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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진 음지

비탈진 음지

피할 수 없는 변화 속에서 삶의 벼랑으로 내몰린 채
‘무작정 상경’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던 세대의 비극과 시대의 아픔

저자
조정래 지음
출간일
2011년 07월 27일
면수
300쪽
크기
127*187
ISBN
9788965740049
가격
17,5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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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새롭게 장편소설로 다시 태어난 『비탈진 음지』를 만난다!

대한민국의 시대와 역사를 가로지르는
『태백산맥』『아리랑』『한강』의 작가 조정래가 외면하지 못한 이야기

가난한 사람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시대의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피할 수 없는 변화 속에서 삶의 벼랑으로 내몰린 채
‘무작정 상경’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던 세대의 비극과 시대의 아픔


40년이 넘는 작가생활 동안 한국 근현대사의 살아 있는 교과서가 된 대하소설 『태백산맥』『아리랑』『한강』 32권을 집필하며 문학사에 기념비를 세운 조정래 작가. 그가 40년 전 국민소득 150달러였던 시대의 이야기를 오늘에 다시 들추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가 미처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진실은 무엇인가.
1973년 처음 발표되었으며, 1999년도 <조정래문학전집>(전9권) 네 번째 책 ????비탈진 음지????에 「황토」와 함께 수록 출간되었던 이 작품은, 발표 당시부터 장편적 중량감을 지닌 중편이자 조정래의 문학관과 역사관을 압축한 작품으로 일컬어지며 평단의 관심을 받았었다. 작가는 2010년부터 초창기 작품의 개정판 출간작업을 진행하면서 무엇보다 「비탈진 음지」와 「황토」를 재조명하며 기존의 중편을 장편으로 개작해 냈다. 200여 매에 이르는 원고를 새롭게 집필하고 문장을 하나하나 다듬은 작가는, 40여 전 우리 사회가 안고 있었던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계속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새삼 느끼며 소설가로서 사회의 통증을 외면할 수 없는 숙명을 다시 한 번 토로한다.
『비탈진 음지』는 1970년대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화와 뜻하지 않게 닥친 불행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버리고 두 자녀와 함께 서울로 야반도주해 칼갈이로 생계를 꾸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남의 소를 몰래 팔아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 복천은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에서 살아보려고 막노동판, 지게꾼, 땅콩장사 등 몸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면 생계와 자식들을 위해 해보려고 하지만 번번이 발길질과 뭇매만을 맞으며 벽에 부딪힌다. ‘장마철 노래기 냄새’나 ‘삼복 염천의 시궁창 냄새’처럼 역겨운 냄새를 풍기며 인정머리라고는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냉정하기 그지없는 서울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근근히 견디지만, 빈민의 삶은 벗어날 수가 없다. 높은 담을 쌓아올린 부잣집들을 지날 때면 치오르는 알 수 없는 분노는 자신의 처량한 처지를 더욱 극명하게 알려줄 뿐이다.
작가는 복천 영감의 삶뿐 아니라 그가 만난 떡장수 아줌마, 식모 아가씨, 복권 파는 소녀 그리고 그에게 시련을 안긴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갑작스럽게 닥친 사회변화로 인해 사회의 빈민으로 전락한 채 밑바닥을 전전하면서도 살아야했기에 생을 포기하지 못한 40여 년 전 우리 부모 세대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개별적인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자연스럽게 한 시대를 그려낸 작가는, 곳곳에 인정 없는 세상과 그 안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쫓아 담을 높이 쌓는 데만 급급한 부자들에 대한 통렬한 비판,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상대를 죽여야만 살 수 있는 살벌한 세태의 비극, 죄 지은 일이 없는데도 가혹한 벌을 받는 것만 같은 가난한 사람들의 처절한 삶을 거친 사투리 속에 녹여내며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는다. 하지만 이러한 세상 속에서도 두 자식의 아비로서 어떤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은 주인공의 면모는 우리네 부모의 모습을 떠올리며 애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이 소설은 분명 1970년대 우리 사회의 한 면을 그리고 있지만, 결코 그렇게 읽히지 않는다. 작가가 말하고 있듯이 이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무작정 상경 1세대’들의 모습은 2011년 현재 인사동 뒷골목에도, 압구정동 뒷골목에도, 구로동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자의든 타의든 태어난 터전에서 쫓겨나 인정머리 없는 도시 한복판에 내몰려 힘겨운 삶을 버티는 사람들은 아직도 무수하다. 이것이 40여 년이 지난 지금 ????비탈진 음지????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 작품은 국민소득 수치에만 급급한 채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외면한 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돌이켜보며, 그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 보는 시간을 마련해 줄 것이다.

저자 및 역자

본문 중에서

간략 줄거리...

물 한 바가지 얻어먹을 수 없는 서울에서, 복천은 매일 “카알 가아씨요”를 외치며 칼칼이꾼으로 살아가고 있다. 가난한 농사꾼이었던 복천이 서울로 온 것은 마누라가 갑자기 죽고 나서이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마누라가 말기 암 판정을 받고, 없는 논 마지기나마 다 거덜나고 먹고 살기가 막막해졌을 때 복천은 남의 소를 빌려다 몰래 팔아서는 자식 둘을 데리고 서울로 도주를 했다. 다행이 자식들은 철이 빨리 들어, 딸은 벌써부터 제 밥벌이를 해내고, 막내아들은 공부를 곧잘 해 복천에게 기쁨을 안겼지만, 그럴수록 복천은 오래 전 편지 한 장 남기고 서울로 떠나버린 큰아들 생각이 간절해졌다. 중학교밖에 보내지 못한 큰아들은 더 이상 시골에서의 삶에는 희망이 없다며 떠난 뒤 감감무소식이었다.
처음 서울역에 내린 복천이 어리둥절해 하며 안절부절할 때 다행히 마음 좋은 동향 떡장수 아줌마를 만나 먹고살 수 있는 방도를 찾을 수 있게 되고, 판자촌에 임시 거처마나 얻게 되었다. 처음 막노동판에 일을 찾아 나섰으나 시작도 못해보고 쫓겨나고 지게짐을 져보려 했으나 역시나 선점한 사람들에게 몰매만 맞고 쫓겨나 살 방도를 골돌하던 사이 땅콩장사를 해보라는 떡장수 아줌마의 조언에 따라 장사를 시작한다. 술술 일이 풀리며 안정을 찾았다 싶은 순간 리어카를 도둑맞고 만다. 그 사이 인정머리 없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호의를 베풀며 고향의 따듯한 정을 느끼게 해줬던 떡장수 아줌마네 일가족이 연탄가스 중독으로 몰사하고, 리어카 도난 뒤에 징그러운 몸살을 앓고 난 복천은 칼갈이로 나선다.
시간이 흘러 복천은 일에 요령을 터득하지만 부득이하게 속임수를 쓰게 된 자신의 모습에 갈등하게 된다. 그러나 복천은 드높게 쌓아올린 부잣집을 볼 때마다 어린 시절 머슴살이 하던 박진사의 독살스런 행태가 떠올라 서울의 부자들은 그보다 훨신 독살스러운 것들이라는 생각과 양심적으로 살아봐야 남는 건 가난뿐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합리화한다.
10월로 접어든 어느 날, 복천은 갑자기 모습을 감춰 궁금하던 식모 처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술집 작부가 되어 있었다. 도둑년이라고 몰아붙이던 주인의 말과는 달리 그녀는 주인 집에서 험한 꼴을 당한 채 쫓겨나 술집을 전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복천은 그녀의 모습을 보자 과거 자신이 당한 일이 떠올라 너무 분하고 기가 막힌다. ……



본문 중에서...

복천 영감은 그만 말문이 막혀 돌아섰다. 진동하는 서울 냄새에 내장이 뒤집히고 있었다. 이제 냉수 아니라 콜라 할애비를 준대도 받아마실 리가 없었다. 목이 말라 이대로 거꾸러져도 그런 역한 냄새를 맡고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칼갈이를 생업으로 삼아 서울의 이 골목 저 골목을 뒤지며 살아온 것이 어느덧 6년 가까이. 그동안 겪은 고생, 당한 서러움도 많았지만 타향이니까, 가난하니까 하는 식으로 그래도 자위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복천 영감을 못 견디게 하는 것은 모든 서울 사람들이 하나같이 지니고 있는 그 몰인정이요, 매정함이었다. 언제나 차갑고 싸늘하고 냉정해서 삭막하기 엄동설한 같은 인심에 부딪힐 때마다 속이 뒤집히는 울분 같은 것을 누를 길이 없었다. 그뿐 아니라 약삭빠르기 다람쥐 같고, 뻔뻔스럽기 쇠가죽 같은 낯짝인가 하면, 능청떨기는 백여우요, 억척스럽기는 땅벌 같은 종자들을 대하면서 자기는 어쩔 수 없는 촌놈이라는 탄식밖에 나오는 게 없었다. 없이 살아도 늘 푸짐하고, 배가 고픈 대로 따뜻하고, 별달리 도와주는 것이 없어도 믿음직스럽던 고향의 인심은 그리움 저편의 머나먼 이야기였다. 서울 사람이라고 별난 종자만 뽑아다 둔 것도 아니고, 여섯 해가 넘도록 갈지자로 서울길을 헤매다 보니까 조선 팔도 오만 잡동사니는 다 모여사는데, 그 인심이 어찌 그리 야박하고 인정사정이 없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_「서울 냄새」 중에서

“농새일언 배와서 멀 헌다요?”
“농새짓제 멀 해야, 멀 허길.”
“백날 농새지먼 무신 소양이 있다요. 평상 요 모양 요 꼬라지 못 면허고, 도시놈덜 종 노릇만 쌔빠지게 허다 만단 말이요.”
“그라먼 농꾼이 농새짓제 무신 일얼 헌다는 것이여?”
“그럴라먼 중학교는 멋헐라고 보냈습디여?”
“아, 사람이 삼스롱 무식은 면해얄 것 아니여.”
“아부지넌 무신 말씀이다요. 무식 면헐랐음사 소학교만 나와도 그만이랑께요. 중학교 나와서 농새질 참이었음사 소학교 끝내고 농새짓는 것이 훨썩 이문이었당께요. 중학교 댕김서 애뿐 고 아까운 돈으로 논을 샀어도 두 마지기는 샀을 것 아니다요.”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다. 어찌 보면 아들은 늦가을 알밤처럼 철이 들어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라먼 워쩌겄다는 것이다냐?”
“밑천을 뽑아야지라우. 디린 밑천을 곱쟁이로 다 뽑아야지라우.”
“그려, 말이야 청산유수로 이도령이 춘향이 맘 후리디끼 꼬시고 단디, 무신 수로 디린 밑천을 곱쟁이로 뽑겄다는 것이냐. 워디 속 씨언허니 말얼 혀봐라.”
“야아, 얼렁 농새일 때래엎고 도시로 나가야제라.”
“도시로 나가서는?”
“그야 달라진 시상에 맞춰 기술을 배와야제라.”
“이눔아, 시상이 어찌크름 변혀도 사람이 하로 세 끄니 안 묵고는 못 사는 법이여. 그 사람 입에 묵는 것 들어가는 것 맹그는 것이 바로 농사짓는 것이고, 농사 잘 짓는 것도 아조 큰 기술인 것이란 말이여. 긍께로 천년만년 가도 변허는 일은 땅얼 딱 믿고 농사일 착실히 잘허는 것이 질로 안전헌 직업이란께로.”
“아이고메 아부지, 워찌 그리 시상 돌아가는 것 몰르고 앞 캄캄헌 심 봉사요, 그래. 인자 농사고 농촌이고 농민이고 다 엎어지고 깨져 끝장나부렀당께라. 눈 크게 뜨고, 정신 똑똑허니 채리고 변해가는 시상을 보랑께라.” _「다시 못 갈 고향」 중에서

복천은 무엇에 쫓기기라도 하듯 시장을 뒤로했다. 어제 집 짓는 곳에서 등짐 하던 사내로부터 느꼈던 무서움에는 댈 수도 없는 무서움이었다. 허전했던 기분, 그런 것은 호강스러운 생각이었다. 한 발 앞도 안 보이는 캄캄한 밤이었다.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마음은 캄캄한 밤이었다.
다리를 절룩이며 서투른 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복천의 눈앞에는 마누라의 얼굴이, 소식 없는 큰아들의 모습이 겹쳐서 어른거리다가 사라지고 다시 떠오르곤 했다. 지옥이 따로 없을 이런 세상에서 아들놈이 무슨 일을 당했을지 알 것인가. 주먹이나 약하고 성질이나 고분고분했으면 또 모른다. 큰아들을 생각할수록 조바심이 일어나고 불길한 생각을 떼칠 수가 없었다. _「삶의 거센 파도」 중에서

서울 부자들은 박 진사는 명함도 못 내놓게 담 치장이 요란스러웠던 것이다. 두 길이 넘는 높은 담도 부족해서 쇠막대기를 꽂지 않았던가. 한데 그 쇠막대기 끝은 누구 배창자를 끌어내려고 그리도 뾰쪽뾰쪽하게 쇠창살을 또 붙인 것일까. 그러나 어디 그것뿐인가. 어떤 담에는 그 뾰쪽한 쇠막대기 끝이 하나 간격으로 밖으로 내뻗치고 있었다. 호랑이 발톱이라고나 할까, 늑대 이빨이라고나 할까. 더 기고만장한 것은 그런 위에다가 가시 철망까지 또 서리서리 둘러놓은 것이었다. 죄를 졌어도 지옥 기름 가마솥에 처박히거나, 이글거리는 숯불밭을 혀에 구멍이 뚫려 끌려야 하는 죄를 짓지 않고서 어찌 그렇게 사람을 무서워할 수 있으며, 무슨 겁이 그다지도 많이 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많은 부잣집들은 서울 인심이 어떤지 거울처럼 비춰주고 있었고, 그건 바로 복천 영감이 진저리치는 서울 냄새였다.
_「살아간다는 것」 중에서

“할아버지, 칼 많이 갈으셨어요?”
“그랴, 니도 복권 많이 폴았냐?”
“예, 그런데 할아버지…….”
“무신 일이냐.”
“이젠 맞춰보기가 겁이 나요.”
“허어, 무신 소리라고. 워디 니가 허는 일이간디?”
“그래도 발표 때마다 허탕이니까 할아버지한테 너무 미안해요.”
“원 별소리 다 헌다.”
복천 영감은 인숙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다. 언제 보아도 참한 얼굴이었다. 다음에 영수놈 색시감으로……, 복천 영감은 자기의 엉뚱한 생각에 스스로 놀랐다. 꼭 인숙이에게 들킨 것만 같아 복천 영감은 두어 번 헛기침을 했다.
“열 본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는 법잉께. 인숙아, 얼렁 불러라.”
(……)
복천 영감은 오늘 재수가 좋은 날이었다. 다른 날보다 배 가까운 수입을 올렸던 것이다.
복천 영감은 생각할수록 기분이 상쾌해서 또 돈을 전부 꺼내들고 손가락에 퉤퉤 침을 뱉었다. 다시 세어보며 그 느긋한 기분을 맛보고 싶었다.
“어!”
복천 영감은 소리쳤다.
손에는 돈이 한 장도 남아 있지 않았다.
녀석은 차도로 막 뛰어내리고 있는 참이었다.
_「그래도 내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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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가의 말
서울 냄새
다시 못 갈 고향
삶의 거센 파도
살아간다는 것
그래도 내일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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