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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의 땅

유형의 땅

근대화의 길목에서 세속적 성공에 휘말린 자들의 뒤안길
대한민국의 시대와 역사를 가로지르는『태백산맥』『아리랑』『한강』의 작가 조정래 소설

저자
조정래 지음
출간일
2012년 09월 30일
면수
408쪽
크기
127*187
ISBN
9788965740070
가격
17,500 원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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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냉정하게 되짚어보라, 우리는 제대로 걷고 있는가
근대화의 길목에서 세속적 성공에 휘말린 자들의 뒤안길
대한민국의 시대와 역사를 가로지르는『태백산맥』『아리랑』『한강』의 작가 조정래 소설


“하루아침에 파리 목숨이 되얐으니, 그 한이 풀릴 리가 웂잖겄소?”
젊은 시절의 꿈과 어긋난 삶을 살아감에도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 가장,
남편 몰래 아파트 투기에 손을 댔다가 재산을 몽땅 날려버린 주부,
머슴이었던 아버지와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살아가는 소년……
산업화와 고도성장기의 뒤안길에서 피폐한 삶을 일으켜 세우는 민중의 뜨거운 삶!

시대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예리한 시선, 매섭고 준엄한 글맛으로 1천 3백만 이상의 독자들을 감동시킨 대하소설 『태백산맥』『아리랑』『한강』의 작가 조정래. 우리나라의 근현대 비극을 예리하게 소설화한 작가의 청년시절 대표 소설을 모은 『유형의 땅』이 소설집『상실의 풍경』『어떤 솔거의 죽음』에 이어 출간된다.
새로이 출간되는『유형의 땅』은 1979년부터 1981년까지 조정래 작가가 순차적으로 발표한 8개 작품을 수록한 것으로, 1999년 <조정래 문학전집>(전9권)의 일곱 번째 책인 『유형의 땅』으로 출간되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작품집의 개정판이다. 1970년에 등단해 올해로 집필 42년째를 맞은 작가가 청년시절의 문제의식과 고뇌를 보여주는 이 작품집에서 작가는 급속한 근대화가 빚어낸 각박한 사회상, 그 이면에 가려진 개인의 이야기를 날카롭게 파고 들어간다.
영문학 교수가 되려던 젊은 시절의 꿈과 어긋난 삶을 살아왔음에도 그 꿈을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 「사약」의 석호, 아파트 투기에 손을 댔다가 재산을 몽땅 날리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 속죄하는「장님 외줄타기」의 엄마, 머슴이었던 아버지와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악착같은 노력 끝에 달성한 이후 고향에 내려가는 「자연 공부」의 박점돌, 스스로의 힘으로 행복을 성취한 이후 모진 기억이 남아 있는 고향 땅을 찾아가게 되는 「길이 다른 강」의 동일 등 궁핍과 굴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 스스로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존재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품은 근대적 개인이 등장한다. 「껍질의 삶」의 현민이나 「모래탑」의 여성 화자처럼 도덕적 의식이 남다른 인물이 있긴 하지만 그의 소설에서 우세한 것은 역시 세속적 성공의 굴레에 사로잡힌 인물들의 집념과 투쟁이다.
새로 집필한 「작가의 말」에서 작가 스스로 『태백산맥』집필의 동기가 된 작품으로 손꼽은「유형의 땅」은 “개인의 삶의 처절한 파괴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를 질문하고 있”(권영민)는 작품이자, “천민자본주의의 역사성을 천착하면서 근거 없는 졸부가 저지르는 폭력과 횡포를, 공적 영역이 결여된 산업화가 빚어내는 물신 숭배의 부박함을 비판할 수 있었던” 작품으로 ‘분단 현실’이라는 역사적 구체성까지 놓치지 않은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시대와 역사를 넘어 조정래 작가가 고심했던 가치가 지금도 실감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사회와 역사의 발전과 깊이 연관된 문제들이기 때문일 것이며, 그런 까닭에『유형의 땅』은 스스로를 되돌아보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저자 및 역자

본문 중에서

나는 지게질부터 배우며 수없이 어머니를 불렀다. 매일매일 속울음을 울며 보냈다. 밤마다 꿈속에서 어머니가 울었다. 퍼뜩 잠을 깨고 나면 어머니를 따라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렇게 살다가 나는 어떻게 될까. 아버지 같은 가난한 농사꾼 술주정뱅이……. 그건 절대 안 될 말이었다. 공부를 많이 배워 그럴듯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진종일 힘겨운 일에 시달리면서도 이런 생각을 수없이 되풀이했다.
그러던 어느 날 논에 거름을 지고 나가다가 나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내 눈앞에는 긴 꼬리를 단 기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래, 서울로 가자!
번개처럼 떠오른 생각이었다.
죽든 살든 서울로 가자. 머슴살이를 하느니 서울 구경이나 한번 하고 죽자. 서울은 애들 일자리도 많다는데 머슴살이하는 만큼 일을 하면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다. 악착같이 일하다 보면 배울 길이 트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자 눈앞이 환하게 열리는 것 같았고, 가슴이 걷잡을 수 없이 뛰기 시작했다.
―「자연 공부」 중에서

동일이 자신의 차를 갖기 원한 것은 스스로가 정한 성공의 제1단계 목표였다. 그 1단계 성공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절대로 고향에 내려가지 않으리라고 작정했다. 매일 입금액에 쫓기는 월급 없는 월급쟁이의 초라한 신세로 고향 땅을 밟고 싶지가 않았다. 자기 차를 가진 어엿한 차주로서 당당하게 고향엘 가리라 했다.
동일에게 있어 고향이란 일반적인 느낌과는 판이한 곳이었다. 어떤 살붙이나 먼 친척 같은 것도 없었다. 있다면 한(恨)이, 세월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언제나 시퍼렇거나 시뻘겋게 채색된 한만이 고향을 향해 드러나 있었다.
고향 하면 뼈저린 가난이 떠올랐고, 준열이가 떠올랐고, 동일은 부르르 몸서리를 쳤다. 그건 뼈에 사무치는 굴욕이었다. 견디어내기 어려운 짓밟힘이었다. 철이 들면서 가슴속에서 돌덩어리가 들어앉기 시작했다. 반드시 받은 만큼 갚아주리라는 결심이었다. 그 복수심은 기묘한 힘으로 동일을 흥분시키고 긴장하게 만들었다. 으레 사람의 마음먹음은 시간이 가고 세월이 흐르면 허물어지게 마련이건만 동일의 가슴에 자리 잡은 복수심은 그 반대였다. 하는 일이 짜증스럽고 싫증이 나다가도 준열이에게 당했던 생각을 하면 어디선가 불현듯 힘이 솟구치는 것이었다.
―「길이 다른 강」 중에서

고향 사람들, 특히 정씨 문중 사람들에게는 자신은 이미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자신의 생존을 알고 있는 것은 황 서방 내외뿐이다. 입 무거운 황 서방이 자신의 생존을 입 밖에 낼 리가 없었다. 자신은 이미 죽은 목숨인 것이다. 이제 고향에 남은 자신의 흔적은 아무것도 없다.
만석은 나흘 동안 앓아누워서 자신의 신세를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참 허망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달라진 것이라곤 소작 농사꾼에서 떠돌이 막노동꾼으로 바뀐 것이었다.
만석은 다시는 고향 땅 가까이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 결심은 30년이 가깝도록 지켜져 왔던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일판이 벌어져도 고향 쪽이면 아예 외면을 해버렸다.
강변에는 저녁 안개가 어떤 슬픔의 흔적처럼 자욱하게 번져나가고 있었다. 무거운 듯 어깨를 늘어뜨리고 선 영감은 오래전부터 갈대숲으로 번지는 안개의 꿈틀거림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도 저 갈숲에는 참게가 그리도 많을까. 어렸을 적에는 구워먹었고 나이가 들어서는 술안주로 그만이었지. 소주 한잔을 꺾고 진간장에 담근 그 털북숭이 참게 다리를 씹는 맛이란…….
―「유형의 땅」 중에서

추천사

목차

작가의 말

사약
장님 외줄타기
자연 공부
껍질의 삶
길이 다른 강
모래탑
사랑의 벼랑
유형의 땅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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