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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솔거의 죽음

어떤 솔거의 죽음

급격한 빈부격차로 상대적 소외감에 시달리는 중년의 여인……
권력의 횡포과 모순된 사회구조에 대한 거침없는 폭로와 통찰!

저자
조정래 지음
출간일
2011년 10월 10일
면수
456쪽
크기
127*187
ISBN
9788965740056
가격
17,500 원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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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부와 권력에 짓밟히는 인간의 고뇌와 분노
대한민국의 시대와 역사를 가로지르는 정래 대하소설『태백산맥』『아리랑』『한강』
그 모태가 된 청년기 대표 단편집


“분명 거울만은 거짓을 말하지 않으리라”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렸음에도 목숨을 위협받는 화가,
도덕적 판단을 유보한 채 부의 축적에 몰두하는 의사,
급격한 빈부격차로 상대적 소외감에 시달리는 중년의 여인……
권력의 횡포과 모순된 사회구조에 대한 거침없는 폭로와 통찰!

시대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예리한 시선, 매섭고 준엄한 글맛으로 이미 1천 3백만 이상의 독자들을 감동시킨 작가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아리랑』『한강』으로 우리나라의 근현대 비극을 예리하게 소설화한 그의 청년시절 대표작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올해 2월 출간된 작가 초기 단편소설집 『상실의 풍경』 이후의 작품들을 모은 『어떤 솔거의 죽음』은 작가의 청년기 고민이 무엇이었는지 의문을 풀어주기에 충분하다. 1974년부터 1977년까지 문예지에 발표한 14개 작품이 수록된 이 책은, 1999년 <조정래 문학전집>(전9권) 중 다섯 번째 책으로 출간되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1970년 문단에 데뷔해 작가생활 40년 동안 단편, 중편, 장편소설을 발표하고 대하소설을 집필하기까지 작가가 어떠한 사회인식과 통찰을 지녀왔는가를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는 이 작품집에는 70년대 과도한 경제개발과 산업화로 고통받는 인간 군상들의 처절하고 애틋한 모습을 소설로 형상화한 작품들부터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의 폭력과 억압을 풍자한 작품까지 작가가 행한 다양한 소설적 시도가 담겨 있다.
산업화로 인해 도시빈민이 되어버린 농촌 처녀 길순의 이야기 「동맥」, 한강변 고급 맨션촌 옆에 자리 잡은 15평 공무원 아파트를 소유하게 된 주부가 겪을 수밖에 없는 이질감을 소재로 한「이방지대」, 돈만 밝히는 의사를 통해 윤리적 판단이 배제된 불행한 상황을 묘사한「검은 뿌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렸다는 이유로 목숨을 위협받는 환쟁이를 다룬 「어떤 솔거의 죽음」등은 신분과 빈부의 격차가 가져온 사회구조적 부조리에 대해 작가가 품고 있는 비판적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김재용은 “산업화 과정을 다루면서 경제 외적 강제의 지속과 이로 인한 공적 영역의 결여라는 천민자본주의의 현실에서 관찰하고 나아가 이를 분단 현실이란 역사적 원근법 위에서 묘파해 내는 작가의 기량은 가히 그로 하여금 분단 시대의 한 중심적인 작가로서의 면모를 손색없이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고 하며 “70년대의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과학자들이 이 소설들을 읽어야 할 필요성마저 제기된다”고 평한 바 있다.
이미 수십 년 전 청년작가가 고민한 문제들이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실감 있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한 번 더 곱씹어보게 되는 『어떤 솔거의 죽음』은 우리 스스로 발전된 모습을 그려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읽어봐야 할 작품들이다.

저자 및 역자

본문 중에서

사채(私債) 동결(凍結). 길순이는 물론 봉자나 분옥이도 그 어려운 말뜻을 알 까닭이 없었다. 그리고 그들 외에 광명(光明) 직물염색공장의 2백여 여공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말뜻은 곧, 회사나 공장 등을 상대로 빚놀이하던 돈의 이자를 못 받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원금조차 묶어버린 새로 만들어진 법이라는 풀이가 누군가의 입으로부터 터져나왔다. 그때서야 비로소 2백여 여공들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화들짝 놀라고, 입을 딱 벌리고, 얼굴이 사색이 되고, 털썩 주저앉고, 발을 동동 구르고, 엉엉 울고, 그래서 수돗물이 탕을 넘쳐흐르고, 탕마다 헹궈내지 않은 옷감이 뒤헝클어지고, 오렌지색이 빨간색으로 둔갑을 하고, ‘시야게’ 감에 때가 묻어났다. 그리하여 반장이 소리지르고, 관리과 직원이 아우성을 치고, 관리계장이 호랑이 울음을 울고, 관리과장이 납시는 소동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평소에는 변소길에 휴지로나 쓰고 어쩌다 연탄불을 지필 때 숯 밑에 놓는 불쏘시개로나 찾던 신문을 손수 사들게 되었다. 그러나 깨알보다 작은 글씨를 아무리 읽어봐도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길은 막연했다.
―「동맥」중에서

30근의 고기, 세 짝의 갈비. 한꺼번에 그걸 다 먹어치우려면 얼마만큼의 입이 동원돼야 할까. 한 사람 앞에 고기 한 근, 갈비 서너 대로 잡더라도 30개의 입이 필요하다. 30명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는 크기의 집이 있을까. 아마 이삼 일을 계속 치르는 잔치겠지. 그렇다면 이 여름에 고기가 견뎌내지 못할 텐데. 그럼 그 많은 고기를 저장할 수 있는 냉장고가 있단 말인가.
“어머…….”
“앞 좀 보고 다녀요.”
내가 미처 사과를 할 틈도 주지 않고 긴 홈웨어를 입은 여자는 나를 훑으며 지나쳐갔다. 나는 역정이 났다. 어쩌자고 그따위 얼빠진 공상에 말려들다가 이런 창피를 당하는지, 나 자신이 풍기는 원색의 속물 냄새가 역겨웠다. ―「이방 지대」중에서

강 사장의 직함은 사장뿐만이 아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사업상 이용되고 있는 당연한 호칭에 불과했다. 강 사장이 애지중지 여기는 직함들은 따로 있었다. 보통 명함보다 한결 커보이는 강 사장의 명함에는 그 직함들이 고딕 활자로 거만스런 웃음을 짓고 있었다. 지역사회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 향토정화위원회 위원장, 만세국민학교 사친회 회장, 이 세 가지 직함이 그것이었다. 강 사장은 이 명함을 상비하고 다니다가 기회만 있으면 척 내밀곤 했다. 사법서사에서 소개하는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시장 뒷골목 니나노집에 들렀다가 못 보던 색시가 눈에 띄면 악착같이 옆에 불러 앉히곤 그 큰 명함을 기세 좋게 빼서 색시의 코앞에 디밀고는, 나 이런 사람이야, 거드름을 피웠다. ―「허깨비 춤」중에서

“바로 저 모습이 성주님의 참모습인 줄 아뢰오.”
“이제야 비로소 성주님의 인자하심과 후덕하심이 생광을 얻은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사옵니다.”
“감히 무어라 아뢰오리까. 성주님의 영정을 우러르매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리는 은혜에 그저 몸둘 바를 모르옵니다.”
(중략)
족자에 그려진 얼굴은 얼핏 보아서는 생판 딴사람이었다. 우선 삐져나오도록 살이 찌지 않은 게 그랬다. 그리고 눈도 서글서글했고 입술도 미련스럽게 투박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심술이나 탐욕스러움 대신 미풍 같은 미소가 번져나는 속에 한없이 인자하고 후덕한 기운을 훈훈하게 풍기고 있었다. 흡사 부처님이 의관 정제한 것이 아닌가 착각할 지경이었다.
―「어떤 솔거의 죽음」 중에서

추천사

목차

작가의 말

동맥
빙하기
술 거절하는 사회
살풀이굿
삶의 흠집
이방지대
인형극
검은 뿌리
방황하는 얼굴
비틀거리는 혼
허깨비 춤
변신의 굴레
신문을 사절함
어떤 솔거의 죽음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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