듯 거품을 뱉어내고 그 입으로 전화통 앞으로 달려갔다. 구차해, 그만두자. 송수화기를 집어 들고 다이얼을 돌리다 말고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것은 침이 아니라 치약이었다.
-「이상한 결혼식」 중에서


 
하얀 장미꽃을 한 아름 안고 그녀는 초인종을 눌렀다. 가슴이 뛰었다. 다음 순간 철컹 하고 대문 열리는 소리가 그녀의 뛰는 가슴에 찬물을 끼얹었다. 문을 닫고 계단을 올라가는데 안에서 차르륵 하는 쇳소리와 현관문 잠금 쇠 푸는 소리가 또 한 차례 찬물을 끼얹었다. 그녀는 자기가 그토록 사무치게 그리워했던 사람이 여러 겹의 육중한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 그 안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오싹 소름이 끼치도록 낯설었다. (……) 그녀 앞에 나타난 그는 그녀의 연인도, 얼마 전 절에서 식을 올린 나이든 신랑도 아니었다. 그는 거북처럼 오랜 자기 집을 무겁게 짊어진 한 노인이었다. 그 집의 모든 것, 소파·가구들·벽의 그림들·도자기들·전화기 하다못해 탁자 위의 파리채까지도 그가 짊어진 집의 일부처럼 보였다. 그를 만나러 오면서 가슴이 뛰었다는 사실이 스스로 무안스러워 그녀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녀를 찾아올 때마다 애가 탄 나머지 양쪽 턱 밑으로 땀이 흘러 갓끈을 맨 것처럼 보이던 그 남자는 이 집의 어디에 숨어 있단 말인가. ‘그’는 생이 만든 신기루였을까.
-「반야심경」 중에서


 
전처의 다리에 손이 닿는 순간, 그녀에겐 이상하도록 그 살의 감촉이 낯설지 않았다. 혹시 우리는 전생에 모녀 사이였나요? 희고 부드러우나, 탄력이 사라진 살집에 손가락으로 힘을 주며 그녀는 생각했다. (……) 갑자기 자신이 그에게 품고 있는 사랑의 감정이 먼 과거의 일처럼 비현실로 느껴졌다. 그 대신 지금 자기 앞에 있는 이 사람, 손가락이 부은 듯 통통하고, 염색한 머리카락이 부스스하고, 팔뚝 안쪽에 좀체 낫지 않는 오랜 부스럼이 있는, 펑퍼짐한 엉덩이를 가진 이 나이든 여자에게 느끼는 진한 연민이 훨씬 현실적이었다.
다리를 주무르는 손길에 점점 정성이 담기는 것과 반비례하여, 그녀의 마음에서 그는 모르는 타인처럼 멀어지고 있었다.
-「혈육」 중에서


 
아내는 반신반의하며 남편이 망보고 있던 자리로 가서 뜰을 내다보았다. 불을 밝힌 외등이 뜰을 비추고 있으나, 담 밑으론 나무 그림자가 검게 웅크리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그 그림자는 침입자의 흔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아녜요. 나무 그림자예요.”
“글쎄, 그게 아니라니까.”
노인은 그녀를 잡아끌며 안방으로 갔다. 손에 들고 있던 문제의 장칼로 그가 다시 안방 창문의 커튼을 조금 들추고 감나무 밑 대나무 숲을 가리켰다. 부릅뜬 눈으로 다시 보아도 그것은 늘상 감나무 밑에 웅크리고 있던 그 그림자였다. 그녀는 그 두려움이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에 있는 것이라고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제가 뜰에 나가서 둘러보고 올게요.”
그러자 노인의 손이 아내의 어깨를 왈칵 붙잡았다. 그녀는 못 이기는 체 어깨를 잡히어 가만히 있었다. 남편의 맘이, 다급하게 잡은 손을 통해 가슴에 깊이 설움처럼 새겨졌다.
-「야회」 중에서
 

추천사

 “살았다, 썼다, 사랑했다” _하성란(소설가)

목차

이상한 결혼식
반야심경 
먼 길

열쇠
지하의 방 한 칸
전처 이야기
목숨
불문율
혈육
손님들 
고양이
수집품
서재

작은 아줌마
큰 아줌마
온수
눈[雪]
잣죽과 커피와 휴지와……
목백일홍
농담
자식들
노모
인삼
후박나무
외출
설탕단지
전화
신라검(新羅劍)
뜰에서
귀거래사
꽃들은 어디로……
건망증과 혼잣말
야회(夜會)
폭풍우
전조(前兆)
휠체어[前生, 今生, 後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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