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고 사형 제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우리가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죽음은 사형이다”라는 문장이 마음을 흔들었죠.
“예전에 핀란드에서 47명을 살해한 사람을 사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핀란드 총리가 이렇게 말했어요. ‘그들이 노리는 것이 바로 악한 복수의 감정이다. 그럴수록 우리는 성숙하게 인권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는 더욱 큰 포용으로 이 난관을 헤쳐나갈 것이다.’ 악이 원하는 건 우리가 악한 감정을 품는 거예요. 중요한 건 그들을 격리하고, 치안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거예요. 그리고 살아 있어야 회개할 가능성도 있잖아요? 변화는 매우 더디지만, 결국 이루어질 거예요. 격리와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 세 가지가 충족되면 가능해요.”
―「인생엔 참 버릴 게 없다 : 소설가 공지영」
여섯 살 조카와 예순다섯 살 우리 어머니는 식구들 중에 김창완 아저씨의 가장 열성적인 팬이다. 돌이켜보면 나도 여섯 살 때부터 산울림 아저씨들이 부른 “산할아버지 구름 모자 썼네” 노래를 부르며 자랐다. 가족들에게 한글날 선물로 김창완 아저씨에 관한 글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모두 박수를 짝짝 치며 즐거워했다. 그가 부른 노래들은 대부분 어른과 아이가 함께 부를 수 있다. 2013년, 격월간 《동시마중》 3·4월호에 〈할아버지 불알〉 등 동시 다섯 편을 발표하면서 ‘동시 작가 김창완’으로 데뷔했을 때, 사람들은 놀라기보다 반가워했다. “아마도 외계인일 거야!” 식구들이 입을 모았다. 가수, 작곡가, 작사가, 동화 작가, 배우, 라디오 진행자, 소설가, 동시 작가…….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셀 수 없이 많다. 그 많은 이름 중에서 ‘동시 작가 김창완’이 가장 반가운 이유는 글을 보면 그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마음결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글이건, 음악이건, 그림이건, 보이는 대로 옮기는 작업인데, 그는 정말이지 어린이의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 같다.
―「동시 같은 일곱 살 인생 : 가수 김창완」
황토로 짓고 너와 껍데기로 지붕을 덮은 흙집은 거대한 악기다. 그는 악기 안에서 악기를 만든다. 흙의 몸통 속에서 울려 퍼지는 음의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박경호는 안다. 흙집 안에서 악기를 연주하면 소리의 공명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 이후로 흙집을 떠나서는 작업할 수 없었다. 흙을 구워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만들고 싶었다. 맑고 청아한 소리가 나오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도예과 교수들을 찾아가서 6개월만 함께 작업하자고 애원했지만, ‘부안 목수 박경호’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촌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이는 없었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학연지연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멸시를 당하지는 않을 거라고 주변 사람들이 말했지만, 그런 건 애초에 관심이 없었다. 앞으로는 어떻게든 도예를 배울 생각이다. 그리고 흙으로 구운 현악기만이 낼 수 있는 새로운 소리를 찾을 것이다.
―「소리를 빚는 연금술사 : 현악기장 박경호」
저는 결함이 많은 사람이에요. 때로는 그 결함 때문에 절망에 빠지죠. 그러면 한동안 글을 한 자도 쓸 수가 없어요. 제 결함을 창조적 에너지로 쓸 수는 없을까요?
“‘톰슨가젤’이라고 하는 종은 7퍼센트 이상이 결함 요소를 가졌어요. 의도적으로 그 7퍼센트를 잉태하고 낳아요. 우수 요소 또한 7퍼센트가 있어요. 우리가 생각할 때는 우수 요소가 진화를 끌어가고 전체를 보호하고 발전시킨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양쪽의 7퍼센트가 중간의 86퍼센트를 지탱해 주는 거예요. 가장 소중한 존재는 7퍼센트의 결함 요소예요. 목숨을 바치기 때문이죠. 천적에게 지목당하고 목숨을 바쳐서 시간을 벌어주는 거죠. 전체가 도망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얼마나 거룩한 존재입니까.”
―「끝나지 않는 대화를 하고 싶다 : 소설가 이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