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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

황토

등 기댈 만한 바람벽 하나 없는 허허벌판에 선 채
시대의 비극과 모순을 온몸으로 견뎌낸 우리들 모두의 아픈 자화상

저자
조정래 지음
출간일
2011년 05월 30일
면수
292쪽
크기
127*187
ISBN
9788965740032
가격
17,5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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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37년 만에 장편소설로 재탄생한 ‘정본’ 『황토』를 만난다!
대한민국의 시대와 역사를 가로지르는『태백산맥』『아리랑』『한강』의 작가
조정래의 또 하나의 역작

인간답게 살 수 없는 세상일지라도
살아야 한다는 것, 그것밖에 길이 없다!
등 기댈 만한 바람벽 하나 없는 허허벌판에 선 채
시대의 비극과 모순을 온몸으로 견뎌낸 우리들 모두의 아픈 자화상


40년이 넘는 작가생활 동안 한국 근현대사의 살아 있는 교과서가 된 대하소설 『태백산맥』『아리랑』『한강』 32권을 집필하며 문학사에 기념비를 세운 조정래 작가. 그에게 오랫동안 마음속에 미안함과 께름칙함을 품게 작품은 무엇이며, 그가 미처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1974년에 발표한 중편 「황토」는 또다른 중편 「비탈진 음지」와 함께 조정래 문학의 총화인 『태백산맥』『아리랑』『한강』의 문학적 지향을 압축한 소설이자 작가가 장편으로의 비약을 모색하던 시기의 산물로 일컬어진다. 이 작품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장편으로 써야 할 이야기를 시대적인 상황 때문에 ‘저 옛날, 중국에서 여자들에게 전족을 하듯이’ 마지못해 중편으로 발표해, 작가에게 오랫동안 아쉬움으로 남았다. 1999년도에〈조정래문학전집〉(전9권) 네 번째 책 『비탈진 음지』에 수록 출간되었던 이 작품은, 2011년 5월 200여 매에 이르는 내용을 새롭게 추가 집필하고, 한 문장 한 문장을 처음 쓰듯 다듬어 장편으로 전면 개작해 선보인다.
『황토』는 일제 말기부터 해방 전후,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며 아비가 각기 다른 세 자식을 키울 수밖에 없었던 한 여인의 굴곡진 인생을 형상화한 소설이다. 어느 날 작은아들의 조난 소식 앞에 자신 역시 일본 순사의 씨이면서 파란 눈을 한 동생을 “인디언을 개 잡듯 한 살인자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로 멸시하는 큰아들의 태도에 모욕감을 느낀 주인공이 지나온 삶을 회상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모를 위해 죽기보다 싫은 일본순사의 제안을 수락하여 아이까지 낳았고, 여자로서의 평범한 행복을 누리려는 찰나 좌(左)와 우(右)라는 이념의 덫에 쓰러졌으며, 선의를 가장한 미군에게 겁탈을 당하고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은 결국 모두로부터 버림받게 된다. 그럼에도 그녀는 어머니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꿋꿋이 삶을 개척했지만, 자식들마저 그녀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외세와 이념에 짓밟혔던 현대사의 자화상”(임규찬, 문학평론가)이라고 평가받는 『황토』는 비극적인 역사가 가한 고통을 오롯이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소시민들의 역사로, 우리의 근현대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주인공의 삶에 투영된 모순과 부조리를 통해 보여준다. 특히 작가는 이번 개작의 과정에서 우리 역사의 모순을 좀더 극명하게 드러냈다.
‘왜 조선은 나라를 빼앗겼는가’ 하는 의문에, ‘남자들이 못나서’ 죄 없는 여자들까지 화를 입는다는 것과, 여기서 남자들이란 일부 지도층임을 분명히 하면서 통한의 식민시대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내부의 문제를 통렬히 꼬집는다. 한편 해방 후 권력을 잡은 자들이 좌우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처럼 나섰지만 민족 간의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했다는 점은 그들이 “딴 욕심”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뿐만 아니라 작가는 주인공이 프랜더스라는 미군에게 겁탈 당한 뒤 “프랜더스는 또 하나의 야마다였던 것이다”라고 고백하는 장면은 해방 후 등장한 미국 역시 본질적으로는 일제와 다르지 않았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마지막까지 주인공의 세 자식들이 화해에 이르지 못하고 불화하는 모습은 여전히 모순덩어리의 역사를 올바로 정립하지 못하고 반목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들의 현재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우리는 여전히 얼굴만 달리 했을 뿐, 이 소설 속에서 폭로하는 한국 사회가 가졌던 내부적인 문제와 외부의 압력 속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근현대사의 압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소설은 새삼 국가와 역사란 무엇이며, 그 앞에 선 개인과 생(生)은 무엇인지, 그리고 비극적인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저자 및 역자

본문 중에서

간략 줄거리


사흘 연거푸 눈이 내리던 어느 겨울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동생의 실종 소식에도 싸늘한 큰아들의 태도에 점례는 지나온 인생을 떠올린다.
일제의 악행이 극도로 심해진 식민지 말기, 열일곱의 점례는 어머니로부터 아버지가 주재소로 끌려갔다는 소식을 듣는다. 황국신민을 폭행했다는 이유로 모진 고문을 당하고 있는 아버지를 풀어달라고 통사정을 해보지만 꿈쩍도 않던 주재소 주임은 갑자기 점례의 나이를 묻고는 돌아가라고 한다. 다음날 앞잡이 노릇을 하는 강호식이 찾아와 점례의 어머니에게 무슨 말인가 건네더니, 다음날에는 어머니마저 주재소로 끌려가 고문을 당한다. 주재소로 달려간 점례는 그제서야 강호식이 전날 말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마지못해 주임인 야마다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녀는 마음대로 죽지도 못한 채 임신까지 하게 되는데, 왜놈의 자식을 낳았다는 소식에 놀란 아버지는 쓰러져 죽고 만다. 이후 해방을 맞고, 야마다는 말도 없이 줄행랑을 친다.
어느 날 큰이모가 찾아와 점례에게 시집을 갈 것을 종용하고, 점례는 항변도 못해 보고 젖먹이를 떼놓은 채 큰이모에게 끌려간다. 큰이모가 이미 점찍어둔 독립투사의 아들이라는 박항구를 만나 점례는 과거를 숨긴 채 결혼식을 올린다. 박항구는 더할 나위 없이 자상해 둘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첫딸을 낳는다. 그런데 둘째가 생기고 나서 부쩍 모임이 잦던 남편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며칠 후 인민군을 앞세우고 부위원장 딱지를 붙이고 나타나 동네사람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얼마 뒤 집안의 서류뭉치를 모두 태우고는 돌아오겠다는 기약만 남기고 떠난다. 그리고 국군의 점령소식이 들려온다.
점례는 구속되어 취조를 받는데, 이때 둘째가 병이 들고 상태가 악화된다. 점례의 결백 주장에도 취조관들은 의심을 거두지 않는데, 이때 프랜더스라는 미군이 신원보증을 자청하면서 점례는 풀려나고, 딸도 치료를 받게 된다. 점례는 그의 집을 청소하며 돈벌이를 하게 되고 안정을 되찾은 듯했지만, 뜻하지 않게 프랜더스에게 겁탈당하게 되면서 또 한번 절망하게 된다. 이후 둘째딸마저 죽고 점례는 그의 곁을 떠나려 하지만 놓아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그와 함께 지내며 둘째아들을 낳는다. 모든 것을 운명이라 받아들인 점례는 프랜더스가 가져다준 미제물건들을 내다팔며 돈을 모으는데, 전쟁이 휴전상태로 접어들 때쯤 프랜더스는 말도 없이 떠나버린다.
점례는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 꿋꿋하게 생활을 꾸려가지만, 큰아들과 작은아들이 엇나가기만 하자 자신의 50평생이 허망하기만 하다.


본문 중에서

“어쩐 일이세요?”
언제나처럼 무뚝뚝한 아들의 음성이었다. 그녀는 숨을 들이켰다.
“동익이가 말이다, 동익이가…….”
그녀는 그만 목이 메었다.
“그 자식, 또 일 저질렀어요?”
짜증난 아들의 목소리는 너무나 컸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전화를 끊으려 하다가 놀라며 송수화기를 다시 잡았다.
“글쎄 동익이가…….”
“빨리 결론부터 말하세요. 지금 바빠요.”
아들의 거친 말에 쫓기듯 그네는 한달음에 쏟아놓았다.
“동익이가 조난을 당했다는구나…….”
“조난을 당해요? 거 멋지게 됐군요.”
태순이는 코방귀까지 뀌었다. 그녀는 왈칵 울음이 솟구쳤다.
“…….”
“피는 못 속여요. 인디안을 개 잡듯 한 그 살인자들의 피가 동해서 그 자식이 그따위예요.”
큰아들 태순이는 느글느글하게 느껴지는 목소리로 빈정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송수화기를 놓고 말았다.
이제 그녀에겐 경찰서를 혼자 가야 하는 두려움 같은 것은 깨끗이 없어지고 말았다. 갑자기 용기가 생긴 것이 아니다. 악이 받친 것이다. 아니 그 누구에게도 말 못할, 말한다 해도 풀릴 길 없는 한의 피멍이 터진 것이었다. _「탄생의 비밀」 중에서

왜 조선 사람들이 몇 년 전부터 줄기차게 징용이며 징병을 끌려가야 하는 것인지 점례는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답은 간단하고, 자명했다. 나라 없는 백성이라서. 나라 없는 백성……. 그럼 어째서 나라가 없어지게 되었는가……. 힘이 약해서 빼앗긴 것이라고 했다. 그럼 왜 힘이 약해진 것인가. 나라를 다스린 임금이며 양반들은 무엇을 어찌 했길래 나라를 뺏길 정도로 힘이 약한 나라가 되게 했다는 것인가. 그 답을 알고 싶었다. 오래 전부터 속시원히 그 내막을 알고 싶었지만 가르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눈치 보아가며 아버지에게 어렵게 물었지만, 이 애비가 무식한 데다가 저 머나먼 한양에서 높으신 대감 양반들께서 하신 일이니 그 깊은 속을 어찌 알겠냐. 또, 그런 것 시시콜콜이 알려고 해서 신상에 좋을 것 하나도 없느니라. 그 켯속 다 알아낸다고 해서 나라 찾아지는 것도 아니니 다 팔자소관이거니 하고 그냥 살아라. 그게 신간 편한 일이다, 아버지는 쓸쓸하게 웃었다.
_「안 보이는 흠」 중에서

“오늘 사랑에 오신 손님은 누구였지? 아는 사람이던?”
점례는 마른침을 삼켰다. 뜸을 다 들인 것이다. 이제 대답을 피할 도리는 없었다. 피할 필요도 없었다.
“며칠 전에 왔던 그 젊은 사람이었어요.”
“그래? 한 번 보고 나서 얼굴을 알아보겠던? 연분은 연분이로구나. 그러기가 어려운데, 천생연분이야.”
이모는 이렇게 휘감아들었다. 점례는 그만 얼떨떨하고 아리송해졌다. 술상을 들여다 놓으며 아무런 관심 없이 얼핏 보았을 뿐인 남자를 다음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정말 연분 때문인가? 정말 그런가……? 연분……, 천생연분……, 그게 뭐지? 그런 게 정말 있기는 있을까…….
“그 남자 생김새가 어떻더냐? 내 눈엔 미남이던데, 어디 당사자인 점예 얘기 좀 들어보자.”
“…….”
할말이 있을 리가 없었다. 큰이모 눈에 미남이면, 미남인 것이다.
“사람 하나 똑똑하지. 얼굴만 잘 생긴 게 아니라 실하고 속이 찬 사내야. 머잖아 크게 될 사람이다. 눈에 총기가 들었어. 그 눈이 보배야.”
점례는 눈을 감았다. 그럼 그 매섭던 눈초리는 건달기나 시건방져서 그런 게 아니란 것인가.
“이모부가 그러는데, 그 사람이 네가 맘에 든다고 하더란다. 얼마나 다행이냐. 아니지, 그 눈이 여자도 고를 줄 아는 게지. 우리 점예라고 어디 나무랄 데 있나. 오냐, 오냐, 그만 주무르고 이리 와 앉아라.”
그러지 않아도 점례는 더 이상 주무를 수가 없었다. 나무랄 데가 없다니, 점례는 팔다리의 힘이 쑥 빠졌던 것이다. 이미 남자가 범해버린 몸이었다. 2백 리 밖에는 멀쩡하게 아들이 살아 있었다. 이보다 더 큰 탈, 이보다 더 큰 흠이 어디 또 있을까.
_「짧은 사랑, 긴 정」 중에서

내일 모레가 쉰 고개다. 험하고 고달프게 살아온 세월이었다. 남은 것이라곤 세 자식뿐이었다. 뒷바라지를 하느라고 허둥지둥하며 한시도 편할 때 없이 억척스럽게 살아왔다. 자식들이 잘되는 것만이 소원이었고, 그것이 유일하게 잡고 있었던 삶의 끈이었다. 그런데 자식들이 커갈수록 그 바람은 빗나가는 것만 같았다. 모두 하나로 뭉쳐져 서로 의지가 되고 힘이 되어 살기를 소원했다. 그러나 그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바람이 자꾸만 엇나가고 버그러지고 있었다. 세 자식을 위해 몸 바스러지게 최선을 다했던 것은 무슨 덕을 보자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세 자식이 오손도손 사이좋게 살기를 바랐다. 그것이 눈물뿐인 자신의 인생을 보상받는 유일한 길이라 여겼던 것이다.
생각할수록 자신의 신세가 가엾고 적막했다. 그녀의 옆볼을 타고 내린 눈물이 베갯잇을 적시고 있었다.
_「인생, 그 굽이굽이」 중에서

추천사

목차

작가의 말
탄생의 비밀
안 보이는 흠
짧은 사랑, 긴 정
드러나는 흠
인생, 그 굽이굽이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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