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없이 피는 꽃이 어디 있으며 고통 없이 영그는 열매가 어디 있으랴. 그대는 한 송이 슬픔이므로 아름다운 꽃으로 필 수 있고 그대는 한 덩이 고통이므로 향기로운 열매로 영글 수 있나니, 그대 진실로 아름다운 이여.
천지에 빗소리 가득한 날, 불현듯 젖은 그리움으로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면 당신은 그를 한때나마 진실로 사랑했음이 분명하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전혀 알 길이 없더라도.
미농지 구겨지는 소리로 가을비 내립니다. 소리 죽여 흐느끼면서 조금씩 산들이 무너집니다. 고개를 깊이 숙이고 물안개 저 너머로 사라지는 나무들. 가을비 속에서는 언제나, 삼류 애정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증오는 희미해지고 사랑만 선명해집니다.
―<2장 가는 사랑이 있는데 왜 오는 사랑이 없으랴> 중에서
가장 기쁜 순간과 가장 슬픈 순간에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그대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입니다―는 개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법입니다. 심지어는 화장실에 앉아 똥을 누는 순간까지도.
나를 사랑한다면 그 정도는 당연히 해주어야 하는 것 아냐, 라는 말을 자주 하시는 그대. 그대는 상대를 위해 어떤 일을 해주셨나요.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마음속에 자리하지 머릿속에 자리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어떤 대상을 소유하고 싶을 때 머리가 앞서지요. 하지만 내가 대상을 소유하고 싶도록 만들지 말고 대상이 나를 소유하고 싶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세상만사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육체적인 사랑이 아니라 정신적인 사랑이라면 편애를 제외한 모든 사랑은 무죄입니다.
―<4장 그중에 제일은 그대이니라> 중에서
내 찬란한 꿈이 실현되는 그날을 위해 지금은 잠시 현실이라는 이름의 황무지에 나를 방임해 두었을 뿐, 결코 절망이라는 이름의 시궁창에 송두리째 유기한 것은 아니야, 라고 나를 무시하는 세상을 향해 소리치기.
젊었을 때는 일마다 안 풀렸다. 측근들마저도 차츰 멀어져 갔다. 그래서 내 인생은 평생 삼재려니 하고 살았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어쩌구 하는 노래는 아예 해당없음으로 간주했다. 그런데 나이 드니까 풀리는구나, 버티기를 잘했다.
예전에 나는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랭이가 찢어진다’라는 속담의 모순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다. 가랭이가 찢어진다니 웃기지 마라. 뱁새도 명색이 새다. 날개가 있다. 왜 걸어서 황새를 따라가냐. 푸헐, 뱁새 너무 깔보기 어어없기.
인생은 창조다. 그래서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다.
―<8장 버티기의 기술> 중에서
사랑외전
살면서 수시로 자각하게 됩니다. 나는 받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주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구나.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렇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 사실을 망각하고 삽니다. 그래서 불평불만, 근심걱정이 끊이지 않는 거지요.
인생을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다면, 최소한 거울 두 개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한 개는 외출할 때마다 자신의 외모를 비추기 위해 세면대 앞에 걸어두는 거울, 한 개는 수시로 자신의 내면을 비추기 위해 마음의 벽에 걸어두는 거울입니다.
사랑외전
사랑외전
어릴 때는 아무도 사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불혹의 나이로 접어들면서 더러 세상에는 무시해야 할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순을 넘긴 지금은 비로소 통감합니다. 무시하는 놈도 무시당하는 놈도 결국은 외로울 뿐이라는 사실을.
― <9장 그대 현재는 미약하였으나 그대 미래는 창대하리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