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배운 일도 없고 연습한 적도 없는데 몸을 움직일 때 마다 어색하지 않았고 힘들지도 않았다. 알게 모르게 자신감이 생긴 나는 당시 중학생이던 형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았다.
“형. 나 말이야…… 하고 싶은 게 생겼어.”
“그래? 그게 뭔데?”
“춤을 추고 싶어.”
“뭐 춤? 가수들이 나와서 추는 그 춤?”
“응. 그 춤을 추고 싶어.”
“…….”
“왜 말이 없어? 나 춤추면 안 돼?”
“야, 춤은 무슨 춤이야. 살이나 빼!”
다른 때 같으면 살이나 빼라는 형의 말에 신경질을 부렸을 텐데 그때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 살을 빼야겠구나, 살을 빼야 춤을 제대로 출 수 있겠구나, 라는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날부터 춤 연습과 다이어트가 동시에 시작되었다.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나는 그때 깨달았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나는 아이들이 뚱뚱하다고 놀리는 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잠깐 속이 상하는 정도 일 뿐 살을 빼야 한다는 생각은 한 일이 없었다. 그런데 춤을 춰야겠다고 마음먹은 다음부터 다이어트는 내가 제일 먼저 극복해 내야 할 문제였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건 절대 없다」 중에서
언젠가 이모가 선물로 주신 금팔찌가 화근이 되었다. 나를 무척이나 예뻐하는 이모에게 받은 선물이라 늘 가지고 다녔는데 담임선생님이 그것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그 팔찌는 뭐냐?”
“아…… 이거…… 교칙에 어긋나면 빼고 다니겠습니다.”
“아니, 어디서 난 거냐고. 그런 거…… 너 같은 놈이 가지고 있을 물건이 아니잖아.”
나를 보는 눈빛이 마치 어디서 훔친 거 아니냐는 눈치였다.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집으로 전화해 부모님께 사실을 말씀드렸다. 한 번 학교를 그만둔 일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정말 잘 다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학교로 찾아오신 아버지가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하셨다. 교무실에서 나오신 아버지는 교문을 통과할 때까지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아버지는 학교 밖으로 나와서 비로소 입을 떼셨다.
“윤택아. 학교 그만 둬라. 저런 선생 밑에서 네가 배울 건 아무것도 없다.”
―「꿈이 있다면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중에서
춤만큼이나 이제 노래도 내 것으로 만들어 내 무대 위에 올려야 한다는 것은 그저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승일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노래에 대한 가능성을 믿은 동시에 춤과 노래를 같이 할 경우 반드시 내가 예상한 이상의 시너지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어려움도 있었고 숨이 턱까지 차올라 춤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일었지만 극복해 낼 수 있었던 것은, 그 모든 것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고비를 넘기면 반드시 기쁜 일도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져왔다. 춤추는 것이 즐거운 일이었던 만큼 노래를 함께하면 그 즐거움은 몇 배로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나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확실히 춤과 노래를 결합시켜 보니 무대에서 보여줄 것이 더 많아졌다.
―「도전은 즐겁게 받아들이자」 중에서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
“형, 조금만 쉬고 하면 안 될까요?”
“연습 더 안 해도 되지 않나요? 어차피 늘 똑같은 공연인데요.”
“그냥 대충 하죠. 더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아이들이 그런 반응을 보일 때마다 난 더 이상 팀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느껴졌다. 지금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몇 개 있는데 ‘나름대로’, ‘대충’, ‘그럭저럭’이다. 이 단어가 들어가는 말은 어느 것도 최선이 될 수 없었다. 게으르고 현실에 타협하려고 드는 사람들도 내겐 경멸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즈음의 아이들이 보여준 태도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리고 결국 팀 해체를 결정했다. 일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은 물론 나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더라도 리더는 그 책임을 다했어야 했다. 지금까지 함께 해오면서 내가 리더로서 아이들에게 과연 무엇을 해주었는지를 먼저 반성했다. 아무것도 해준 것도 없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몰려들었다. ―「실패를 아는 자만이 성공을 갈망한다」 중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중대한 결심을 해야만 했다. 비록 내가 병과 한판 승부를 벌였지만, 그래서 최선을 다해 싸워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아이들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 그런 고민에 빠져 있는 어느 날 내 시선을 붙잡은 것이 있었다. 바로 <슈퍼스타K> 시즌3 예선 공고였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그룹 참여가 가능하다는 말에 나는 바로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 팀의 실력 정도면 이 대회에서 반드시 예선을 통과해 톱10 안에는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되면 세상은 우리들을 주목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늘 그늘에 가려져 있었던 아이들이 당당하게 실력을 인정받아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무슨 일이 생겨 내가 없더라도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반드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해야만 했다. 나는 당장 아이들을 모았다.
“우리 슈퍼스타K에 나가야겠다.”
“네? 그게 무슨…….”
너무나 갑작스러웠고 또 전혀 예상치 못한 내 결정에 대해 아이들은 처음에는 눈만 동그랗게 뜨고 바라볼 뿐이었다.
―「인생의 어느 순간 생각을 바꿔야 할 때가 있다」 중에서
“드디어 마지막이다. 그런데 방송 끝나고 우리 뭐 먹을래?”
잘 먹지도 않는 내가 <슈퍼스타K>의 마지막 무대 직전 밥 타령을 하니 어이가 없었는지 아이들이 웃었다. 난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참, 이제 방송 끝나면 우리 집에 갈 수 있는 거야? 우리 핸드폰도 오늘 돌려준대? 오늘 받아야 하는데…….”
무대와는 전혀 관계없는 말을 던졌더니 아이들도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가 시작되었다. 한결같은 환호해 주는 관객들에게 우리는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모든 퍼포먼스의 종합선물세트를 선사했다. 매우 느린 템포로 시작된 노래는 곧바로 빠른 템포로 변했고 곡이 마칠 때까지 무대 위에서 우리는 신나게 움직였다. 울랄라세션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노래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고 청중들은 우리를 따라 울랄라를 연호했다. 노래를 모두 마친 뒤 나는 드디어 모든 것이 끝이 났구나 하는 홀가분함이 밀려들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더 당당히, 더 멋지게 세상을 향해 우리를 보여주는 거야.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 우린 울랄라세션이니까.”
―「긍정하고 또 긍정하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