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이 끝날 쯤에 저는 “젊은이라면 근사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권리는 포기할 수 있지만 의무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만큼 젊음을 잘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젊음은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성공하여 세상에 보탬이 되며 존경 받는 사람들에게는 젊은 시절을 잘 활용했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그들은 콤플렉스를 잘 갈무리했거나 실패를 겪어도 딛고 일어섰지요.
―1장 <청춘, 소신 있고 당당한 삶> 중에서
웃음치료 교실에 오시는 80대 할머니가 계시는데 언제나 싱글벙글 웃으신답니다. 부럽기도 하고 그 비결이 궁금해서 “할머니, 요즘 건강하시죠?”라고 물었더니, “응, 아주 건강해. 말기 암 빼고는 다 좋아”라고 대답하셨다고 합니다.
누구나 암을 ‘고질병’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 할머니는 ‘고칠 병’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그 할머니는 누가 뭐라 해도 인간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아닐까요?
말기 암에 걸렸지만 결코 세상에 무릎 꿇지 않은 80대 할머니의 환한 웃음이 얼마나 아름답고 향기 나는 성공인지, 모두가 공감하고 인정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2장 <고질병이 아니라 고칠병입니다> 중에서
대학 시절, 데모하다 잡혀갔다가 담당 형사에게 들은 이야기가 지금껏 잊히지 않습니다.
“잡혀 온 학생 중에 겁에 질려 손발이 닳도록 비는 녀석은 따귀 한 대 갈기고 싶지만, 데모 대열에 설 수밖에 없었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녀석은 나중에 저 기세로 어떤 인물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함부로 대하기 어렵다”라고 말입니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당당할 때, 스스로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것이지요.
‘사람다움’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는 자존심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국가다움’을 위해서는 역사, 문화, 철학, 전통을 아우르는 국가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4장 <개인의 자존심, 나라의 자존심> 중에서
남성 화장실 소변기 앞에는 특별한 글귀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쏟아지기도 하고, 누가 저런 상상을 했을까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글귀를 붙여놓은 곳도 더러 있습니다.
“남자가 결코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저는 이 글귀를 볼 때마다 애교인지 협박인지 헷갈립니다. 다가서서 흘리지 말고 깨끗이 사용하라는 애교 섞인 간청이겠지만, ‘결코 흘리지 말아야 할 남자의 눈물’에 대해선 인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려서 늘 듣던 소리가 “사내자식이 울면 못쓴다”는 말이었습니다. ‘울면 안 된다’가 아니라 ‘울면 쓸 데가 없는 사내’라는 표현인 셈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철이 들자, 그렇다면 여자는 울어도 되고 남자는 울지 말아야 하는 까닭이라도 있는지 따져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남자도 사람이니 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옛날 어른들이 강조하는 ‘울면 못쓰는 사내의 강인한 정신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요즘 같은 때에 남성 화장실에서 재회한 그 한마디가 왠지 시대에 걸맞지 않게 여겨지는 건 저만의 예민함은 아닌 듯합니다. (중략) 이 모든 것이 눈물 흘릴 줄 모르는 비정한 자들이 우리 시대를 휘젓고 다니기 때문에 생긴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 같습니다. 가슴 아픈 일엔 진정으로 아파하고, 감사한 일에는 진심으로 감사하며, 기쁠 때에는 진정으로 기뻐하는 삶이 건강한 삶입니다. 이제 눈물을 흘려야 할 때는 마음껏 흘리십시오.
―6장 <지금은 함께 눈물 흘려야 할 때> 중에서
충돌의 미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로 부딪쳐서 더 아름답거나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작용을 의미하지요. 거칠게 깨뜨린 돌멩이를 한데 넣어 계속 충돌시키면 모난 부분
은 부서지고 결국 예쁜 조약돌이 됩니다. 보석을 가공할 때 원석과 도구가 충돌해서 영롱한 광채를 발하는 보석이 만들어지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질병과 의술이 충돌하여 환자의 고통이 소멸됩니다. 문명의 가치 창조, 예술적 승화, 인간애의 따뜻한 모습도 그렇게 이루어진 것들입니다.
이제 우리는 오른손과 왼손을 두루 사용하는 지혜를 통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 동서의 지역 갈등, 남북한의 좌우 대립, 세대 갈등, 남녀 차별, 빈부 격차, 노사 갈등 등을 녹이는 세상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7장 <왼손을 인정하는 오른손의 마음으로> 중에서