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회사 그만 다닐래요, 라고 말했을 때 엄마는 1초의 뜸도 들이지 않으셨다.
“그렇게 해. 그동안 고생 많았다, 우리 딸.”
눈물을 꾹 참으며 휴대전화 송신기를 막은 채 침을 삼켰다.
“언제 내려올래? 엄마는 네 퇴사선물을 준비해야겠다.”
나중에 엄마는 이런 쿨한 멘트로 내 눈물을 마저 뽑아내셨다. “참는 거 하나는 어려서부터 형제들 중 으뜸이었다. 그런 네가 뾰족한 이유도 없이 그만두겠다는 데엔 너니까 버텨온 시간이었던 게지. 잘 참았다고 엄마는 생각해.”
사람으로 외로워질 때는 사람으로 위로받는 게 맞다. 그런데 그 사이에 꼭 필요한 쉼표가 있다. 고독이다. 혼자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사람에게 상처받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지나온 날들을 점검하고 내일을 다짐할 수 있다.
─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니> 중에서
지난봄에 연락처를 날렸다. 아이폰을 동기화하다가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여러 군데 물어봤지만 연락처를 살릴 가능성은 제로였다. 백업을 한 번도 안 해놓았다는 게 놀랍다며 통신사 직원이 나를 쳐다봤다. 핸드폰 안에 저장돼 있던 천여 개에 가까운 전화번호들이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하나도 불편하지가 않다. 신기한 일이다. 정말 나에게 필요한 ‘인맥’이란 새롭게 알게 된 존재나 영향력이나 이름값이 아니라 오랫동안 알아온 ‘묵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그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생각해 봤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치적인 내 위치, 내가 일궈온 관계의 텃밭에서 정작 나의 존재감이 불안해질 때가 있다. 타인이 인식하고 있는 나의 정체성의 고민을 하면서 든 생각은 역시 ‘무얼 할 것인가(To do)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To be)’다.
─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 중에서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 출장 치고 짧은 편은 아니었다. 새벽하늘을 두 시간 동안 날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버스를 타고 세 시간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아침 해가 찬연했다. 고개가 상모를 돌리는 줄도 모르고 잠에 빠져 있다가 겨우 눈을 떠 창밖을 봤을 때 나는 아직 꿈을 꾸는 줄 알았다.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하얗기만 했다. 상상 이상의 폭설 앞에서 나는 기시감을 먼저 느꼈다. 시선이 머무는 족족 눈꽃천지였다.
말로만 듣던 일본 북단의 설국을, 나는『설국』을 읽으며 버스로 헤집고 다녔다.
엄살은 위로받을 수 없다. 나 아니면 보듬어줄 누구도 없다. 그러니 춥고 움츠러드는 길이지만 내 마음을 지표 삼아 걸어가자. 일은 돌파구를 찾아보고, 나에게 설레어 하지 않는 남자라면 그만 끊어내자.
─ <당신을 ‘쓰담쓰담’ 해줄 사람은 당신뿐이야> 중에서
“그렇게 해. 그동안 고생 많았다, 우리 딸.”
눈물을 꾹 참으며 휴대전화 송신기를 막은 채 침을 삼켰다.
“언제 내려올래? 엄마는 네 퇴사선물을 준비해야겠다.”
나중에 엄마는 이런 쿨한 멘트로 내 눈물을 마저 뽑아내셨다. “참는 거 하나는 어려서부터 형제들 중 으뜸이었다. 그런 네가 뾰족한 이유도 없이 그만두겠다는 데엔 너니까 버텨온 시간이었던 게지. 잘 참았다고 엄마는 생각해.”
사람으로 외로워질 때는 사람으로 위로받는 게 맞다. 그런데 그 사이에 꼭 필요한 쉼표가 있다. 고독이다. 혼자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사람에게 상처받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지나온 날들을 점검하고 내일을 다짐할 수 있다.
─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니> 중에서
지난봄에 연락처를 날렸다. 아이폰을 동기화하다가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여러 군데 물어봤지만 연락처를 살릴 가능성은 제로였다. 백업을 한 번도 안 해놓았다는 게 놀랍다며 통신사 직원이 나를 쳐다봤다. 핸드폰 안에 저장돼 있던 천여 개에 가까운 전화번호들이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하나도 불편하지가 않다. 신기한 일이다. 정말 나에게 필요한 ‘인맥’이란 새롭게 알게 된 존재나 영향력이나 이름값이 아니라 오랫동안 알아온 ‘묵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그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생각해 봤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치적인 내 위치, 내가 일궈온 관계의 텃밭에서 정작 나의 존재감이 불안해질 때가 있다. 타인이 인식하고 있는 나의 정체성의 고민을 하면서 든 생각은 역시 ‘무얼 할 것인가(To do)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To be)’다.
─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 중에서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 출장 치고 짧은 편은 아니었다. 새벽하늘을 두 시간 동안 날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버스를 타고 세 시간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아침 해가 찬연했다. 고개가 상모를 돌리는 줄도 모르고 잠에 빠져 있다가 겨우 눈을 떠 창밖을 봤을 때 나는 아직 꿈을 꾸는 줄 알았다.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하얗기만 했다. 상상 이상의 폭설 앞에서 나는 기시감을 먼저 느꼈다. 시선이 머무는 족족 눈꽃천지였다.
말로만 듣던 일본 북단의 설국을, 나는『설국』을 읽으며 버스로 헤집고 다녔다.
엄살은 위로받을 수 없다. 나 아니면 보듬어줄 누구도 없다. 그러니 춥고 움츠러드는 길이지만 내 마음을 지표 삼아 걸어가자. 일은 돌파구를 찾아보고, 나에게 설레어 하지 않는 남자라면 그만 끊어내자.
─ <당신을 ‘쓰담쓰담’ 해줄 사람은 당신뿐이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