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그랬다면 지금은? 현실감이 있어?”
“있고말고. 현대회에서 하라다의 공을 보고, 저 하라다가 닛타로 이사를 와서 나랑 배터리를 이룬다면…….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현실감이 생겼어.”
고는 길게 숨을 몰아쉬었다.
“정말 좋아. 지금까지는 그냥 꿈에 지나지 않던 것이 점점 현실에 가까워지는 거야. 괜히 가슴이 두근거려.”
“그러니까 내 공은…….”
말을 하려는 다쿠미의 목을 고의 팔이 휘감았다.
“하라다, 나, 네가 좋아.”
목이 졸려서가 아니다. 갑자기 숨이 막혀왔다. 좋아한다는 말을 이렇게 당당하게 내뱉을 수 있다니, 조금 겁이 났다. - 1권 본문 '공터에서' 중에서
“좋은 공이었어.”
쥐고 있던 공을 건네준다. 다쿠미와 수도 없이 주고받았던 동작이다.
“응.”
펼쳐진 손바닥에 천천히 공을 올려놓는다.
“다쿠미.”
“응?”
“역시…….”
말이 막힌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잊어버렸다. 다쿠미는 묻지 않았다.
같은 장소에 서 있으면서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서도 이놈과는 보는 것이 다른 것 같다. 보려고 하는 것도, 보이는 것도 다른 것일까. 나는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일까.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가슴이 수런거린다. 자신의 한계를 한 번 보고 싶다. 여기까지라고 자신의 한계점을 인정해 버린 다음, 그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넘어서고 싶다. 모든 걸 체념하고 누군가 깔아둔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모르는, 남에게 배울 수도 가르쳐줄 수도 없는 미래로 자신을 이끌어가고 싶다. 미지의 땅으로……. - 4권 본문 '저 미트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