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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공주

정의공주

훈민정음 창제의 비화(秘話)를 다룬 최초의 소설
역사 앞에 드러나지 못했던 세종의 딸 정의공주의 대활약

저자
한소진 지음
출간일
2011년 03월 15일
면수
340쪽
크기
152*223
ISBN
9788965743057
가격
12,8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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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훈민정음 창제의 비화(秘話)를 다룬 최초의 소설

역사 앞에 드러나지 못했던 세종의 딸 정의공주의 대활약,
그동안 그녀는 왜 가려져 있었을까?

세종대왕은 문자를 만들었고, 정의공주는 문장을 완성했다


우리말을 우리글로 쓰고 싶었던 세종대왕과
한자, 이두 표기에 의문을 가져온 정의공주!
조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림토 문자를 추적해
훈민정음을 완성하기까지의 흥미진진한 사건들

세계에는 수천 개의 언어가 있지만, 문자를 가진 나라는 몇 안 되는 현실에서 훈민정음은 아름다움과 과학성을 자랑하며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문자로 자리매김한 지금, 과연 우리는 이 문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역사 속에 감춰진 비밀은 무엇일까?
국문학자이자 드라마작가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을 소설화해 독자들의 호평을 받은 작가 한소진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장편소설 『정의공주』는 지금까지 한 번도 다뤄진 적 없는 세종대왕의 둘째딸인 정의공주의 열정적이고 지성적인 삶과 그에 얽힌 훈민정음 창제의 진실을 조명한 최초의 작품이다. 작가는 ‘세종께서…… 변음과 토착음을 다 끝내지 못하여 대군들에게 풀게 하였으나 모두 풀지 못했으나 정의공주가 풀어 바쳤다’(『죽산안씨대동보』), ‘우리나라 언문은 연창공주가 만들었다’(『몽유야담』)는 기록과 한글학계와 역사학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그동안 훈민정음 창제와 관련해 일었던 수많은 논란과 의문을 정의공주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새롭게 풀어내며 답하고 있다.
‘구구구’ 하는 비둘기 울음은 ‘관관저구(關關雎鳩)’라는 한자로, ‘나는’이라는 말은 ‘아은(我隱)’이라는 이두로, ‘산들산들’ 부는 바람은 표현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문자를 모르는 백성이 억울함도 호소하지 못하고, 인륜을 범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백성을 위한 문자를 만들고 싶었던 세종은 중국과의 관계악화, 『삼강행실도』의 실패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집현전 학자들로 인해 위기해 봉착하지만, 어려서부터 한자와 이두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가림토 문자 추적 작업을 지속해 온 정의공주로 인해 불씨를 되살리게 된다. 조정의 반대는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아집이기도 했지만 당시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작은 나라 조선의 엄연한 현실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밀리에 완성한 조선의 문자는 세종과 정의공주, 왕자들이 백성들의 생활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발품을 팔아 가림토 문자의 흔적을 줍고, 이를 단서로 전국을 돌며 일군 땀의 결과물로 이루어진 것임을 이 소설은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저자는 현재 위서논란이 있다는 이유로 사학계에서 본격적인 논의조차 하고 있지 않은 조선 상고사를 기록한 역사서인 『단군세기』에 전하는 가림토 문자를 훈민정음의 모태로 보고 그것이 어떻게 백성들의 삶 속에서 뿌리 내려 왔는가를 다양한 연구와 역사적 상상력을 가미해 설득력 있게 풀어냄으로써, 한글의 모태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재고하는 계기도 마련하고 있다.
한편 공주의 몸으로 출가했으나 첫날밤부터 다른 여인의 이름을 부른 남편 때문에 가슴앓이를 한 정의, 타고난 슬픔으로 괴로워하며 마음을 열지 못하는 부마 안맹담, 사랑하는 큰딸을 잃은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세종, 장자라는 자리가 버겁기만 한 세자 향(문종), 끊임없이 아버지의 의심을 받으며 제 능력을 펼칠 수 없어 답답해하는 수양대군 등 왕족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등장인물들의 내면의 아픔은 시공을 초월해 정서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작품을 읽는 또다른 맛을 선사한다.
정의공주는 변음과 토착을 풀면서 훈민정음을 최종적으로 완성했으나 결과적으로 정사(正史)에 기록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은 백성을 위해 만든 ‘큰 글’이 여자가 주도했다는 이유로 ‘암클’로 폄하되며 백성들에게는 선보이지도 못하고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꿰뚫어본 공주의 선택이었다. 이 일과 관련해 조정 신료가 보인 태도는 당시 남성중심의 유교사회가 가졌던 독선과 편견, 시대적인 한계를 여실하게 드러내는 한편으로는 우리 문자에 담긴 뜻도 제대로 새기지 못한 채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현재 우리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주어진 삶에 안주하지 않고 수많은 편견과 아집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자신의 꿈을 완성한 당당한 여성이었던 정의공주의 삶은 시대와 상황을 탓하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며, 훈민정음에 담긴 세상을 향한 사랑은 우리 문자가 세계가 인정할 만한 유산이라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저자 및 역자

본문 중에서

간략 줄거리
첫째딸 정소공주가 갑작스레 죽은 후 세종은 딸에게는 좀처럼 정을 주지 않는데, 어느 날 정의공주는 아버지가 왕자들만 데리고 조선의 문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된다. 자신만 소외되었다는 생각에 울음을 쏟는 정의를 보고 세종은 앞으로는 아들과 딸을 차별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후 정의는 이두공주라고 불릴 만큰 문자 연구에 열을 올리는 반면, 아버지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세자는 정의에게 남모를 부담감을 털어놓으며 고통을 호소하고, 더구나 세자빈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아 궁궐의 근심거리가 된다.
세월이 흘러 정의는 세자의 혼례일에 활솜씨를 뽐내며 인상을 남긴 안맹담과 혼례를 치른다. 그러나 그는 첫날밤부터 술에 취해 고꾸라져서는 삼례라는 알 수 없는 이름을 불러 정의의 애를 태운다. 말 못할 비밀을 간직한 정의는 우여곡절 끝에 시집살이를 시작하고, 삼례라는 아이를 수소문해보지만 시가 사람들은 무언가 숨긴 채 말을 해주지 않는다. 맹담은 하루하루를 술만 마시고 신세한탄만 하며 정의에게는 여전히 곁을 주지 않아, 정의도 점점 냉랭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삼례가 나타나고 시어머니인 최씨가 차마 말로는 못할 악행을 그녀에게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한편 세종은 집현전 학자들에게 우리 문자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지만 냉정하게 거절당한다. 이와는 상관없이 문자 연구를 계속하던 정의는 저자를 돌아다니며 가림토 문자의 흔적을 좇고, 여종이 우연히 만난 노승으로부터 송악 등지에서 쓰인다는 문자 이야기를 듣고 흥분하지만 공주가 노승을 찾았을 때는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어느 날 세종이 왕자들과 함께 정의의 집을 찾아와 우리 문자를 만드는 일에 자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하지만 수양은 아버지가 자신을 늘 의심한다는 이유로 아버지 말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데……

본문 중에서
어느 날, 세종은 붓을 들어 ‘魔陰’이라 썼다. 아이들은 그 글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얘들아, 이 글자를 한번 읽어보렴.”
모두들 말이 없었다. 아바마마께서 붓을 드실 때면 언제나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요즘 한참 한문과 이두에 심취하기 시작한 정의공주만이 어린 마음에 가만가만 그 글을 읽어보았다.
“마음…… 아바마마, 마음이란 글자가 아닙니까?”
“그래, 이두로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단다.”
마음이란 ‘악마의 음침한 기운’이라는 뜻이었다. 글자를 보자 어린 정의는 낯빛까지 어두워졌다.
“아바마마, 마음은 원래 따뜻한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어찌 그리 축축하고 요망한 것으로 표현했을까요?”
아버지는 껄껄 웃으며 어두워진 정의의 얼굴을 매만져주었다.
“그래, 아비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단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이 글자가 가슴에 와 닿는구나. 세상에 마음만큼 괴상망측한 것이 어디 있을까. 아침에 굳게 먹은 생각이 반나절도 못 가 변해 버리지 않더냐. 글자로나마 마음이라는 것을 경계해 온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구나.”
이때, 정소는 장녀답게 머리를 끄덕이며 아버지의 이야기에 조용히 화답했다.
“아바마마, ‘생각’이란 말도 순우리말인 줄로 아옵니다. 그런데 이두로는 ‘生覺’이라 표기하지 않사옵니까? 이두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저는 그 말의 뜻을 헤아려보았습니다. 낳을 ‘생’에 깨달을 ‘각’을 붙여보면 인간은 낳는 순간부터 깨달음을 얻는 존재라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종은 큰딸이 글자를 풀어낸 것이 만족스러워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낳는 순간부터 깨달을 수 있는 존재야말로 천지에 인간밖에는 없을 것이야.”
― 1장 「5월의 정원」중에서

무슨 일이든 닦달하거나 채근하지 않는 세종이건만, 이들의 의견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략) 자신의 의견을 직설적으로 말하기 좋아하는 정창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전하, 얼마 전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를 반포했는데도 충신과 효자가 나오지 않고 있사옵니다. 그런데 글자를 만든다 하시니 저희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충신과 효자는 사람의 자질이 문제이지, 글자를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옵니다. 글자를 알아 책만 읽으면 막돼먹은 자가 저절로 충신이 되고 효자가 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생각되옵니다.”
세종은 눈을 크게 떴다. 정창손이 이렇게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닦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도리라 생각하던 임금이었다. 그리하여 언제나 몸소 실천해 보여왔거늘, 임금의 뜻을 왜곡해도 이렇게 왜곡할 수 없었다. 그때, 항상 모든 일에 부정적이기만 하던 정창손의 생각을 못마땅해하는 이가 있었다. 정인지였다. 비록 임금 앞이었지만 그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정창손에게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전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막돼먹은 자에게도 책은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책을 읽자마자 사람이 달라진다는 뜻은 아니옵니다. 그러나 가슴속에 하나둘 인간다움이 새겨질 것이니 백성들에게 책을 읽히고 싶은 전하의 뜻만은 높이 받들어야 할 것입니다. 정창손 대감의 생각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정창손의 입가에 조소가 흐르기 시작했다. (중략)
그러자 최만리가 다시금 아뢰었다.
“전하의 말씀은 모두 옳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해야 할 듯합니다. 우리 문자를 만든다면 오랫동안 저들의 문화와 사상을 숭배해 온 이 나라에 혹 불이익이 따르지 않을까 염려하는 바가 더 크다 할 것입니다. 사실 그것이 저희의 고민이었습니다.”
그랬다. 논쟁의 골자는 중국이었다. 세종의 가슴이 얼어붙었다. 중국에 대한 모화(慕華)와 사대(事大)를 이처럼 중요하게 생각할 줄은 몰랐다. 그 점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책을 읽지 않는다는 핑계로 백성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 3장「흔들리는 사람들」중에서

“중국에도 경포가 있지만, 한자로 씌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강원도 경포로 추측했답니다. 그렇다면 그것 역시 가림토 종류의 글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세자는 정의를 높이 칭찬했다.
“참으로 공주의 열정이 놀랍구나. 그렇다. 가륵단군 한 사람의 뜻을 점점이 이어온 이들은 바로 백성들이야.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우리 역사를 모두 끌어안고 살아온 사람들이야.”
수양은 그간 자신이 얼마나 헛된 일에 시간을 보냈는지 후회했다.
“저는 백성들의 입과 입을 통해 떠도는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겉으로는 백성들을 위해 문자를 만든다고 떠들었지만 정작 그들 곁으로는 다가가지 않았지요. 제가 철원 땅으로 떠나겠습니다. 무술로 다져진 몸이옵니다.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문이 열리고 있었다. 문이란 늘 언젠가 한 번은 통과한 적이 있는 쪽으로 나는 것이었다. 이제 모두들 그 문 앞으로 한 발자국씩 다가가고 있었다.
―4장 「외진 곳을 벗어나」 중에서

이윽고 우리글 창제 선포를 앞두고 주상께서는 모두를 불러 최종적으로 점검했다. (중략)
병약하기는 했지만 아바마마와 함께해 온 세자도 밝은 목소리로 화답했다.
“양반에게나 일반 백성에게나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법이지요. 태양이 있으면 달이 있고, 남자가 있으면 여자가 있으며, 밝은 날이 있으면 눈비가 내리는 날도 있습니다. 하늘이 있으면 땅이 있는 것과도 같지요. 우리 문자는 인간을 중심으로 음양을 다 감싸 안을 수 있는 소리글로 만들어졌습니다.”
수양 역시 감격에 겨워 말했다.
“그렇습니다. 아바마마께서 ‘ㄱ’은 하늘이 인간에게 흘러 내려오니 ‘그냥, 그대로, 그렇게’의 의미를 지닌 가장 자연스러운 글자라 하셨습니다. ‘ㄴ’은 땅으로부터 인간이 솟아오르니 ‘나다[生]’를 기본 뜻으로 하며, ‘ㄷ’은 사람이 땅과 하늘을 안고 있으니 ‘다함’을 뜻합니다. 또한 ‘ㅁ’은 ‘ㄱ’과 ‘ㄴ’을 합쳐 완성된 ‘모두’를 의미합니다. ‘ㄹ’은 하늘과 땅, 인간이 완벽하게 조화하여 ‘어우르’는 철학이 숨겨져 있습니다. 참으로 아바마마의 해석이 놀
라울 따름입니다.”
세종에게 큰 힘이 되어준 수양은 아버지의 뜻에 몸과 마음을 다한 사람이었다. 수양은 누구보다 아버지의 의지를 힘껏 뒷받침하려는 마음으로 말을 이었다.
“‘ㅂ’만 봐도 인간이 하늘과 땅을 지켜보는 형상으로 ‘본다’는 속뜻을 갖게 되며, ‘ㅇ’은 우주를 뜻하여 어느 나라에도 없는 사념이니 이는 조선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글자라 하셨습니다.”
“그래, 그런 쉬운 뜻을 보태어 가르치면 백성들이 빠르게 우리 글자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니라. 의미도 의미이지만 백성들이 쉽게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삼문이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 우리는 반드시 중국과 우리말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사대주의자들을 겨냥하는 일입니다.”
이에 모처럼 입을 연 숙주의 이야기가 또 하나의 조용한 외침으로 퍼져나갔다.
“우리 글자는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뛰어넘게 할 것입니다.”
― 6장 「마침내 흐르는 눈물」 중에서

추천사

목차

프롤로그

1장 경복궁 공주의 꿈
5월의 정원|비둘기 슬피 우는 시간|아버지의 약속|이두공주

2장 낮은 곳에 피는 꽃들
운명의 남자|드리우는 그림자|시집살이|가슴에 담아둔 사랑

3장 삶의 굴절
흔들리는 사람들|떠도는 마음|아픔마저 끌어안은 자|왕의 밀행

4장 민초의 이슬로 내리다
새로운 길|거리를 헤매다|왕의 사위라는 짐|외진 곳을 벗어나

5장 오랜 기다림의 끝
세상을 바꾸는 일|떠난 자와 돌아온 자|마음의 평정|어머니의 마음

6장 사랑스러운 나의 딸아
마침내 흐르는 눈물|소용돌이 속에서|여자라는 것

에필로그
작가의 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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