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며칠, 고통은 때로 치통처럼 나를 덮칩니다. 그 고통 속에 나를 팽개치지 말자고 몇 번이나 다짐하다가 말았습니다. 고통이 나를 덮친다면 그대로 두는 것도 괜찮은 일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거부하지 말고, 마치 헝클어진 서랍을 정리하듯이 하나씩, 가지런히 고통에게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구원은 어쩌면 거기서부터 조금씩 시작되는 거라고 말입니다. 고통은 나를 덮치지만 구원은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오는 것은 아닐까요?
―「기다린다는 것」중에서
대체 내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내 마음의 증오와 체념 그리고 갈망을 조용히 나는 응시합니다.
화창한 일본의 백화점들 앞을 걸어 다니거나 혼자서 밤중에 다다미 방에 앉아 있으면 머리를 쥐어뜯을 것만 같은 환각이 나를 덮칩니다. 그래도 나는 가만히 있습니다. 견디고 있는 것입니다.
견디고 있는 나 자신에게 나는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견디고 있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래도 나는 가만히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제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었고 무슨 일이든 저지르는 일은 어쩌면 내게는 쉬운 일이며 그것은 맨 마지막에 일어나야 할 일이기 때문에……. 그러므로 예전처럼 그저 연극이 되어버릴 어떤 짓도 이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나 자신과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조용히 내 마음을 응시합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